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기자]당뇨병은 중년 이후에 시작되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깨지고 있다. 국내 19~39세의 제2형 당뇨병 유병률은 2010년 1.02%에서 2020년 2.02%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2020년 기준 환자 수는 37만2726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당뇨병 전단계 유병률도 15.53%에서 20.92%로 상승했다.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났지만 당뇨병으로 진단되기 전인 청년이 이미 상당한 규모에 이른 것이다.
최근 당뇨로 진료받은 20·30대 환자 수가 10년새 80% 증가로 청년층에서 당뇨병로 치료받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눈과 신장, 신경, 심혈관계 합병증이 나타날 위험도 커진다.
반면 생활 식습관을 바꿀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하다. 제2형 당뇨병과 당뇨병 전단계는 식사와 운동, 체중 관리에 따라 혈당 상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진단 연령이 젊다는 사실은 위험이 일찍 시작됐다는 의미이면서, 관리 역시 일찍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최근 일주일 동안 닷새 이상 아침을 먹지 않은 학생은 남학생 41.9%, 여학생 45.3%였다. 하루 한 번 이상 과일을 섭취한 비율은 남학생 17.9%, 여학생 17.8%에 그쳤다. 단맛 음료를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마신 비율은 남학생 62.8%, 여학생 53.5%였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 전까지 긴 공복을 견디거나 편의점 빵과 과자, 가당 음료로 허기를 채우고 저녁에는 학원과 아르바이트, 야근 탓에 식사가 늦어진다. 배가 많이 고픈 상태에서는 천천히 먹는 밥보다 짧은 시간에 강한 맛과 많은 열량을 제공하는 음식으로 손이 간다. 이러한 식사 방식이 10대부터 20·30대까지 반복되면 식사량과 혈당을 조절하는 생활 리듬도 무너진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2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이 43.9%로 나타났다. 20대 여성도 2022년 18.2%에서 2023년 22.1%로 높아졌다. 비만한 사람이 모두 당뇨병에 걸리는 것은 아닌, 복부지방과 체중 증가는 인슐린이 혈당을 조절하는 기능을 떨어뜨리는 주요 위험 요인이다.
청년의 식탁에서는 한 끼의 양보다 한 끼 안에 들어가는 열량의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크림을 가득 채운 빵, 버터와 초콜릿이 많이 들어간 두꺼운 쿠키, 시럽과 아이스크림을 겹친 음료와 빙수는 당류와 정제 탄수화물, 지방을 한꺼번에 제공한다. 초콜릿의 쌉쌀한 맛이나 견과류의 고소함, 치즈와 소금의 짠맛이 설탕의 단맛을 덮으면서 실제 함량보다 덜 달게 느끼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국민이 가공식품으로 섭취한 당류는 하루 평균 35.5g이었다. 전체 평균은 하루 총열량의 7.7%였지만 12~18세 여학생은 11.1%, 19~29세 여성은 10.5%로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인 총열량의 10%를 넘었다. 여자 청소년의 주요 당류 공급원에는 빵류와 가당 과일·채소음료, 아이스크림류가 포함됐다.
음료의 당류만 줄인다고 식생활 전체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제로음료를 선택하더라도 크림빵과 쿠키, 케이크,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으면 당류와 지방 섭취는 다시 높아진다. 디저트를 식사와 별개의 작은 간식으로 생각하지만, 종류와 크기에 따라 한 끼 식사에 가까운 열량을 가진 제품도 있다. 식사를 마친 뒤 배고픔과 관계없이 음료와 디저트를 더하는 습관은 하루 총섭취량을 키운다.
매운맛은 혀에 강한 자극을 남기지만 양념 속 단맛과 짠맛 그리고 기름진 음식의 자극을 가려 국물과 소스를 계속 먹게 된다. 매운 음식을 먹은 뒤 달콤한 음료, 아이스크림의 디져트가 더해져 맵고, 달고, 짠 맛의 악순환이 이뤄진다.
2023년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136㎎으로 세계보건기구 권고량 2000㎎의 약 1.6배로 외식 한 끼를 통해 섭취하는 나트륨은 평균 1522㎎으로 가정식 한 끼의 1031㎎보다 많았다. 면·만두류와 국·탕류, 볶음류, 찌개·전골류는 국내 나트륨 섭취의 주요 공급원이었다. 국물과 소스를 남기지 않는 외식이 반복될수록 하루 권고량을 넘기기 쉬워진다.
2024년 국내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29세 이하가 17.8%, 30대가 17.4%였다.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에서는 음식·숙박이 18.2%로 주거·수도·광열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1인가구에게 여러 식재료를 구입해 밥과 반찬을 만들고 남은 음식을 보관하는 일은 비용과 노동의 부담이 된다. 한 끼 단위로 주문할 수 있는 배달식과 편의점 도시락, 냉동식품이 현실적인 선택이 되는 이유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도 식욕과 음식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2025년 청소년 조사에서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 학생은 남학생 32.9%, 여학생 50.3%였다. 하루 60분 이상 신체활동을 일주일에 닷새 이상 실천한 비율은 남학생 24.5%, 여학생 8.5%에 불과했다. 잠이 부족하고 몸을 움직일 시간이 줄어든 상태에서 달고 기름진 음식은 피로를 빠르게 달래는 보상처럼 소비된다.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도 대장암은 국내 전체 암 가운데 발병률이 높은 주요 암으로, 대장암의 위험 요인에는 붉은 고기와 가공육의 과다 섭취, 비만, 신체활동 부족, 식이섬유 부족, 흡연과 음주 등이 포함된다 가공육과 정제 탄수화물의 비중이 높고 채소와 통곡물이 적은 식사를 반복하는 생활은 여러 위험 요인을 동시에 키운다.
당뇨병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메뉴를 완전히 끊는 일이 아니라 식사의 양과 시간, 영양 구성을 조절하는 것이다. 밥과 면, 빵을 무조건 먹지 않는 식사보다 정제 탄수화물의 양을 줄이고 채소와 콩류, 단백질 식품을 고르게 배치하는 편이 지속하기 쉽다. 가당 음료를 물이나 무가당 음료로 바꾸고, 디저트는 크기를 줄여 나눠 먹는 방법도 하루 섭취량을 낮춘다.
운동은 혈당을 사용하는 근육의 능력을 높인다. 걷기와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에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인슐린 감수성과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 질병관리청은 당뇨병 환자에게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함께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운동의 강도와 시간은 현재의 혈당 상태와 복용 약물, 합병증 여부에 맞춰 조절해야 한다.
청년 당뇨병은 진단과 함께 건강이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선언이 아니다. 제2형 당뇨병은 식사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필요한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당뇨병 전단계에서는 생활을 바꾸는 시기가 빠를수록 당뇨병으로 진행할 위험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
청년 건강에 필요한 것은 극단적인 절식이나 짧은 기간의 고강도 운동이 아니다. 아침이나 점심을 거른 뒤 밤에 몰아먹지 않는 것, 한 끼에 면과 빵을 겹치지 않는 것, 국물과 소스를 남기는 것, 디저트와 가당 음료를 매번 식사에 붙이지 않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식사 후 20~30분 걷는 시간도 혈당 관리의 일부가 된다.
달고 맵고 짠 음식은 청년 당뇨병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다. 그러나 강한 맛과 많은 토핑, 큰 용량이 일상의 기준이 되고, 아침 결식과 수면 부족, 운동 부족이 함께 쌓이면 몸은 그 변화를 혈당과 체중으로 기록한다. 청년 당뇨병 통계가 전하는 핵심은 공포가 아니라 시작 시점이다. 식탁과 하루의 움직임을 바꾸는 순간부터 혈당도 다시 관리할 수 있다.
Cook&Chef / 서진영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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