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정영 기자] ‘혼밥’이란 단어가 더 이상 쓸쓸하지 않다. 그저 혼자 먹는다는 의미를 넘어, 혼자여서 더 집중할 수 있는 식사, 오롯이 나를 위한 밥상이 외식 문화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순천시(시장 노관규)가 지난 7월 11일 개최한 ‘제10회 순천미식대첩’은 바로 이 흐름에 맞춰 ‘1인 한상 맛집’이라는 주제로 순천 로컬 미식의 미래를 제안했다.
이날 시상식은 순천 생태비즈니스센터에서 열렸고, 전문가와 소비자 평가단의 현장 심사를 거쳐 10곳의 외식업장이 ‘혼자서도 완전한 한 끼’를 선보인 미식 공간으로 선정됐다. 대상은 전남 특유의 생선회 감칠맛을 살린 ‘서대회비빔밥’을 선보인 <남녘들회국수보쌈>(대표 이연례)이 수상했다. 최우수상은 <작은부엌>, 우수상은 <정제>, 특별상은 <밥팜>과 <직화>가 각각 받았으며, <더담>, <금수저>, <다다텐동>, <다시돌아, 봄>, <솥티> 등이 입선작으로 선정되며 개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맛집들이 단순히 ‘1인분을 제공한다’는 차원을 넘어, 혼자 먹는 이의 식사를 ‘온전히 존중받는 경험’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분절된 도시의 식문화 속에서도 누군가는 그릇을, 상차림을, 레시피를 통해 ‘개인의 온기’를 담아내려 애썼고, 이번 순천미식대첩은 그 의도를 섬세하게 포착해낸 셰프와 업주들을 무대 위로 올렸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음식은 치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순천시는 최근 갯벌치유관광플랫폼을 비롯해 도시 전체를 치유도시로 리브랜딩 중이며, 그 중심에는 ‘식’이 있다. 외식업이 도시의 이미지와 산업 구조를 바꾸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점은 최근 여러 지자체의 정책 변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이번 미식대첩에서 주목할 점은 ‘1인 미식’이라는 테마에 지방 외식업체들이 민감하고도 정교하게 반응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더 이상 1인 식사를 ‘간편식’이나 ‘생존형 외식’으로 치부하지 않고, 완결된 서비스로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식재료의 고유성, 지역 조리법, 계절성을 함께 고려한 메뉴가 심사 기준이 되었다는 점에서, 지역 외식업이 장기적으로 품격 있는 미식 관광 자원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순천시는 2018년부터 134개 로컬 외식업소를 발굴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한식’이라는 정체성 안에서 국밥, 닭요리, 김치, 제과제빵 등 다양한 장르가 균형 있게 성장해 왔다. 이번 수상업소들 역시 앞으로 순천의 공식 미식관광 콘텐츠로 활용되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국에 소개될 예정이다.
쿡앤셰프는 이번 순천미식대첩을 단순한 시상식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외식 산업이 혼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식문화 전략’의 사례로 바라본다. 셰프 개인의 손맛은 이제 로컬 콘텐츠를 넘어, 도시의 브랜드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단 한 사람을 위한 식사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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