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물가 불안 초래한 구조적 탈세”…추가 조사 대상 14곳, 탈루 규모 5천억 원
[Cook&Chef = 조서율 기자] 국민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먹거리와 생필품 기업들이 거액의 탈세 혐의로 대거 적발됐다. 오비맥주와 빙그레, 샘표식품 등 가공식품·주류 업체를 포함한 독과점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통해 이익을 키운 뒤 내부 거래로 세금을 줄여온 사실이 9일 국세청 조사에서 드러났다.
국세청(청장 임광현)은 폭리로 물가 불안을 조장한 53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3천898억 원 규모의 탈세를 적발하고 이 가운데 1천785억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 중인 ‘민생 세무조사’의 1차 결과다.
조사 결과, 독과점 지위를 가진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의 탈세 규모가 가장 컸다. 오비맥주는 판매점 등에 지급한 1천억 원대 리베이트를 광고비로 위장 처리하고, 원재료 구매를 맡긴 특수관계법인에 450억 원의 수수료를 과다 지급해 이익을 분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이러한 비용 구조가 제품 가격을 22%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 판단했으며, 추징액만 약 1천억 원에 달한다.
빙그레 역시 특수관계법인에 물류비 250억 원을 과다 지급해 이익을 이전한 사실이 적발됐다. 물류비 상승분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을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 라면 제조업체도 300억 원 규모의 탈세 혐의로 추징 대상에 포함됐다.
식품업계 외에도 장례업체의 조직적인 탈세 행태가 확인됐다. 한 장례업체는 인건비와 수수료 지급 내역을 허위로 꾸며 5년간 매출의 97%를 탈루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이번 1차 조사에 이어 2·3차 조사를 진행 중이며, 탈루 혐의 규모만 5천억 원에 달하는 14개 업체를 대상으로 4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에는 대한제분과 샘표식품 등 식품·생필품 관련 주요 기업들이 포함됐다.
대한제분은 담합을 통해 가격 인상 순서를 정하고, 허위 계산서를 교환해 원재료 매입단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명예회장 장례비와 사주 소유 스포츠카 유지비를 회사 자금으로 부담한 정황도 포착됐다. 샘표식품 역시 원가 하락 상황에서도 주요 제품 가격을 10% 이상 인상한 뒤, 사주 자녀 명의 회사와의 고가 거래를 통해 이익을 이전한 의혹을 받고 있다.
농축산물 유통업체와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일부 청과물 유통사는 낮은 관세 혜택을 받고도 가격을 인상하고 특수관계법인으로 이익을 이전했으며,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로열티·광고비 미신고, 가족 급여 지급 등의 수법으로 수십억 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공정위나 검찰 수사로 담합 행위가 확인된 업체에 대해서는 조세 탈루 여부를 즉시 분석해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며 “물가 안정과 공정 과세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특정 기업의 일탈을 넘어, 독과점 시장에서 가격 인상과 내부 거래를 통한 세금 회피가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지배력이 공정 경쟁이 아닌 가격 통제와 조세 회피로 이어질 경우,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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