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빚은 막걸리가 계절마다, 빚은 사람마다, 담긴 항아리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 지게미의 맛을 보고 어떤 음식에 써야할지 결정해야 한다.
새큼한 맛이 강하면 발효초장이나 드레싱, 소스 등을 만들어도 좋다. 레몬이 들어간 마리네이드의 베이스로 사용해도 묵직한 풍미를 더해주기 때문에 아주 좋다.
알코올이 강하게 남아 쓴맛이 지배적이라면 이것으로 질긴, 혹은 냄새가 강한 육류를 절이거나 장을 담가도 좋다. 보관이 오래되어도 상할 걱정을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장기 보관용 요리에 적합하다. 또는 단맛이 강한 지게미가 나왔을 경우 고추장에 적합하다. 자연 단맛과 감칠맛이 장에 필요한 역할을 충분히 해주기 때문이다. 영양과 식이섬유소가 풍부하여 부드럽게 씹히는 감촉이 좋고, 하얀 색감과 무게감에서 오는 만족도 높다. 이를 데친 채소나 생으로 버무려 먹는 요리에 섞어서 특별함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아시아 음식 뿐 아니라 양식에서 또한 그 활용도가 높기에 현지 셰프들에게도 반응이 폭발적이다. 환경을 살리는 발효 요리, 유럽에서도 시도해 볼 수 있는 몇 가지의 지게미 요리를 소개해 보려 한다.
토마토, 당근, 무를 이용한 지게미 초절임이다. 현지에서 풍부하게 재배되는 토마토들을 활용하여 지게미 본연의 새콤 달콤한 맛을 극대화 시켰다. 당근은 한국과 다르게 더 작고 귀엽다. 껍질 채로 절이고 발효하여 지게미 맛이 들면 그 아삭함과 새콤 달콤함이 극을 이룬다. 무는 한국보다 길고 가늘고 쓰다. 단맛, 시원한 맛은 없이 약간 쓰고 아린맛이 강해 국을 끓이면 낭패다. 식감도 무르기 때문에 절이는데 특별한 공이 더 필요하다.
얇게 썬 적,흰양파를 물에 헹구어 맵고 쓴맛을 제거해 준다. 그 위에 준비한 발효버섯 샹테이(chanterelles), 무, 당근 초절임 을 한입 크기로 총총히 올려준다. 지게미 토마토 마리네이드는 반 씩 자르거나 통으로 올리고, 마리네이드 했던 지게미 양파 소스를 마지막에 뿌려준다.
지게미 토마토 마리네이드
* 재료
지게미 5큰술, 컬러 방울토마토 500g, 레몬 1ea, 다진 양파 3큰술, 막걸리 식초 5큰술,
올리브 오일 5큰술, 유자청 2큰술, 소금 1큰술, 후추 조금
* 만드는 법
1. 토마토는 끓는 2L의 소금 물에 10초간 데친다.
2. 얼음물에 바로 담근 뒤 껍질을 벗겨 소독된 통에 담는다.
3. 레몬 반 개는 즙을 짠 뒤 나머지 재료들을 잘 섞어서 토마토에 부어준다.
4. 나머지 레몬을 도톰하게 0.7cm로 슬라이스 하여 사이사이 얹어준다.
5. 3일 숙성 후 샐러드나 석화, 카나페에 곁들여 먹는다.
지게미 무, 당근 절임 * 재료
무 500g, 당근 300g, 소금 50g, 물엿 100g, 지게미 200g + 소금 30g + 막걸리 식초 30g
* 만드는 법
1. 무는 껍질을 벗겨서 동글게 2cm로 썰어준다.
2. 당근은 껍질을 솔로 깨끗하게 문질러 씻는다.
3. 무와 당근을 소금에 절인 다음 물이 생기면 따라낸다.
4. 1차로 절여진 채소에 물엿을 부어 버무려 준다.
(탈수를 확실하게 하여 아삭한 식감과 보존력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5. 2차로 절여진 채소에 나온 물도 따라내 버린다.
6. 지게미와 소금을 잘 섞은 뒤 절인 채소를 사이사이에 박아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7. 10일 이후에 먹으면 아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지게미 장아찌가 된다.
오랜 전통을 이어온 각국의 주류 사업에 비하여 한국의 전통주는 그 기술과 맛을 다시 복원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였는지 우리나라에서는 잘 활용하지 못했던 지게미들을 오히려 일본에서 수입해 만드는 상품들이 지금도 많다.
일본의 오이, 무 장아찌 뿐만 아니라 술지게미 아이스크림, 화장품, 양식 고등어 사료, 애견 간식 등 셀 수 없지만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지게미 제품은 거의 찾아 보기 어렵다. 거의 버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게미의 재활용은 그 속 아직 남은 영양분을 새롭게 활용하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일 뿐 아니라 국내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통주 시장과 발 맞추어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국내 지게미 가공으로 장아찌를 제조하는 업체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양의 지게미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환경과 자원활용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프랑스에 온 필자는 윤여진 대표와 함께 현지에서 설립한 MDM (Maison de Makoli)의 막걸리와 발효음식, ‘지게미를 활용한 요리’등을 개발하고 있다.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생막걸리를 제조, 유통하며 생산된 지게미를 요리에 활용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자, 셰프들이여. 이제 한국산 지게미를 활용해서 요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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