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분야의 학생과 면담하지만 내 주위의 교수님들과 이야기해보면 의대생, 법대생, 경영대생, 한의대생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고민은 모두 비슷하다. 분야별로 약간은 다르겠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다. 젊은 사람일수록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고민이 많다. 빨리 성공하고 싶고, 남들보다 잘 되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많은 고민을 만든다. 젊은이들뿐 아니라 나이가 든 이들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있다.
20대에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여 그 길로 꾸준히 노력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성공한 선배들의 삶이 쉽게 보이지만 그 긴 세월의 노고와 아픔은 본인 자신만 알지 남들은 모른다. 자신의 진로를 누가 찾아주기를 바라지만 그것도 어렵다. 왜냐면 길을 가르쳐 준다고 모두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딸이 두 명 있는데, 진로문제로 항상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다. 큰 딸은 고등학교에서 양식조리를 가르치니 이것이 천직인가 보다 하고 일한다. 남들이 보면 환상적인 직업이라고 하지만 본인은 또 다른 꿈을 꾼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야 이룰 일일 것이다.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말은 아마도 우리나라 모든 부모님들이 자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일 것이다.
조리사는 취업이 되어도 문제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제과, 제빵이 있는데 이것도 본인이 원하는 대로 되기가 쉽지 않다. 보통 실습생으로 들어가서 회사에서 정해주는 대로 진로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취업이 된 후에도 상사와의 갈등은 말도 못한다. TV에 나오는 멋있는 내용은 모두가 허구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 실제와는 너무 다르다. 학교에서는 교수가 모든 것을 가르쳐주지만 주방에 가서 월급을 받고 일하면 그때부터는 모든 것이 경쟁이다. 이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
1975년에 요리를 시작한 후, 신라호텔을 그만 둘 때까지 항상 긴장 속에 지냈다. 지금도 물론 긴장하면서 후배 양성을 위해 노력한다. 남들이 나를 두고 일을 많이 만드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마도 호텔에서 근무할 때도 일을 자꾸 만드니까 선배나 동료 조리사들이 안 좋게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직장을 바꾼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직장을 옮겼을 때 월급이 적으면 잠시는 후회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면 한 가지는 손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하느님은 모든 걸 다 주시지는 않는다고 위안한다. 모든 것을 다 주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 말도고 모든 사람들이 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내 인생의 후배들에게 진로가 결정까지 어렵지만 20대 때 빨리 결정하라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자식에게 자랑하고 싶은 직종의 일을 찾아서 꾸준히 노력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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