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민혜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지난 7월 10일, 쉐프로봇테크에서 개발한 자동조리로봇 4종(양식, 라면, 우동, 한식)에 대해 ‘식품용 기기 안전관리 인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증은 자동화 조리기기의 위생안전 관리와 더불어, 로봇 기술의 외식 현장 적용이 제도화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해당 조리로봇은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부터 조리, 배식까지 모든 과정을 평균 3분 이내에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이번 인증에 ‘한식 자동조리로봇’이 포함되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고추장, 된장, 간장 등 복잡한 발효 조미료를 사용하는 조리과정을 기계가 구현할 수 있는지를 두고, 셰프들 사이에서도 해묵은 질문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부터 조리로봇 산업의 급속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인증기준(NSF) 일부를 반영한 국내 인증제도를 마련했다. NSF는 식품용 상업기기의 위생 안전성과 기능을 보증하는 국제적 인증으로,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서도 통용된다. 식약처는 해당 인증 기준을 토대로 2024년 2월 조리용 부품(그리퍼 바), 초음파 튀김기 등을 인증한 데 이어, 이번에 조리로봇까지 확대 적용한 것이다. 인증된 업장은 해당 기기의 인증마크를 광고에 활용할 수 있으며, 이는 소비자에게 음식 선택의 기준이자 외식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쿡앤셰프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신중한 관점을 제시한다. 우선, 조리로봇이 인력난 해소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기계가 제공하는 것이 ‘음식’인가 ‘식사 경험’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장 셰프들의 역할은 단순 조리기술을 넘어, 숙련과 판단에 기반한 상황 대응과 감각적 창작으로 구성된다. 로봇이 이를 대체한다면, 조리의 창의성과 인간의 손맛은 어디로 가는가. 또한 인증 기준은 위생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한식이 지닌 지역성과 계절성, 음식 철학이 반영되기는 어렵다. 조리의 자동화가 보편화될수록 셰프는 기술자가 아닌 콘텐츠 설계자이자, 조리행위의 철학을 해석하는 기획자로 거듭나야 한다.
이번 인증이 식약처에 의해 제도화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나,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의 기술 확산이 중소 외식업장의 다양성을 저해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비용 부담과 기술 적용 여건이 다른 현장에서 로봇 조리가 새로운 ‘표준’으로 작용할 경우, 오히려 외식문화의 획일화가 초래될 수도 있다.
식약처는 이번 인증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7월 15일부터 8월 17일까지 인증제도에 대한 퀴즈 이벤트를 진행한다. 정답자 중 200명에게는 편의점 쿠폰이 제공되며, 참여는 식약처 공식 블로그 ‘식약놀이터’를 통해 가능하다.
조리로봇은 이제 실험 단계가 아닌, 위생과 기능을 기준으로 공공기관의 인증을 받는 제도적 기기로 자리잡았다. 쿡앤셰프는 이 변화의 흐름을 기술 찬양이나 자동화 만능주의가 아닌, 조리행위의 본질과 셰프의 창의성을 지켜내는 관점에서 계속해서 조명할 것이다. 진짜 질문은 언제나 같다. 누가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담고 있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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