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살면서 신뢰감을 주고 사는 것이 올바른 길

[Cook&Chef 최수근 칼럼니스트] 내가 꼬르동 블루에서 유학하던 시절, 파리에 있는 한식당 ‘한림’에서 일하고 있을 때다. 나는 원래 양식당 주방에서 요리를 했는데 졸지에 웨이터로 일하게 되었다. 어느 날 한국 출신의 가수 '키메라'라고 하는 아랍 부호 부인의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그때 나는 한림에서 월 20만원의 봉급을 받았는데, 월 200만원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좀 이상했다. 대개는 2-3배의 봉급을 더 주는데, 무려 10배의 돈을 더 주겠다고 하니, 이상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알아보니 이 사람은 스페인의 별장에서 일할 요리사를 구하고 있었는데, 돈이 궁한 유학생의 신분에 이런 제의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당장 생활의 수준과 환경이 달라질 수 있는데 왜 이것을 거절 하겠는가? 하지만 며칠 고민하다가 포기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한림의 이철종 사장님을 배신할 수 없었다. 얼마의 돈 때문에 직장을 옮긴다면 평생을 반복하여 직장을 바꾸는 사람이 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도와준 사장님께 참 감사하다.

원래 이철종 사장님은 17살에 서울로 상경하여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면서 요리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웠다고 한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주방장이 술을 먹고 안 나오자, 엉겁결에 짜장면을 대신 만들게 되었는데, 며칠 후 주인이 주방장으로 임명했다고 한다. 그 후 성균관대 앞에 있는 삼성원에서 유명한 중식 주방장으로 열심히 일했고, 한 집에 20년 정도 꾸준히 있으니, 파리에 오는 기회를 얻었다고 하셨다.
파리에 오게 된 동기도 삼성원에서 밥을 먹던 학생들이 프랑스에 유학을 가서 한국 식당 주인에게 한국의 삼성원 주방장이 음식을 참 잘하는데, 이 분을 모셔오면 성공할 것이라는 얘기를 해주어, 이 주인이 서울에서 데려왔다고 한다. 사장님은 혼자 초청되어 열심히 노력하여 돈을 모아 지금의 식당을 만드셨다고 한다.

사람이 살면서 신뢰감을 주고 사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나는 내 아버님으로부터 항상 들어왔다. 그리고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배반하고 직장을 떠나는 일을 많이 보아왔다. 그렇게 하는 사람 모두에게 물어보면 이유는 항상 있었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꼭 후회를 한다. 나 자신도 한림의 이사장님을 실망시킬 수 없었고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 후에도 여러 번 이직의 유혹이 있었지만,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것을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나 잘한 선택이었다. 프랑스에서 귀국한지가 30년이 넘었음에도 한림하고의 인연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생각하건대 직장에 남는 것도 용기이고, 떠나는 것도 용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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