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대체육으로 구현한 탕수육과 짬뽕, 새로운 중식 해석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중식당에서 탕수육과 짬뽕, 유린기를 주문했는데 고기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면. 처음엔 고개가 갸웃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이 낯선 설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곳이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에 자리한 비건 중식당 알트에이(Alt.A)다. 알트에이는 2025년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신규로 이름을 올리며, ‘비건 중식’이라는 다소 실험적인 장르를 하나의 완성된 외식 경험으로 제시했다.
미쉐린 가이드는 알트에이에 대해 “100% 식물성 재료와 대체육으로 중식을 구현한 곳으로, 비건식이 낯선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며 “기름기가 적어 소화가 잘되고, 중식으로서도 비건식으로서도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고기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굳이 설명하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 만큼, 식감과 풍미가 익숙한 중식이라는 점이 선정 이유로 꼽힌다.
알트에이는 식물성 대체식품 전문기업 알티스트(Altist)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단순한 외식 공간을 넘어, 자사 식물성 대체육과 소스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매장 한편에는 알티스트의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고, 레스토랑에서 얻은 고객 반응은 실제 제품 개발로 이어진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백짬뽕은 알트에이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세 가지 버섯과 푸주, 양파, 청경채가 푸짐하게 들어간 국물은 비건 음식이라는 설명이 무색할 만큼 깊다. 기름기가 거의 없어 국물이 맑고 깔끔한데, 여기에 은은한 불향이 더해져 일반 중식당의 백짬뽕보다 오히려 완성도가 높다는 인상을 준다. 끝까지 먹어도 느끼함이 남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튀김 요리 역시 알트에이의 강점이다. 유린육과 탕수육은 식물성 대체육을 사용했지만, 쫄깃한 식감과 바삭한 튀김옷 덕분에 고기와의 차이를 쉽게 느끼기 어렵다. 유린육은 새콤한 소스와 잘 어우러지고, 튀김임에도 담백하다. 유린팽이는 돼지고기 대신 팽이버섯을 튀겨낸 메뉴로, 탑처럼 쌓아 올린 비주얼이 먼저 눈길을 끈다. 소스에 듬뿍 찍어 먹어도 바삭함이 유지돼 식감의 만족도가 높다.
가지 요리도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어향 통가지는 부드럽게 익힌 가지에 식물성 고기가 듬뿍 들어간 소스를 얹은 메뉴로, 짭짤하고 매콤한 양념 덕분에 밥과 함께 먹기 좋다. 가지 특유의 물컹함을 꺼리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식감이다. 이 외에도 가지덮밥, 깐풍버섯, 갈비살 고추잡채 등 메뉴 구성은 전통 중식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재료만 식물성으로 바꾼 형태다.
짜장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기본 짜장면과 함께 된장 짜장면, 최근 출시된 트러플 짜장면까지 선택지가 넓다. 된장 짜장면은 춘장 대신 된장을 사용해 색은 연하지만 구수한 풍미가 깊고, 트러플 짜장면은 이탈리아산 블랙 트러플과 청양고추를 더해 향과 매운맛의 균형이 돋보인다. 짬뽕은 면과 밥 중 선택할 수 있으며, 건더기와 푸주 등 씹는 맛이 강한 재료들이 해산물과 고기의 역할을 대신한다.
공간은 따뜻한 조명과 원목 가구를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테이블 간격도 여유 있어 혼밥부터 소규모 모임까지 무리 없다. 음식의 색감이 자연스럽게 살아나도록 과한 장식은 배제했다.
실제 방문객들의 반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는 ‘속이 편하다’는 점이다. 짜장과 짬뽕, 튀김 요리를 여러 가지 먹었음에도 중식 특유의 더부룩함이 남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고기 없는 중식이라는 걸 잊게 된다”는 후기도 이어진다. 비건이 아닌 사람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알트에이는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며,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다.
비건 중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지만, 이곳의 음식은 실험적이기보다 익숙하다. 다만 먹고 난 뒤의 느낌은 다르다. 알트에이는 ‘비건이라서 가능한 중식’이 아니라, ‘비건이어서 더 끌리는 중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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