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정서윤 기자] 인도 음식점에서 탄두리 치킨은 유난히 존재감이 강한 메뉴다. 향신료에 물든 닭고기, 군데군데 그을린 표면, 레몬과 양파가 곁들여진 접시는 보기만 해도 뜨거운 화덕을 떠올리게 한다. 탄두리 치킨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닭고기보다 먼저 탄두르를 보아야 한다. 이 음식의 이름도, 맛도, 세계로 퍼진 방식도 결국 그 원통형 화덕에서 비롯되었다. 이 한 접시를 따라가다 보면 북인도의 화덕 문화와 펀자브의 이동, 델리의 식당 문화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탄두리 치킨의 ‘탄두리’는 탄두르에서 나온 말이다. 탄두르는 북인도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오래 사용되어 온 원통형 점토 화덕이다. 바닥에 숯이나 장작을 넣어 내부를 달군 뒤, 빵은 벽에 붙여 굽고 고기는 꼬챙이에 꿰어 익힌다. 이 구조 안에서는 열이 한 방향에서만 닿지 않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숯불의 열과 달궈진 벽의 열기가 동시에 음식을 감싼다. 그래서 탄두르에서 익힌 닭고기는 겉면이 빠르게 익고, 안쪽은 촉촉한 결을 유지한다. 탄두리 치킨 특유의 식감은 양념만이 아니라 화덕의 구조가 함께 만든 결과다.
화덕이 만든 북인도의 식탁
탄두르는 빵과 고기를 함께 설명하는 조리 도구다. 북인도 식당에서 난과 탄두리 치킨이 자연스럽게 한 상에 놓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밀가루 반죽은 탄두르 벽에 붙어 부풀고, 닭고기는 꼬챙이에 꿰인 채 강한 열을 통과한다. 같은 화덕이 부드러운 빵과 그을린 고기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셈이다. 탄두리 치킨은 하나의 닭요리를 넘어, 북서부 남아시아의 화덕 문화 안에서 생겨난 식사의 한 부분으로 읽힌다.
요거트와 향신료에 재우는 방식도 탄두르와 잘 맞물린다. 요거트는 닭고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향신료가 고기 안쪽으로 배어들도록 돕는다. 고춧가루, 강황, 생강, 마늘, 각종 마살라는 색과 향을 더하고, 화덕의 높은 열은 양념의 표면을 빠르게 익히며 고기에 그을린 풍미를 입힌다. 냄비 안에서 오래 끓이는 커리와 달리, 탄두리 치킨은 짧고 강한 열을 지나며 맛을 바깥으로 드러낸다. 이 차이가 탄두리 치킨을 다른 인도식 닭요리와 구분 짓는다.
인도는 지역마다 식문화가 크게 다르다. 남부의 쌀과 코코넛, 해안 지역의 생선, 서부의 건조한 식재료, 북부의 밀과 유제품은 서로 다른 식탁을 만든다. 탄두리 치킨을 이해할 때 특히 중요한 곳은 펀자브다. 펀자브는 오늘날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 동부에 걸쳐 있던 지역으로, 밀과 유제품, 탄두르 화덕 문화가 깊게 자리 잡은 공간이다. 탄두리 치킨은 바로 이 북서부의 감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분할의 길 위에서 옮겨진 맛
이 음식의 이야기는 주방을 지나, 1947년 남아시아의 지도 위로 이어진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갈라지면서 펀자브는 거대한 이동의 한복판에 섰다. 하나의 생활권이 국경으로 나뉘었고, 많은 사람들이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 현재 파키스탄 쪽에 속하는 페샤와르와 라호르, 인도 쪽의 델리와 펀자브는 사람뿐 아니라 음식의 기억까지 함께 이동한 공간이었다.
이때 페샤와르의 식당 문화와 탄두르를 다루는 기술이 델리로 옮겨왔다. 모티 마할 계열의 요리사들은 분할 이후 델리에서 탄두르에 구운 닭요리를 선보였고, 이 음식은 곧 수도의 식당 문화 안에서 강한 존재감을 얻었다. 오래된 화덕 문화가 근현대 도시 식당의 문맥 안에서 새롭게 대중화된 것이다. 전통적인 조리 도구와 이주민의 생계, 델리의 상업 공간, 외식 문화의 성장이 한 접시 위에서 만났다.
탄두리 치킨은 이동한 사람들이 가지고 온 기술이 도시의 식당에서 다시 살아난 사례다. 페샤와르에서 익숙했던 화덕의 맛은 델리의 메뉴판 위에 올랐고, 수도의 손님들은 그 맛을 새로운 식당 음식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탄두리 치킨은 펀자브의 화덕, 페샤와르의 식당, 델리의 외식 문화가 겹쳐진 음식이 되었다. 불에 구운 닭고기 한 접시가 장소를 옮긴 사람들의 기술과 생계를 품고, 다시 더 넓은 도시의 입맛을 바꾸어 간 셈이다.
세계가 만난 인도 음식의 첫인상
탄두리 치킨은 세계로 옮겨가기에도 좋은 조건을 갖고 있었다. 닭고기라는 재료는 많은 나라에서 익숙하고, 구이라는 조리 형태 역시 낯설지 않다. 여기에 요거트와 마살라, 탄두르의 열이 더해지면서 익숙한 재료가 다른 향을 갖게 된다. 익숙한 닭구이의 형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입을 먹으면 다른 지역의 불과 향신료를 또렷하게 느끼게 한다. 이 균형이 탄두리 치킨을 세계 각지의 인도 음식점으로 옮겨가게 했다.
탄두리 치킨은 이후 여러 인도식 닭요리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화덕에서 구운 닭고기는 버터 치킨의 소스 안으로 들어갔고, 치킨 티카 마살라처럼 영국의 남아시아 식당 문화 속에서 다시 변형된 메뉴와도 연결되었다. 길게 보자면 탄두리 치킨은 한 접시에서 끝나는 음식이 아니라, 인도식 닭요리가 세계인의 메뉴판에 자리 잡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된 음식이다.
탄두리 치킨이 세계인의 기억에 강하게 남은 이유는 분명하다. 탄두르라는 화덕의 힘, 요거트와 향신료의 조합, 펀자브와 델리를 지나온 이동의 역사, 그리고 식당에서 한눈에 이해되는 또렷한 인상이 한 접시 안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탄두리 치킨은 인도의 수많은 식탁 가운데 북서부의 화덕 문화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음식이다. 그 직관성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인도 음식을 처음 떠올릴 때 커리와 난, 그리고 탄두리 치킨을 함께 기억하게 되었다.
그래서 탄두리 치킨을 다시 바라보는 일은 한 화덕이 지역의 맛을 어떻게 옮겼는지 살펴보는 일이 된다. 화덕의 기술은 펀자브에서 델리의 식당으로 옮겨졌고, 그 식당의 메뉴는 다시 세계가 인도 음식을 만나는 첫인상으로 자리 잡았다. 다음에 인도 음식점에서 탄두리 치킨을 마주한다면, 그 접시 위에는 닭고기와 향신료만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탄두르의 열기, 펀자브의 이동, 델리의 식당 문화가 함께 놓여 있다.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