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따사한 봄햇살을 뒤로하고 정릉에 위치한 조리전문책자를 발행하는 백산출판사 문을 들어서자 '讀民先進(독민선진)'이라고 쓰여진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40여년을 한 결같이 출판의 외길을 걸어온 진욱상 대표의 의지이다. 1969년 오두막 슬레이트 집으로 시작 한 출판사, 지금까지 한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진욱상 대표는 71년도에 북악터널이 뚫린 것을 보았다며 정릉로의 역사를 한 자락 이야기하고 있다.
writer & photo _ 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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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民先進(독민선진).. 40여년을 한결같이..
(주)백산출판사 진욱상 대표
백산출판사의 무궁한 발전을 위한 축하의 메시지로 받은 讀民先進(독민선진)을 출판사 사무실 정면에 둔 것이 진대표의 마음이다. 쉽지 않은 출판계의 어려운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는 '우리가 봐줘야 힘들지만 버텨갈 것이 아니냐'며 구독하는 잡지 한권을 내놓는다. 예전 2014년, 봄 가을로 관광주간이 처음으로 지정이 되었다. 진욱상 대표가 우리나라의 여가 관광의 책을 이미 40여 년 전부터 출간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 다. 오두막 슬레이트로 지은 출판사에서...
진욱상 대표의 타고난 예지력과 집념에 감탄할 따름이다. 그 당시 정부정책이 전문대학을 전격적으로 개설하는 분위기였다. 실용적인 정책 취지로 2-3년 사이에 100여개의 전문대학이 생겨났다. 2년제 전문대학에서는 교수들도 모자랐고 학과를 만드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관광 붐이 일기 시작한 때이어서 관광학과가 생겨났고 여행사 경영학과도 생겨났다. 그래서 관광학개론이란 책을 처음 출판했다. 이어서 호텔경영, 여행사경영, 관광영어 등 실용적인 책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진대표의 출판의 콘셉트가 미래를 내다보는 상당히 진보적인 기획이었던 것이다. 88올림픽을 치루면서 한국이 바뀌었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전초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에 발맞추어 진욱상 대표는 현대여가 이론 책도 출간하였다. 그 당시 사실 외국여행도 자유롭지 않았고 여가를 즐긴다는 개념이 없었던 시대였는데도 말이다. 2002년에는 스포츠 관광책도 출간했다. 대학교수들과 출판에 대한 상의도 하고 오히려 편집자로서 리더의 역할을 하며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있었던 것이다. 외식업, 프랜차이즈학과 개설에도 조언을 했고, 교제가 필요하므로 학과에 맞는 교제를 출간했다.
조리책은 2003년도에는 처음으로 발행했다. 조리학과가 개설되기 전에는 식품 영양학과 4년제가 먼저 있었는데 전문대에 조리과가 생겨나면서 호텔조리과, 관광과, 조리과가 같이 연계되면서 조리과가 다양해 졌다. 새로운 분야였으므로 진로를 결정하는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학생들이 많이 몰리기 시작하며 학과 정에 대한 연구도 학교마다 분주해졌다고 한다. 1학년은 전공, 2학년은 실습을 가르쳤다. 갑자기 늘어난 요리실습에 대응해서 조리과에 호텔 주방장들이 교수로 대거 영입이 되었다. 힘을 받은 진욱상 대표는 서양요리, 고급서양요리, 기본서양요리 책을 배화대학교 염진철 교수 지음으로 처음 출간하였다.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이며 스테디셀러인 그 책을 능가할 책이 나오지 못하였을 정도로 필자와 출판사의 노력이 대단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낌없는 투자를 한 책이라며 자랑한다. 그 이후로 한식, 중식, 일식, 이태리, 불란서 등등 다양한 요리책들을 본격적으로 출판했다. 한국의 레져문화, 관광요리산업의 중심에서 있었던 진욱상 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40여년을 되돌아보며 주변을 다시 재정돈하고 있다.
파주 출판단지에 마련한 부지를 15년째 출판 일을 묵묵히 따라 온 아들에게 맡기고, 진욱상 대표는 정릉 사무실에 남아서 예전처럼 계속 출판관련 기획을 하고 있다. 아들이 출판사 경영방향이 진대표와 좀 다르겠지만 백산의 이름만은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한다. 여러 사람에게 도움 받으며 이룬 출판사이므로 나눔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진욱상 대표는 수줍게 말을 꺼낸다. 부처님 말씀에 새가 창공을 날듯이 지나간 표시를 내지 말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불교신자이다. 하지만 주위를 계도한다는 생각으로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조용히 말문을 연다.
"인도기숙학교건립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240평 정도 되는 학교인데 우리나라도 어려운 시절에 이웃나라의 도움을 받으며 어려운 시절을 견디어 냈지 않았습니까. 사단법인 한국관광학계에 교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단체에 20여 년 전부터 백산학술발전상을 제정하고 장학기금을 내고 있습니다. 우수 논문을 선정하여 발전기금, 장학금을 주고 있는데 연구원으로써는 의욕을 북돋우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10여 군데 학회에 논문집도 내주고 도와주고 있지요. 고려중·고등학교가 옆에 있는데 71년부터 4-5명씩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산동네 에 때를 거르는 학생들이 있는 형편입니다.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에게서 감사의 편지를 받으면 더 할 수 없는 보람을 느끼지요. 그들 내용 중에 '-도와주신 덕분에 공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저도 어려운 학생들을 돕겠습니다'-라는 편지를 받으면 바로 그런 정신을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지요. 문화 사업을 사는 사람으로서 다른 이들과는 무엇이든 달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진대표의 선행은 밤을 새울 것 같다. 그가 대 재벌 총수라 넉넉한 것이 아니다. 소욕지족이라 적은 것에 만족하며 그것을 철칙으로 알로 살아온 올곧음과 강인함에 기인한 것이리라. 오늘날 백산이 있게 된 것은 절대로 혼자 이룬 것이 아니라 주위에서 도와 줘서 오늘에 온 것이라며 감사함을 표현하고 또한 그것을 나눔으로 보답한다는 진욱상 대표의 철학이 담겨있는 선행이다. 직원들에게도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백산과 함께하는 가족같은 직원들이므로 서로 상의하고 직원들의 어려운 상황을 돌봐주고 있다. 매사 긍정적인 사고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진욱상 대표의 넉넉한 모습에서 올 가을 풍성한 수확을 그려본다.
[Cook&Chef 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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