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혜의 같이 삽시다’에 출연한 신계숙 셰프. 사진 = KBS 예능 채널 유튜브
[Cook&Chef = 허우주 기자] 수십 년 동안 웍 앞에 서서 누구보다 뜨거운 불을 다뤄온 신계숙 셰프. 최근 그는 '함께 먹는 식사'의 가치를 이야기했다. 지난 10일 KBS 예능 <황신혜의 같이 삽시다>에서 보여준 모습은 화려한 경력보다 한결 담백했다. 포천에서 황신혜, 양정아와 함께 살아보는 첫날, 그는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향해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게 볶음을 만드는 신계숙 셰프. 사진 = KBS 예능 채널 유튜브
신계숙이 맡은 메뉴는 ‘게 볶음’이었다. 조리복과 조리모, 직접 사용하는 칼까지 갖춰 입은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웍에 식용유를 두르고 게를 손질했다. 예닐곱 토막으로 자른 꽃게에 녹말가루를 입혀 먼저 바삭하게 튀긴 뒤, 다시 웍에 쪽파와 마늘, 베트남 고추를 넣어 향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간장과 청주, 후추를 더해 양념을 만들고 튀긴 게를 재빨리 볶아내자 불향과 재료의 풍미가 살아 있는 중식 요리가 완성됐다.
중식 대가의 손맛을 본 황신혜와 양정아는 감탄을 쏟아냈다. 양념과 후추 향이 지나치지 않고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알이 꽉 찬 게의 풍미와 바삭한 식감이 살아 있다는 시식평이 이어졌다. 단순한 레시피처럼 보이지만, 재료의 상태를 읽고 조리 시간을 조절하는 감각이 있어야 가능한 요리였다. 이 장면은 신계숙이 걸어온 길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중식 외길을 걸으며 현장에서 실력을 다져온 셰프다. 중식대모라고 불리는 이향방 셰프의 ‘향원’에서 요리를 배우던 시절에는 매일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운 불 앞에 섰고, 그 흔적은 지금도 몸에 남아 있다. 가족이 요리를 그만두라고 만류했지만 집을 나오면서까지 자신의 길을 선택했고, 뜨거운 불을 견디며 지켜 낸 시간이 지금의 신계숙을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식당 ‘계향각’을 59세에 열었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오히려 그 시간만큼 축적된 경험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 됐다. 빠르게 성공을 좇기보다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린 삶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신계숙은 주방 안에만 머무는 셰프도 아니다. EBS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는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 곳곳을 누비며 지역의 식재료와 사람, 음식을 만나는 미식 여행을 이어왔다. 올해 초 방영한 <흑백요리사2>에는 ‘중식폭주족’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해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특히 탑 모양 삼겹살찜 ‘보탑육’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얇고 길게 썬 삼겹살을 휘둘렀던 자유분방한 모습과 달리 정교하게 쌓아 올린 요리에서는 그동안의 내공이 느껴졌다.
방송에서 직접 만든 게 볶음. 사진 = KBS 예능 채널 유튜브
이런 이력을 알고 나면 <같이 삽시다> 속 게 볶음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특별한 재료나 화려한 연출보다 가장 기본적인 불 조절과 향의 균형, 그리고 함께 먹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이웃과 음식을 나누고, 이장댁에게 받은 두릅을 천천히 음미하며 사람 사이의 연결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생 웍을 잡아 온 신계숙에게 요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사람을 모으고, 대화하고,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다. 그의 요리는 화려한 기술 이전에 삶의 시간으로 완성된 음식이다. 그리고 포천에서의 첫 저녁은 그 긴 시간을 가장 담백하게 보여준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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