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식재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제철 식재료, 생산자의 이야기, 기후 변화와 토종 품종까지 식탁을 둘러싼 질문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벗밭’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2019년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이 시작한 작은 모임은 이제 식재료 경험 프로그램, 농부시장 협업, 산지 미식 투어 등으로 확장되며 식탁과 밭을 연결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벗밭은 단순히 음식을 소개하는 활동이 아니다. 식재료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방식으로 식문화를 바라보려는 시도다. Cook&Chef는 벗밭을 통해 지금 우리가 식재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서강대학교에서 두 분이 만나 ‘벗밭’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벗밭은 2019년 대학에서 만난 네 명의 친구들이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전공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먹는 것’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왜 식재료에 대해 이렇게 적게 알고 있을까, 왜 먹는 경험에 대해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었습니다.
Q. ‘벗밭’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습니까?
A. ‘벗’과 ‘밭’을 합친 이름입니다.
‘벗’은 친구를 의미하고 ‘밭’은 식사가 시작되는 장소입니다. 식사를 통해 밭과 연결된 다양한 존재들과 친구가 되는 방법을 묻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의 의미는 영어 but입니다. 식사의 문제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향해 나아가 보자는 마음을 담았습니다.초기의 벗밭은 ‘우리끼리의 식문화 실험실’에 가까웠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식재료 꾸러미를 나누며 다양한 식재료를 경험하는 작은 모임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서 벗밭은 단순한 식사 모임을 넘어 식재료를 이해하고 경험을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점차 확장되었습니다.
Q. 하나의 식재료를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는 프로그램이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A. 벗밭의 프로그램은 ‘배움’보다 ‘먹는 경험’에서 시작했습니다.우리는 사람들이 단순히 식재료 이름만 아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품종과 맛을 직접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식재료를 여러 방식으로 경험하고 참여자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Q. 참여자들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나는 변화는 무엇입니까?
A. 많은 참여자들이 ‘함께 먹는 즐거움’을 새롭게 느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프로그램 이후 집에서도 직접 요리를 해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식재료 생산 과정이나 환경 문제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최근 식재료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십니까?
A.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철’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면서 제철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입니다.
식재료 너머 생산자의 이야기, 그리고 재료에 대한 애정을 계속해서 전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꾸준히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소비자들이 식재료를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습니까?
A. 가치소비, 건강, 자기돌봄 등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식재료 혹은 식사를 선택하는 기준도 계절성, 환경적 가치, 합리적인 가격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는 다르게 제철 음식이나 건강한 음식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구매로 바로 이어지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기후 변화로 인해 식재료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A. 매년 다품종 제철 식재료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농부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고 실제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여름이 뜨거워지면서 작물이 북상하는 현상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변덕스러운 날씨 변화가 가장 어려운 지점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축적되어 온 날씨 데이터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Q. 토종 품종을 지키는 농부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A. 토종 농사는 단순히 오래된 품종을 보존하는 일을 넘어 자연과 긴밀하게 호흡하고 식량주권과 농민주권을 되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방색 논을 만들기 위해 토종 벼를 심는 농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연 경관까지 함께 생각하는 농사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마르쉐 농부시장과 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마르쉐 농부시장을 좋아했고 그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 마르쉐’ 프로그램을 통해 주중 저녁에 모여 농부시장에서 구매한 식재료 꾸러미를 나누고 함께 요리하고 먹는 모임입니다.
Q. 농부시장은 벗밭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A. 마르쉐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대화하는 농부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식재료만 보는 것과 생산자가 직접 건네주는 채소를 받는 경험은 다릅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과 식재료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최근 기후 위기로 인해 식재료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익숙했던 작물의 재배지가 이동하고 품종의 다양성 역시 위협받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벗밭의 활동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식재료를 함께 나누어 먹는 경험을 통해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혼자 식사를 하는 일이 많아진 시대에, 벗밭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식재료를 경험하고 나누는 방식을 제안한다.
식재료 구매 자체가 부담이 되는 사람들에게도 ‘식재료란 무엇인가’를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모임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결국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벗밭은 그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작은 실험을 이어가고 있었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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