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우면서 칼칼한 홍면, 시원한 백면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명절에 기름진 전과 갈비찜을 먹고 나면 얼큰하고 매콤한 국물이 당기기 마련이다. 칼칼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국수는 입맛도 돋우고 속도 따뜻하게 해준다. 깔끔 담백한 스타일에 가성비, 퀄리티까지 갖춘 정면은 한국식 쌀국수를 선보이는 국수 전문점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2025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으로 평가받아 빕 구르망에 선정됐다. 가게 이름은 ‘정(情)’과 ‘면(麵)’에서 따왔다. 정동재 셰프는 “요리사의 뜻을 담은 국수 한 그릇을 손님 앞에 내놓는다”는 의미로 정면을 소개한다.
정면의 쌀국수는 제주 고기국수를 모티프로 했다. 사골이 아닌 해물 육수를 기본으로, 돼지고기와 닭 육수를 더해 블렌딩한다. 채소와 해산물, 돼지고기, 닭 세 가지 육수를 각각 끓인 뒤 조합해 시원함과 무게감을 동시에 확보했다. 해물 육수에는 마늘, 생강, 무, 표고버섯, 디포리, 멸치, 바지락 등과 함께 사과가 들어간다. 사과는 잡내를 정리하고 향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단맛을 내기 위한 재료는 아니다.
메뉴는 백면과 홍면, 그리고 곁들임 냉제육뿐이다. 백면은 해물 베이스 육수에 돼지고기 목살, 양파, 부추, 고추, 쌀면이 올라간다. 국물은 담백하고 깊다. 홍면은 같은 육수에 매운 양념을 더한 버전으로, 얼큰하지만 자극적이지 않다. 맵기 조절이 가능하다. 두 메뉴 모두 공깃밥이 함께 제공된다. 면이 국물을 흡수하지 않는 대신 밥이 국물을 머금어 다른 풍미를 만든다는 것이 정동재 셰프의 설명이다.
정면은 국수보다 국물에 집중한다. 이에 따라 국수를 먹은 뒤 밥을 말아 먹는 것을 권한다. 밥에 배어든 국물은 쌀의 단맛과 어우러져 맛의 균형을 만든다. 태국 ‘쏨땀’을 모티프로 한 곁들임 냉제육도 인기다. 새콤달콤한 소스와 고수를 조합해 국수와 대비되는 역할을 하도록 했는데, 하루 단 20그릇만 판매하는 한정메뉴다.
공간은 오픈 키친과 바 테이블로 구성된 아담한 매장이다. 손님은 바로 앞에서 국수가 완성되는 과정을 본다. 셰프 역시 손님의 식사를 지켜보며 반응을 확인한다. 정동재 셰프는 호텔 조리팀에서 양식을 다뤄온 경력을 바탕으로, 셰프와 손님이 마주 보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는 목표를 실현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정면에 대해 “7석 남짓한 테이블과 오픈형 주방이 전부인 공간에서 셰프가 홀로 운영하는 고기 국수 집”이라며, 해물과 돼지고기, 닭고기를 활용한 육수의 깊은 맛을 언급했다. 얇게 썬 돼지고기와 채소가 올라간 쌀국수의 구성과 작은 공깃밥 제공 방식도 특징으로 소개했다.
이곳을 들른 이들은 하나같이 맛과 친절도에 대해 호평했다. 백면은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과 부드러운 돼지고기 목살이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홍면은 단순한 매운맛이 아니라 얼얼함과 산미가 겹치는 복합적인 매운맛으로 짬뽕과는 다른 매력을 높이 평가한다. 면은 쫄깃하고 시간이 지나도 불지 않는데다 국수를 먹은 뒤 밥을 말아 먹어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적합하다.
곁들임 냉제육은 국수의 느끼함을 정리해 준다는 의견이 많고, 갓무침과 배추김치도 국물과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다. 이곳에서 직접 만드는 단호박 식혜는 은은한 달큰함이 입맛을 돋운다. 식사를 마친 뒤 단호박 식혜를 마시면 입안이 개운해지는 장점도 있다.
동남아시아식 쌀국수와 제주 고기국수 사이에서 새로운 국수의 방향을 제시하는 정면은 오늘도 세세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깊은 맛의 국수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오후 2시 50분부터 5시는 브레이크 타임이다. 다만 재료 소진으로 조기마감할 수 있으며, 직접 방문 시 웨이팅이 길어질 수 있으니 캐치테이블 줄서기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 대기시간을 줄이는 길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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