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J제일제당이 미국에서 ‘비비고 만두’의 디자인 특허를 취득하자, 중국 언론과 일부 네티즌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이 또 문화를 훔쳤다”, “중국 전통음식에 특허를 냈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겉으로 보기엔 전통에 대한 문화적 분노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복합적인 전략이 깔려 있다. 잘 나가는 한국 브랜드를 견제하기 위한 이미지 훼손 시도, 즉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문제의 핵심은 특허의 성격이다. CJ제일제당이 미국 특허청(USPTO)으로부터 취득한 권리는 기술 특허가 아니라, 디자인 특허다. 이는 만두의 제조법이나 재료가 아닌, ‘두 줄의 주름이 반복되는 형상’과 같은 외형적 요소에 대한 시각적 창작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대량 생산 과정에서 만두 끝부분이 터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실용성과, 브랜드를 구별할 수 있는 시각적 차별성이 결합된 디자인이다. 다시 말해, 전통음식 전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외형에 대한 보호를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영 매체는 “중국 전통음식에 특허를 냈다”, “한국이 또 문화를 훔쳤다”는 식으로 논점을 비틀고 있다. 이는 사실의 왜곡이다. 만두는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오랜 기간 공유해 온 전통음식이며, 그 자체를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누가 어떻게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고 산업화했는지를 보는 것이 더욱 생산적인 관점이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단순히 한국식 전통만두를 수출한 것이 아니다. 미국인의 건강한 식생활 트렌드를 반영해 돼지고기 대신 저지방 닭고기를 사용하고, 만두피는 얇게, 채소 비율은 높게 구성했다. 더 나아가 미국 소비자가 낯설어하는 부추는 배제하고, 선호도가 높은 고수(cilantro)를 사용한 ‘치킨&고수 만두’를 단독 출시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는 단순한 문화의 수입이 아니라, 시장 맞춤형 혁신 상품 개발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CJ는 제품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유통 전략에도 힘을 쏟았다. 2019년,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Schwan’s)를 인수하면서 현지 유통망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미국 전역에 약 6만 개 이상의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게 되었고, 자체 생산시설도 미국 내 20여 곳 이상에 마련했다. 이처럼 현지화된 제품 전략 + 유통망 확보 + 브랜드 강화라는 삼박자가 비비고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비비고는 미국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 44.5%를 기록하며 8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25년 넘게 시장을 장악했던 중국계 브랜드 ‘링링(Ling Ling)’을 제친 성과다. 중국 언론과 소비자들이 이를 견제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을 왜곡하거나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은 정당하지 않다. 정상적인 시장 경쟁 대신 여론몰이로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것은 시장질서에도 위배되는 일이다.
현대의 식품 산업은 더 이상 ‘손맛’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과학적인 제품 기획, 고도화된 생산 기술, 디자인 차별화, 유통 인프라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확보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디자인 특허 역시 산업 경쟁력의 일부다. 단순히 미적 감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신뢰도와 시장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수단인 것이다.
비비고의 이번 디자인 특허 등록은 문화의 독점이 아니라, 창의성과 실용성이 결합된 현대적 산업 디자인에 대한 정당한 보호다. 이는 중국의 전통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공유된 음식문화를 글로벌 소비자에게 맞춰 재해석한 창조적 성과다.
이번 논란은 한편으로, 한국 식품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기술, 맛, 유통만으로는 부족하다.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과 포장, 마케팅 전략까지 포함하는 지식재산권 보호 체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K-푸드’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전통은 함께 나눌 수 있지만, 혁신은 보호되어야 한다. 감정 아닌 이성, 선동이 아닌 사실 위에서 비판과 경쟁이 이루어질 때, 건강한 글로벌 시장과 문화교류도 가능해진다.[Cook&Chef = 임병웅 전문기자(레시피재산권 전문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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