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정서윤 기자] 샘킴 셰프를 설명할 때 자주 따라붙는 말은 ‘선한 셰프’다. 늘 웃는 얼굴, 부드러운 말투, 주변의 장난도 받아주는 태도, 경쟁 프로그램 안에서도 쉽게 날을 세우지 않는 모습 때문이다. 그러나 그를 단지 좋은 인상으로만 읽으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샘킴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착해 보여서가 아니라, 요리하는 즐거움을 자기 안에 오래 간직해온 사람이라는 데 있다.
그 즐거움의 시작은 아주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가 서울 서대문구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던 시절, 그는 식사 준비를 곁에서 보며 자연스럽게 요리를 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장을 보러 다녔고, 일부러 더 큰 시장에 가서 식재료와 사람들 사이의 생동감을 몸으로 익혔다. 그가 기억하는 첫 요리는 꼬막무침이었다. 꼬막을 까고 양념을 얹어 손님에게 내놓았을 뿐인데,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샘킴에게 요리는 처음부터 누군가를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누군가를 먹이는 일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방식이었다.
이 감각은 이후 그의 진로를 결정짓는 힘이 됐다. 그는 부모에게 회계 공부를 하러 간다고 말하고 미국으로 떠났지만, 실제로는 요리를 배우러 갔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머니가 마련해준 돈을 들고 떠난 유학이었다. 미국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일을 했고, 여러 해 동안 모은 돈으로 요리학교에 들어갔다. 그 끝에 수석 졸업까지 해냈다. 온화한 인상 뒤에는 하고 싶은 일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던 단단함이 있었다.
좋아서 시작한 사람의 오래가는 힘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문장은 흔히 가볍게 쓰인다. 그러나 여기서 즐긴다는 것은 마냥 편하게 노는 일과 다르다. 행위 자체에서 만족을 느끼고, 그 과정 안에 오래 머무는 힘이다. 결과에만 매달리는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만, 좋아서 하는 사람은 오늘의 과정 안에서 다시 이유를 찾는다. 샘킴은 그 감각을 요리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는 25년 넘게 요리하면서도 슬럼프가 없었다고 말한다. 힘든 시간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두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의 무게가 있고, 방송과 주방을 오가는 체력적 부담도 있다. 코로나 시절에는 압구정 매장을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이 한 팀도 없던 날들을 겪었다. 어린 아들을 레스토랑 구석에 앉혀 밥을 먹였던 시간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 시절에도 똑같이 메모하고, 똑같이 요리 생각을 했다고 했다. 즐거움은 그에게 여유가 생긴 뒤 찾아온 보상이 아니라, 어려운 시기에도 주방으로 돌아가게 한 힘이었다.
그의 습관도 이 태도를 보여준다. 즐거움이 감정에만 머물지 않고 일의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샘킴은 포켓용 노트에 본 것, 느낀 것, 살 것, 떠오른 레시피를 빼곡히 적는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 생각을 하면 여전히 설렌다고 말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가 요리로 돌아오는 이유는 의무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래 좋아해온 일을 계속 더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그를 움직인다.
이 즐거움은 그의 자연주의 요리와도 맞닿아 있다. 샘킴에게 자연주의는 순한 맛을 내세운 이미지가 아니다. 직접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오늘 딴 루콜라가 어느 정도의 해와 바람과 비를 맞고 자랐는지 아는 일이다. 토마토가 줄기에 붙어 익었을 때의 당도, 채소가 가진 본연의 단맛, 아이 이유식을 만들며 깨닫게 된 재료의 힘은 그의 요리 철학을 만들었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표현한다”는 말처럼, 그는 음식이 몸과 일상을 구성한다고 믿는다.
부드러움 안에 있는 기준
그래서 ‘냉장고를 부탁해’의 15분 대결에서도 그는 자기 스타일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 자극적인 맛과 빠른 승부가 유리한 상황에서도 가능하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시판 소스보다 직접 맛을 만들어내려 한다. 그는 이기기 위해 요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승부를 가볍게 본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다운 요리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즐기는 사람은 성과를 외면하는 사람이 아니라, 성과 때문에 자기 기준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샘킴의 부드러움 역시 기준 없는 태도가 아니다. 그는 오픈 키친에서 직원들을 가르쳐야 하는 오너 셰프이고, 손님이 음식을 남기면 이유를 묻는 사람이다. 하루에도 짜다, 싱겁다, 순하다, 강하다는 반응이 엇갈리는 주방에서 그는 쉽게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 손님의 반응을 듣되, 기준이 무너지지 않도록 잡는 일도 셰프의 역할이라고 본다. 선한 이미지는 그의 전부가 아니다. 그의 온화함은 요리를 오래 좋아해온 사람이 지닌 안정감이고, 동시에 좋은 음식을 내야 한다는 기준 위에 놓여 있다.
방송에서도 그 태도는 이어진다. 샘킴은 원조 스타 셰프 중 한 명이지만, 방송을 본업보다 앞세우는 사람은 아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의리로 이어가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흑백요리사2’는 아들의 권유와 외식업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그 안에서도 그는 경쟁 자체보다 함께 요리하는 순간의 기쁨을 더 크게 기억한다. 팀전에서 선배, 후배의 서열보다 같은 셰프로 뛰었던 감각을 두고 “떨어져도 여한이 없었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흑백요리사2’에서 그는 정호영 셰프의 말에 조용히 믹서기를 누르는 ‘누 셰프’로 회자됐다. 그 장면이 사랑받은 이유는 우스워서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 몫을 묵묵히 해내는 태도가 샘킴이라는 사람의 결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승부의 한가운데서도 그는 과장되게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팀이 굴러가도록 자리를 지켰다.
스타 셰프보다 오래 남는 요리의 기쁨
물론 샘킴은 이미 충분히 성공한 셰프다. 미국 유학과 요리학교 수석 졸업, 보나세라 총괄 셰프 시절, 드라마 ‘파스타’의 실제 모델, ‘냉장고를 부탁해’ 원년 멤버, 오스테리아 샘킴과 뜨라또리아 샘킴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라는 이력은 가볍지 않다. ‘흑백요리사2’에서도 그는 백수저 셰프로 출연해 여전히 현역의 감각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이력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그가 왜 여전히 요리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샘킴에게 요리는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에게는 선물이고, 위로이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고리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가족에게 대접하듯 요리하라고 강조한다. 기술보다 양심이 중요하다는 말도 한다. 좋은 식재료를 고르고, 자연스러운 맛을 살리고, 먹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식탁 앞에 앉는지 생각하는 일. 그 모든 과정 안에서 그는 여전히 즐거움을 찾는다.
그래서 샘킴이라는 셰프는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즐긴다는 것은 가볍게 흘러가는 일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오래 바라보고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 일이다. 성취보다 먼저 찾아온 즐거움이 있었기에 그는 계속 요리했고, 계속 배웠고, 계속 자기 식탁을 넓혀왔다. 샘킴의 성공은 즐거움을 잃지 않은 사람이 같은 자리에 오래 서서 조용히 쌓아 올린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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