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정서윤 기자] 짜조를 베트남의 바삭한 튀김 요리라고 설명하는 데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말만으로는 이 음식의 자리를 다 담기 어렵다. 반짱이라 불리는 라이스페이퍼 안에 다진 고기와 새우, 버섯과 당면, 채소를 넣고 말아 기름에 익히는 이 음식에는 베트남이 오랫동안 쌀을 다뤄 온 방식과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 그리고 특별한 날을 위해 기꺼이 손을 모아 온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짜조는 빠르게 완성되는 간식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 음식 쪽에 놓인다.
짜조가 베트남의 음식이 되는 방식
짜조의 기원은 또렷하게 한 줄로 단정하기 어렵다. 중국 춘권의 영향 아래 형성되었다는 설도 있고, 베트남 남부에서 시작해 북부로 퍼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짜조가 외부에서 들어온 조리 감각을 그대로 복사한 음식으로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밀가루 피 대신 쌀로 만든 반짱을 선택했고, 그 안에 넣는 속 역시 지역과 계절, 집안의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바꿔 왔다. 돼지고기와 새우, 게살, 토란, 당면, 버섯, 숙주, 두부까지 다양한 재료가 한 장의 반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음식은 정답이 하나로 고정된 요리가 아니라, 베트남의 생활 조건 속에서 다듬어진 음식이다.
짜조를 이해할 때 중요한 대목은 왜 하필 반짱이었느냐다. 베트남은 쌀이 식생활의 바탕을 이루는 나라다. 밥은 물론이고 국수와 죽, 떡과 종이처럼 얇은 피에 이르기까지 쌀은 형태를 바꾸며 식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짜조의 껍질이 밀가루가 아니라 라이스페이퍼인 이유는 이 음식이 베트남의 쌀 문화 안에서 자라났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같은 롤 형태의 음식이라도 반짱은 밀가루 피와 다른 결을 만든다. 튀겨졌을 때의 얇고 가벼운 바삭함, 그 아래 남는 약한 쫄깃함, 속재료의 풍미를 덮지 않고 드러내는 성질까지, 짜조의 식감은 쌀을 주재료로 삼는 나라의 감각과 맞닿아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환대가 되는 순간
이 음식이 특별한 날과 잘 어울리는 이유도 여기서 이어진다. 짜조는 만들어 내는 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속재료를 잘게 다지고 간을 맞춘 뒤, 반짱의 상태를 살피며 알맞게 적시고, 너무 느슨하지 않게 말아야 한다. 기름의 온도도 중요하고, 튀기는 동안 피가 터지지 않도록 지켜보는 손도 필요하다. 재료를 준비하는 손, 말아 올리는 손, 기름 앞을 지키는 손이 차례로 이어지면서 한 접시가 완성된다. 그래서 짜조는 혼자 급히 차려내는 음식보다는 가족이 함께 준비하는 음식으로 읽힌다. 명절이나 새해, 손님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짜조가 빠지지 않는 이유도 맛만이 아니라 그 과정을 함께 감당하는 시간이 이미 환대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많은 문화권에서 특별한 자리와 가까워진다. 빠르게 차려낼 수 없는 음식은 그 자체로 시간을 건네는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짜조 역시 재료를 다지고, 반짱을 적시고, 속을 감싸고, 기름 앞에서 모양을 지켜봐야 한다. 이 수고가 손님상과 만날 때 음식은 접시 위의 결과를 넘어 관계를 확인하는 행위가 된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쓰고, 그 시간이 바삭한 한입으로 돌아오는 순간 짜조는 환대의 언어가 된다.
베트남에서 짜조가 손님상과 연결되는 까닭은 형태에도 있다. 한입 크기로 말아 내기 좋고,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누기 좋으며, 상 위에 놓였을 때 보기에도 가지런하다. 겉은 황금빛으로 익고, 속은 고기와 해산물, 채소가 어우러져 식감과 향이 층층이 살아난다. 여기에 느억맘을 곁들이면 짠맛과 감칠맛, 산미가 겹쳐지며 음식의 윤곽이 더욱 선명해진다. 짜조는 배를 채우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한 상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맡는다. 누군가를 맞이하는 자리에서 이 음식이 반복해서 선택되어 온 이유도 이 지점에서 읽힌다.
작게 나뉘지만 함께 만드는 음식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는 점도 짜조의 성격을 흥미롭게 만든다. 남부에서는 짜조라 부르고, 북부에서는 넴이나 넴잔이라 부른다. 명칭의 차이는 어휘의 차이를 넘어, 이 음식이 베트남 전역에서 각기 다른 생활의 결을 타고 이어져 왔음을 보여준다. 어떤 곳에서는 새우가 강조되고, 어떤 곳에서는 게살이나 돼지고기가 중심이 되며, 어떤 집에서는 버섯과 당면의 비중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해서 음식의 정체성이 흐려지는 것은 아니다. 이 유연함 덕분에 짜조는 지역의 사정과 계절의 재료를 받아들이며 베트남 각지의 식문화 안으로 깊숙이 스며들 수 있었다.
짜조는 한입 크기로 나뉘어 있지만 혼자만의 음식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두 개만 만들기에는 수고가 크고, 접시에 수북이 쌓였을 때 비로소 어울린다. 작은 롤 하나하나는 개인의 몫으로 나뉘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시간은 대개 여럿의 몫이 된다. 이 점에서 짜조는 작게 나뉜 음식이면서도 공동의 시간을 품은 음식이다. 바삭한 껍질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고기와 채소만이 아니라, 함께 다듬고 말고 기다린 시간의 감각이다.
베트남의 방식으로 다시 접힌 음식
이 음식은 베트남이 외부의 영향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보여준다. 중국의 춘권과 닮은 자취가 있다 해도, 짜조는 그 틀 안에 머물지 않는다. 쌀을 피로 삼고, 생고기와 채소를 함께 말아 튀기며, 느억맘과 향채를 곁들여 완성하는 방식은 베트남의 감각이 분명히 새겨진 선택이다. 다른 문화에서 비롯된 조리법이 한 나라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 나라가 익숙한 재료와 입맛, 생활의 리듬에 맞게 다시 빚어내면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짜조의 가치는 유래를 따지는 데에만 있지 않고, 베트남이 무엇을 자기 식으로 바꾸어 왔는가를 보여주는 데에도 있다.
오늘날 해외에서 짜조는 전채 요리나 사이드 메뉴로 자주 소개된다. 그러나 그 현재의 소비 방식만 따라가면 이 음식의 중심은 자꾸 옅어진다. 짜조는 식당에서 식사 전 입맛을 돋우는 한 접시로도 기능하지만, 베트남 안에서는 그보다 오래된 시간을 품고 있다. 가족이 함께 재료를 다듬고, 튀김 냄새가 집안에 퍼지고, 손님이 오기 전 접시를 가득 채워 두던 시간 말이다. 짜조의 바삭한 껍질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고기와 채소만이 아니다. 쌀을 오랫동안 다뤄 온 감각, 손이 많이 가더라도 좋은 날에는 기꺼이 준비해 내는 마음, 그리고 음식을 통해 사람을 맞아들이는 베트남의 태도가 함께 접혀 있다.
짜조는 베트남식 튀김만두라는 설명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음식이다. 이 음식은 쌀의 나라가 만들어 낸 한 장의 피와, 지역마다 다르게 쌓인 재료의 습관, 특별한 날일수록 더 정성을 들이는 문화가 만나 형성된 결과물로 읽힌다. 그래서 짜조를 한입의 바삭한 튀김으로만 바라보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짜조를 베어 물면 열리는 것은 맛만이 아니다. 그 안에는 쌀을 다루는 나라의 감각,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의 시간, 손님을 위해 손을 더 쓰는 일이 자연스러운 베트남의 마음이 함께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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