[Cook&Chef = 윤경숙 컬럼니스트] 음식에는 손의 기억이 남아 있다. 같은 재료로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도 손이 달라지면 맛이 달라지는 이유다. 그 손에는 시간이 쌓여 있고, 살아온 삶의 리듬이 배어 있다. 어떤 손은 서두르지 않는다. 재료를 씻는 속도, 칼을 쥐는 힘, 불을 조절하는 손놀림까지 모두 누군가를 떠올리며 움직인다. 그 손이 만든 음식에는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이 있다. 손은 말을 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전한다. 조금 더 얇게 써는 이유, 조금 덜 짜게 간을 맞추는 배려, 뜨거운 그릇을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동작. 그 모든 선택이 사람을 향한 마음의 표현이다.
요리를 배우는 일은 결국 손을 배우는 일이다. 레시피보다 먼저 익혀야 할 것은 손의 태도다. 재료를 대하는 존중, 사람을 향한 온기, 그것이 손끝에서 먼저 드러난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손을 통해 사랑을 배웠다. 밥을 떠먹여주던 손, 이마를 짚어주던 손, 말없이 등을 두드려주던 손. 그 손들이 남긴 감각은 오래도록 몸에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음식은 입보다 먼저 마음으로 느껴진다. 누군가의 손길이 담긴 음식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풀리고 경계가 내려간다. 손의 기억이 우리를 안심시키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우리가 음식을 만들고 누군가에게 내어줄 때, 그 손은 또 다른 기억이 된다. 이어지고, 전해지고, 겹쳐지는 손의 흔적 속에서 식문화는 살아 움직인다. 손은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남기는 가장 오래된 언어다. 그리고 그 언어는 오늘도 식탁 위에서 조용히 말을 건다.
*글/ 윤경숙 (셰프ㆍ한국외식조리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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