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절은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축일이자 최대 명절이며, 그 시기는 앞서 언급한 유월절과 일치
[Cook&Chef=유영보 리포터]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다. 지난 주말 지인들의 SNS가 온통 벚꽃으로 가득한 걸 보니, 이제 벚꽃놀이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이 계절의 ‘국룰’로 자리잡은 것 같다. 한편, 상대적으로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서양문화권에서는 4월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날이 부활절이다.
부활절에 먹는 음식들을 찾아보면, 계란이나 계란을 이용한 빵과 수프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주 요리에 대한 언급은 미국식으로 오븐에 구운 햄(Glazed Ham) 정도일 것이다. 그 이유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만큼 오래 된, 양고기(Lamb)라는 정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유래는 구약성경에 기인하며, 특히 출애굽기 12장에는 유월절(Passover)과 관련하여 양의 수량, 도축, 조리법, 음식을 먹는 순서와 시간대, 심지어 잔반 처리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이 모든 구성 요소에는 각각의 역사적, 상징적 의미가 있다.
부활절을 기리기 전 이스라엘은 유월절을 지낸다. 유월절은 유대교의 대표적인 절기로, 전통적으로 8일간 계속되는 휴일이다. 과거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모든 유대교인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유월절을 지키며, 이를 위해 금식하며 무교병을 먹는다. 유월절(Passover)은 넘어가다 또는 건너뛰다는 뜻을 가진, 한자의 넘을 유(逾)와 건널 월(越)을 사용한다. 이는 이집트의 노예였던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하기로 결정하신 하나님의 방식에서 따온 것이다.
구약 성경에서 하나님은 이집트의 파라오, 바로왕이 이스라엘의 노예 해방을 거부하자, 이집트에 열열 가지 재앙을 내린다. 그 순서는, 1. 피로 변해버린 나일강, 2. 개구리떼, 3. 이 4. 파리떼 5. 역병 6. 악성종기 7. 우박 8. 메뚜기떼 9. 흑암 10. 장자의 죽음 순이었다. 특히, 마지막 재앙은 사람을 포함한 그해 낳은 모든 첫 생명의의 죽음이었는데, 파라오의 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파라오는 이스라엘 노예들을 풀어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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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유대인들에게는 미리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바르게 하심으로, 열 가지 재앙 중 가장 잔혹했던 마지막 재앙에서, 죽음의 사자가 피 묻은 문설주의 집은 그냥 지나치게 하여 유대인들만 '장자들의 죽음'으로부터 안전하게 넘어갔다는 데서 시작된 명칭이다. 즉, 어린양의 피로 인해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께 구원 받았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유월절의 양잡는 행사는 그만큼 큰 의미를 가진 유대교의 전통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유대인들은 더이상 양을 잡지 않는다. 예루살렘이 로마에 의해 멸망한 후, 성전을 빼앗긴 유대인들은 랍비들이 세운 유월절 의식을 따르기 시작했다. 현재는 서쪽 벽이라 알려진 통곡의 벽에서 하나님께 기도하며 성회를 연다.
흰색 모자와 옷을 차려입은 남성들이 갓 잡은 어린 양을 손질한다. 한쪽 구덩이에선 양의 가죽과 내장을 태우고, 반대편에선 양을 굽기 위해 화덕에 열을 가한다. 이들은 제사장의 인도 하에 수 십마리의 양들을 동시에 잡는다. 어린 양이 흘린 첫 피는 그릇에 담아 각자의 집 문설주에 바르고, 서로의 이마에도 발라준다. 이마에 바른 피는 죽음 가운데 지켜진 자를 뜻한다. 코로나 이전의 세상서는 일 년에 단 한 번 뿐인,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된 이 종교의식을 보기위해 전 세계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았었다. 물론 필자도 그들 중 하나였다.
부활절은 십자가에 달려 사망한 예수께서 사흘만에 부활했음을 기념하는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축일이자 최대 명절이며, 그 시기는 앞서 언급한 유월절과 일치한다. 현재 많은 국가들이 부활절 전후를 신앙과 상관없이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으며, 성목요일 혹은 성금요일부터 이스터 먼데이(Easter Monday)까지 부활절 연휴(Easter holiday)를 즐긴다. 특히, 기독교인이 많은 유럽, 남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필리핀 등 지구촌 많은 국가들은 부활절을 1년 중 가장 큰 국가 공휴일이자 연휴로 기념한다.
그만큼 지구촌 곳곳에는 흥미롭고 다양한 부활절 식문화가 존재한다. 많은 기독교 국가들에서는 성경속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어린양의 영향으로 부활절 식탁에 양고기가 오른다. 반면, 미국에서는 글레이즈드 햄이 더 일반적인 메인 요리다. 이는 독일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추정된다. 역사적으로 돼지는 수세기 동안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주요 육류 식품 공급원 이었다. 가축이라기 보다는 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동물이었으며, 축사 보다는 산에서 방목하는 경우가 더 흔했을 많큼 풍부한 식재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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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노동력까지 제공하는 소나 말과는 달리 겨울철 사료 확보 등의 문제로 개체 조절이 필수였고, 가을철 대량 도축이 불가피 했다. 자연스레 햄, 소세지 등을 만드는 기술도 발달하여 겨울철 저장식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부활절에 햄을 먹는 풍습은 600년 도 훨씬 넘은 독일의 전통으로 알려져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부활절 음식의 꽃은 세계각국의 부활절 빵이다. 우리네 명절음식처럼 부활절의 특별한 빵, 과자, 케이크는 지역별로 다양하게 발달했다. 카톨릭 국가인 이탈리아는 비둘기 모양을 한 ‘콜콜롬바 디 파스쿠아(Colomba di Pasqua)’라는 파네토네(Panettone) 스타일의 부활절 케이크와 둥지 안에 알이 들어있는 모양의 ‘쿠즈페(Cuzzupe)’라는 부활절 빵으로 유명하다. 빵 위의 계란은 부활과 생명을 의미하며, 둥근 모양의 빵과 가운데 빈 자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빈 무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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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도 표면에 십자가 모양이 있는 ‘핫 크로스 번(Hot Cross Bun)’이라는 모닝롤 스타일의 부활절 빵이 있다. 러시아에는 ‘쿨리치(Koulitch)’라는 원통형의 빵이 있고, 스페인의 ‘모나 드 파스쿠아(Mona de Pascua)’와 그리스의 ‘추레키(Tsoureki)’, 폴란드의 ‘바브카(Babka)’ 등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부화절 빵이다. 이들 부활절 빵의 특징은 하나같이 모양이 풍성하다.
빵의 팽창으로 부활의 생명력을 연상시키는 것이, 유월절에 먹는 무교병이라는 누룩을 넣지 않는 부풀지 않는 빵과 대조된다. 한편, 멕시코에는 ‘카피로타다(Capirotada)’라는 브래드푸딩이 있는데, 부활절 연휴중에서도 특별히 성금요일(Good Friday)에 먹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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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에서 부활절 먹는 아브로레모노 스프 |
마지막으로 소개 할 메뉴는 그리스의 부화절 수프로 유명한 아브고레모노(Avgolemono)라는 계란과 레몬즙이 들어간 지중해풍 치킨 수프이다. 필자가 지중해 요리를 가르칠 떄 학생들로 부터 가장 이국적인 메뉴라고 평가받는 음식이기도 하다. 레몬과 계란과 우유와 육수가 따로 분리되지 않고 살짝 걸쭉한 뽀얀 국물을 이룬다. 그 안에 닭고기로 빚은 미트볼과 밥알이 들어있다. 레몬과 민트잎이 굉장히 느끼할 수 있는 조합을 상큼하고 개운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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