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안정미 기자] 따뜻한 조명 아래 그림이 걸려 있는 공간에서 만난, 소녀 같은 미소로 그림 이야기를 꺼내는 나영아 교수는 지난해 정년퇴임을 하고 ‘화가’라는 새로운 제2막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나이가 들었다고, 퇴임을 했다고, 일을 끝마치는 시기라고 기분이 다운 돼 있거나 우울할 틈이 없다. 어릴 적 꿈이었던 화가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고, 그녀는 화가가 되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YOLD의 대표주자라 하겠다.
이모작 인생
을지대학교 식품산업외식학과에서 긴 시간 조리, 외식 분야를 가르쳐 온 나영아 교수는 지난 해 2월 정년퇴임을 하고 교직에서 은퇴했다. 을지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리 및 외식산업 교육프로그램을 체계화 하고 후학 양성에 힘썼던 그녀는 제자들이 마련해 준 뜻 깊은 퇴임식을 맞으며 교직의 인생 막을 내리고, 화가라는 꿈을 펼치며 인생 제 2막의 문을 열었다.
어릴 적 나영아 작가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소녀였다. 하지만 화가가 꿈이었던 소녀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식품 관련 학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학업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착실하게 공부하고, 교수가 되기까지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그렇지만 그녀 안에는 어릴 적 그 소녀가 아직 남아 있었다. 조리학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화가의 꿈을 놓지 않았고, 2003년부터는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화필을 잡았다. 그랬던 그녀기에 2024년 은퇴와 동시에 같은 해 가을, <이모작 인생>이라는 제목의 첫 개인전을 갖고 새로운 이력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화려함보다 휴먼 담은 그림으로
수채화의 탈색이 아쉬워 유화를 선택한 만큼 색감에 민감했던 나영아 작가. 색감이 뛰어나 눈에 띄는 예술성이 돋보이는 그녀의 작품 안에는 휴머니즘 또한 담겨 있다. 사람과의 관계, 사람과의 인연, 사람이 사는 세상을 향한 마음을 작품에 그대로 녹여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의 미소를 짓게 하는 매력을 담고 있다. 많은 그림에 사람이 등장하고 다양한 휴먼스토리를 담아내면서도 색감의 아름다움 또한 놓치지 않는다. 보색의 대비를 좋아하는 그녀답게 다양하고 다른 듯 보이는 색상들이 그림 안에서 한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조화로움을 선사하곤 한다.
나영아 작가는 화려한 화가로의 삶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뒤늦게 화가로의 삶을 선택한 만큼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의 응원 속에서 얻는 소소한 기쁨이 소중하다. 걸작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나이에 생각할 수 있는 인생, 시간들을 기록하고 담아두는 정도라 하겠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라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열심히 살았던 그 진실과 사랑에 대한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 것 같아요. 표현해야 하고, 사진도 찍고, 그렇게 좋은 것을 남기고 싶어 하는. 저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제 삶을 기록하는 거죠. 표현해 두어야 길게 남겨지는 것 같아요.”
다채로운 색상의 삶
그녀의 시간들을 기록하는 그림 속에 휴먼이 있다는 것은 그녀의 삶이 그러했기 때문이라 짐작할 수 있다. 로터리클럽을 비롯한 사회적 단체 속에서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 온 그녀다. 최근까지도 경북 산불지역 지원, 탈북자 지원 등 국내 사회적 지원활동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몽고 나무심기, 아프리카 우물파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소통과 동행을 소중히 생각하는 그녀는 앞으로의 시간들을 꾸려나가기 위해 자신의 관리에도 소홀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점점 길어지는 노후를 건강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건강하고 예쁜 미소를 머금어 다시 어린 시절 소녀의 모습으로 활짝 웃는다.
나영아 작가는 내년에 또 한 번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소녀 같은 미소와 활기찬 젊은 청춘의 마음, 여유 있는 시니어의 모습까지 다채로운 시간을 담고 있는 인생 2막을 연 지금의 나영아 작가에게 할 수 있는 만큼, 아니 그 보다 더 정성어린 응원을 보내며, 그녀의 멋진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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