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과 포용성을 향한 끊임없는 탐구, 그리고 새로운 미식 언어 창조
1년간의 팝업 레스토랑 통해 뉴욕을 넘어 美남부의 미식 지도를 새로 완성
[Cook&Chef = 이준민 기자] 2021년, 세계 최정상의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 이하 EMP)’를 100% 식물 기반으로 전환하며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던 다니엘 흄(Daniel Humm) 셰프. 그가 2025년 10월, 또 한 번의 변화를 선언했다.
약 4년간의 비건 실험을 마치고 10월 14일부터 일부 육류와 해산물을 메뉴에 다시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메뉴 개편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미식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찰이 반영된 결정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그는 미국 남부 찰스턴의 ‘찰스턴 플레이스(Charleston Place)’ 호텔에서 1년간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자신의 미식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4년간의 위대한 실험, 그리고 새로운 시작
다니엘 흄이 EMP를 완전 식물 기반 레스토랑으로 전환했을 때, 미식계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 육류와 해산물을 포기한다는 것은 파격적인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의 식품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자신의 선택이 기후 위기 대응과 창의적 탐구의 일환임을 밝혔다. EMP는 2022년, 완전 비건 메뉴로 세계 최초의 미슐랭 3스타를 유지한 레스토랑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2025년, 그는 20주년을 앞두고 또 한 번의 결단을 내렸다. “변화는 나의 DNA다. 이제는 우리가 구축한 새로운 언어를 통합할 때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10월 14일부터 EMP 고객들은 기존의 식물 기반 메뉴를 그대로 선택하거나, 일부 코스에 한해 육류·해산물을 포함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이것은 후퇴가 아니라 진화”라며,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고 진정한 환대의 의미를 확장하기 위한 결정임을 강조했다.
찰스턴의 심장부에서 펼쳐지는 1년간의 미식 축제
다니엘 흄의 도전은 뉴욕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2025년 10월 2일, 미국 남부의 역사적 도시 찰스턴의 ‘찰스턴 플레이스’ 호텔에서 1년간의 팝업 레스토랑 ‘Chef Daniel Humm × The Charleston Place’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찰스턴 그릴’ 자리를 이어받아, EMP 팀 일부가 참여해 선보이는 협업 형태로 운영된다.
찰스턴은 지역 식재료와 전통 조리법이 공존하는 도시로, 이번 팝업은 그 지역성과 EMP 특유의 정교한 감각이 결합하는 실험 무대가 되고 있다. 첫 시즌 메뉴에는 채소 중심의 요리와 함께 흑대구(black cod), 닭고기 등 일부 단백질 요리가 포함되었다. 이는 뉴욕과 찰스턴, 두 도시의 감성을 잇는 새로운 미식의 교차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판과 논란 속에서 굳건해진 철학
EMP의 비건 전환과 육류 재도입 결정은 전 세계 미식계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비건 커뮤니티는 실망을 표했고, 일부 평론가는 고가의 비건 메뉴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였다.
그의 결정은 ‘지속가능성’의 본질적 의미를 되묻는 계기가 되었다. 진정한 지속가능성이란 배제보다 포용에 있고, 음식이란 궁극적으로 사람을 연결하는 언어라는 그의 믿음이 이번 행보의 중심에 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미식의 탐험가
다니엘 흄은 세계 최고의 셰프로 불리지만, 그에게 ‘정상’은 멈춤이 아닌 또 다른 출발점이다. 그는 창조와 실험을 통해 늘 스스로를 갱신해왔다. 비건에서 다시 육류로, 뉴욕에서 찰스턴으로 —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미식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그의 여정은 셰프가 사회적 담론의 중심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묻게 된다. 그의 다음 진화는 어디를 향할 것인가.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미식의 탐험가, 다니엘 흄의 여정을 계속 지켜볼 것이다.
Cook&Chef / 이준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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