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이경엽 기자] 식품 제조 현장에 인공지능(AI)이 들어오고 있다. 위생복을 제대로 입었는지 확인하고, 제품 라벨의 오표기를 잡아내며, 메신저로 설비를 제어하는 일까지 AI와 데이터 기술의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다만 현장은 아직 '완전한 AI'보다 데이터 자동화와 지능형 제어가 뒤섞인 전환기에 가까웠다.
지난 9일 개막해 12일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서울푸드 2026'의 푸드테크관을 10일 둘러봤다. 올해 서울푸드는 49개국 1천800개사가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 식품 전시회로, 이 가운데 제2전시장에 마련된 푸드테크관에는 266개사, 1천14개 부스가 들어섰다. 서울푸드 주요 프로그램인 글로벌 푸드 트렌드 & 테크 컨퍼런스의 주제도 'AI & Robotics : 푸드테크 컨버전스 시대'였다.
위생·품질 관리 분야에서 AI 적용은 가장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팜존에스엔씨 김규환 팀장은 작업자가 위생 전실에서 위생복과 마스크, 상·하의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카메라로 따로따로 추적해 확인하고 그 기록을 로그로 남긴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라벨이 오표기된 상태는 결국 잡아내야 하니 OCR 검수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며 "스마트 시스템으로 중요관리점(CCP) 등 위해요소 관리 데이터를 수기 대신 온라인화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고 말했다. 금속 검출과 가열 공정의 온도를 적외선 카메라 등으로 기록하는 기능도 함께 소개했다. 이 데이터들을 AI로 통합 관리하느냐는 질문에 김 팀장은 "맞다"고 답했다.
식품공장 설계·운영을 담당하는 농심엔지니어링의 이승헌 대리는 검사·물류·로봇 자동화 전반에 AI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리는 "검사 장비 쪽은 데이터를 많이 학습시켜 오차를 스스로 줄이고, 장비의 측정 데이터와 AI 학습 데이터를 비교해 정밀성을 높이는 용도로 쓴다"고 말했다. 이어 "엑스레이 검사에서 머리카락이나 금속, 플라스틱 같은 불순물의 형상을 학습시켜 이런 게 찍히면 불순물이라고 인식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물류 자동화에 대해서는 "라인이 제대로 도는지 AI 카메라로 실시간 확인하고, 사람이나 지게차가 지나가면 안전을 위한 교통정리 용도로도 쓴다"며 "무인운반차(AGV)는 도킹 정밀도를 학습시켜 각도를 스스로 찾아 들어가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리는 회사가 검사부터 공장 건설·운영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설비 제어 방식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비에스테크놀로지 정인재 대리는 협업 메신저 '슬랙'으로 장비 상태를 묻고, 이상이 생기면 장비가 먼저 알림을 보내며, 생산 예약까지 지시할 수 있는 선별기를 내놨다고 설명했다. 정 대리는 "필요에 따라 생산을 언제 예약해 달라고 보내면 장비가 그 시간에 맞춰 진행한다"며 "기존 생산 라인이 있으면 거기에 연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챗GPT나 클로드 같은 생성형 AI에 대화하듯 지시하면 그 명령이 설비 제어로 이어지도록 연결하는 기술도 적용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완전 무인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100%까지는 아직 구현 단계이며, 내년 초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 현장 밖으로도 AI는 확장되고 있었다. 누리인포스 이성호 상무는 미국 수출용 식품 라벨 작성 업무를 AI로 대체하는 솔루션을 소개했다. 이 상무는 "사람이 하던 일을 AI를 통해 대체해가는 과정"이라며 "그동안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정을 잘 모르는 업체들이 컨설턴트를 통해 라벨 한 장당 50만~100만원을 내고 만들어 왔는데, FDA 규정을 AI에 이미 학습시켜 두었다"고 말했다.
다만 전시장의 모든 기술이 곧바로 AI인 것은 아니었다. 측정·기록 장비를 선보인 대윤기계산업 김수근 팀장은 "AI까지는 아니고, 데이터를 기록하고 측정한 것을 관리하는 목적으로 나온 것"이라며 "나중에 접목되면 좋겠지만 아직 상용화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앱과 연동해 측정·기록·관리까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 산업과 AI의 결합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측정·자동화 단계에 머문 기술도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푸드 푸드테크관은 식품산업의 AI 전환이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위생과 검사에서 출발한 기술이 물류와 설비 제어, 수출 지원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줬다. AI가 'K-푸드의 다음 경쟁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의 실제 구현 수준과 상용화 사례를 함께 검증하는 일이 과제로 남는다.
Cook&Chef / 이경엽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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