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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Chef = 오요리 기자] 지난 1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두 개의 법안이 가결됐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과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표면적으로 두 법안은 농업인 권익 보호와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농업 현장과 무관해 보이는 외식업계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안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급망 전체 구조를 간과한 분석이다. 두 법안의 동시 통과는 식자재 생산부터 도매, 최종 소비처인 식당 주방에 이르기까지 외식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공급망 전체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이다. 식자재 원가율이 영업이익을 결정하는 외식업계에 생산 기반 안정화와 유통 과정 효율화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은 단편적인 정책 수정이 아니다. 농지법 개정이 농산물 생산의 최상단인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라면, 농안법 개정은 생산된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중간 허리인 유통 구조를 개혁하는 작업이다. 두 톱니바퀴가 맞물려 작동할 때, 외식업계는 식자재 가격 변동성이라는 고질적 위험 요소를 제어하고 보다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구축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본 기사는 두 법안 개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분석하고, 외식업계와 소비자에게 미칠 파급 효과를 전망한다.
낡은 유통 관행과 생산 기반의 위기, 개정은 왜 필요했나
법 개정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기존 농산물 유통 시장과 농업 현장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국내 농산물 유통의 중추인 공영도매시장은 오랜 기간 소수의 도매시장법인(이하 도매법인)이 독과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경쟁이 부재한 환경은 높은 위탁수수료와 경직된 유통 체계로 이어졌고, 이는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외식업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도매법인의 공익적 역할은 미미한 반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 안주하며 유통 효율화를 위한 혁신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락할 때마다 유통 단계의 불투명성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선은 지연됐다.
생산 현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 보전이라는 명분에 갇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문대림 의원실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농업인들은 농작업 중 생리 현상을 해결할 화장실이나 농기계 및 차량을 주차할 공간조차 '농지'라는 이유로 설치할 수 없었다. 이는 농업인의 작업 환경을 악화시키고, 청년층의 농업 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해 생산 기반 자체를 위협했다.
결국 생산 단계에서는 비효율적 규제로 기반이 약화되고, 유통 단계에서는 독과점 구조로 가격 왜곡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번 농안법과 농지법 개정은 이 두 가지 고질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경쟁'과 '책임'의 강화, 농안법 개정의 핵심
이번 농안법 개정의 핵심은 '경쟁 촉진'과 '공공성 강화'로 요약된다. 수십 년간 유지된 도매법인의 독점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치들이 법 조항에 명시됐다. 이는 외식업계가 체감하는 식자재 가격의 투명성과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다.
첫째, 도매법인 지정 및 퇴출 시스템이 전면 개편된다. 기존에는 한번 지정된 도매법인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자격을 유지했으나, 개정안은 운영실적 평가 결과가 부진한 법인에 대해 '지정취소'를 의무화했다. 이는 도매법인에 강력한 책임성을 부여하는 조치다. 신규 법인을 지정할 때는 반드시 '공모' 절차를 거치도록 해 자본력과 혁신 의지를 갖춘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유도한다.
둘째, 위탁수수료 조정 권고권이 신설됐다. 농식품부 장관이 도매법인의 매출액, 영업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탁수수료율 조정을 '권고'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강제성은 없는 '권고' 조항이지만, 정부가 시장에 직접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과도한 수수료를 수취하는 법인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해 장기적인 수수료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
셋째, 도매법인의 공익적 역할이 강화된다. 농산물 가격 변동성 완화를 위해 도매법인 및 공판장의 '전담인력 운용'이 의무화됐다. 이는 단순 중개를 넘어 수급 예측과 분산 출하 유도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법인이 수수료 수입 일부를 출하 농민을 위한 의무자조금 지원금으로 납부할 근거도 마련해 생산자와의 상생을 유도한다.
이러한 변화는 도매시장을 단순 거래 장소에서 경쟁과 효율을 통해 가격 안정을 추구하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외식업계 입장에서는 불투명하게 느껴졌던 식자재 도매가격 형성 과정이 투명해지고, 유통 단계의 불필요한 비용이 감소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규제 완화로 생산 기반 다지는 농지법 개정
농안법이 유통의 혈맥을 뚫는다면, 농지법 개정은 생산의 기반을 튼튼하게 만드는 조치다.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규제 완화가 주요 골자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산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농작업 필수 편의시설 부지를 '농지' 범위에 포함시킨 점이다. 화장실, 주차장, 농기계 보관소 등 그동안 불법 시설물로 취급받던 시설들을 합법적으로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농업인의 기본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조치임과 동시에,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농지이용증진사업의 시행 주체에 시·도지사를 추가해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 사업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기후와 특산물에 맞는 농지 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자율성이 부여된 것이다. 이는 지역별 특화 작물 생산을 장려하고 로컬푸드 활성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농촌특화지구 내 주요 시설 부지에 대한 농지전용 절차 특례 신설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농촌 공간을 단순 생산지가 아닌 가공, 유통, 체험 관광이 결합된 융복합 산업(6차 산업) 거점으로 재구조화하려는 의도다. 특정 작물을 대량 생산하는 지역에 가공 공장이나 물류 센터를 유치할 때 복잡한 농지전용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그 예다.
이러한 농지법 개정은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대한민국 농업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핵심 조치다. 안정적인 생산 기반 없이는 안정적인 공급도 불가능하다. 외식업계가 국산 식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농업 현장의 지속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번 개정안은 재확인시킨다.
두 법안의 시너지와 외식업계 공급망 파급 효과
농안법과 농지법 개정은 독립된 정책이 아니다. 생산과 유통이라는 공급망의 양대 축을 동시에 개혁함으로써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이 시너지는 외식업 경영의 핵심 변수인 '원가 관리'와 '공급 안정성'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첫째, 식자재 가격 변동성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농지법 개정으로 생산 환경이 개선되면 작황 안정성이 높아져 공급량의 급격한 변동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여기에 농안법 개정으로 도매시장 경쟁이 촉진되고 가격 안정화 기능이 강화되면, 특정 품목의 가격 급등락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 이는 메뉴 가격 조정이 어려운 외식업체에 예측 가능한 원가 구조를 제공하는 이점이다.
둘째, 새로운 식자재 소싱 경로가 다변화될 수 있다. 농지법 개정을 통해 활성화될 농촌특화지구나 6차 산업 단지는 외식업계의 새로운 직거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기존의 복잡한 도매시장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생산자와 직접 계약해 신선하고 특색 있는 식자재를 공급받는 모델이 확산될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는 로컬 식자재를 강조하는 레스토랑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셋째, 유통 비용 절감에 따른 원가 인하 가능성이다. 농안법 개정에 따라 도매법인 간 경쟁이 심화되고 위탁수수료가 합리적으로 조정된다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감소할 수 있다. 이 절감분이 온전히 외식업계의 매입가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간 유통 단계에서 흡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유통 구조 전체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면 최종 소비 단계의 가격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론적으로 두 법안의 동시 개정은 외식업계가 의존하는 농산물 공급망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고 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구조 개선 작업이다.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나, 대한민국 외식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기대와 우려의 교차, 남은 과제는 '실행력'
법안 통과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농업계는 농지법 개정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장의 불편을 해소하는 실질적인 조치라는 평가다. 반면 농안법 개정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도매법인의 기득권이 강고해 법 개정만으로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특히 위탁수수료 조정 '권고' 조항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원론적으로 환영하면서도 실제 효과를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은 "매년 예측 불가능하게 변동하는 채소 가격이 가장 큰 경영 부담"이라며, "이번 법 개정이 구조적인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길 바라지만, 실제 매입 가격에 변화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결국 개정안의 성패는 향후 실행력에 좌우된다. 농식품부는 개정안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6개월 후 시행될 예정이며, 그전까지 신규법인 공모 절차, 재지정 조건 등 하위법령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하위법령에 얼마나 구체적이고 강력한 실행 방안이 담기느냐가 개혁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특히 성과 부진 법인을 가려낼 엄정한 평가체계 설계와 운영이 핵심 과제다.
정부의 강력한 집행 의지 없이는 법 조문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도매법인 등 기존 유통 주체들의 저항을 극복하고 개혁의 취지를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한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외식업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전략 필요
농안법과 농지법 개정은 농업 분야에 국한된 변화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식품 공급망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외식업계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식자재를 공급받는 입장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변화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능동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식업 경영자들은 단기적으로 개정 법안 시행 이후 도매시장 가격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원가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 생산자 단체와의 협력, 계약 재배 확대, 6차 산업화된 농업 법인과의 파트너십 구축 등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소싱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 법 개정은 정부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상생하는 유통 구조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외식업계는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생산 기반 강화와 유통 구조 개혁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때, 외식업계는 고질적인 원가 불안에서 벗어나 맛과 서비스라는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할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Cook&Chef /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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