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이경엽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와 한식진흥원(이사장 이규민)이 28일 발표한 「2024년 한식산업 실태조사」 결과는 한식산업이 ‘외식 중심’에서 ‘제조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음을 수치로 증명했다. 전통 한식에 대한 인식은 다소 약화되었고, 한식 외식업계는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한식 제조업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한식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한식 외식업, 전년 대비 감소… 제조업은 17% 이상 성장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식산업 전체 사업체 수는 50만 4,657개소로, 전년(51만 2,979개소) 대비 1.6% 감소했다. 이 중 한식 외식업체는 46만 219개소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전년 대비 감소세(−2.1%)를 보였다.
반면 한식 제조업체 수는 4만 4,438개소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으며, 매출액 기준으로는 한식 제조업이 55조 9,539억 원, 한식 외식업이 97조 308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한식 품목 매출(136조 8,786억 원) 중 제조업 비중은 34%를 넘기며 전년 대비 17.1% 증가했다.
이는 식료품 가공·포장산업의 성장과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확장, K-푸드 수출 확대 등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통 한식에 가깝다” 응답 줄어… 소비 인식 변화 주목
외식업의 구조적 위축은 메뉴 인식 변화에서도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한식 외식업에서 제공되는 메뉴가 전통 한식에 가깝다고 응답한 비율은 80.7%로, 전년(82.6%)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매우 가깝다’는 응답은 41.8%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하락했고, ‘가까운 편이다’도 소폭 감소했다. 이는 퓨전, 혼합식 형태의 한식 외식이 확대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는 고전적 의미의 전통 한식에서 벗어난 다양한 조리 형태와 식재료, 글로벌 조리법이 빠르게 융합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셰프와 외식업 경영자에게 새로운 해석과 선택을 요구한다.
한식 외식업 종사자 100만 명 시대…그러나 미래는 불투명
전체 한식산업 종사자는 130만 236명이며, 그 중 외식업 종사자는 108만 5,950명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한다. 이처럼 여전히 고용 측면에서는 외식업의 절대적 비중이 유지되고 있으나, 구조적 위기와 인건비 상승, 점포 수익성 악화 등이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한식 외식업의 정체 혹은 감소는 곧 자영업자의 생존 문제이자, 요리인의 일자리 구조와 연결된다. 특히 청년 셰프와 외식업계 진입자들은 과거보다 더 높은 경영 리스크와 시장 분산에 직면하고 있다.
제조 중심 구조로 전환되는 한식산업…셰프의 역할은 달라질까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진 제조업의 약진은 ‘한식산업의 지형 변화’를 상징한다. 단순한 외식에서 가공·유통·수출로 확장되는 산업구조는 이제 셰프와 요리인들에게도 ‘조리’ 중심에서 ‘상품화·콘텐츠화’ 중심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특히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된 한식 외식업의 전통성 인식 감소는 “전통을 지키는 것”보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확장하는 셰프”의 역할이 중요해졌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앞으로 한식을 만드는 이들에게는 레시피 이상의 기획력과 콘셉트 역량, 그리고 브랜드 전략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정부는 통계, 업계는 전략…한식산업 진흥의 다음 단계는?
농림축산식품부 주원철 식품산업정책관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식 진흥 시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식 외식업의 하락세와 제조업의 급부상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정부가 진흥 정책만으로는 전체 한식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현장 중심의 맞춤형 지원, 외식업계의 혁신 인프라 투자, 조리 종사자의 전문직 정체성 강화 등 보다 실질적인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실태조사 결과 전문은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 누리집 및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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