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린천휴게소 ‘참살이나물비빔밥’ 사진 = 한국도로공사
[Cook&Chef = 이경엽 기자] 장거리 운전 중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 하지만 이제 그곳은 단순한 ‘잠시 멈춤’의 공간이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의 향토 음식과 정갈한 한 끼가 준비된, 말 그대로 ‘이동 중 미식의 성지’로 변모하고 있다.
30일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제공 중인 인기 메뉴를 발표했다. 국밥, 비빔밥, 국수 등의 부문으로 구성된 이번 리스트는 지역 특색과 소비자 선호를 반영한 ‘대표 미식 가이드’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지역의 식재료와 풍미를 담아낸, 진짜 한 그릇의 가치를 갖춘 이들 음식에 주목해보자.

보성녹차(영암방향)휴게소 ‘보성꼬막비빔밥’ 사진 = 한국도로공사
‘비벼야 제맛’ 전국 비빔밥 삼총사
비빔밥은 그 지역의 색과 향을 한 그릇에 담아내는 음식이다. 휴게소에서 만나는 비빔밥은 단순한 밥과 나물의 조합을 넘어선다. 보성녹차휴게소(영암 방향)의 ‘보성꼬막비빔밥’은 벌교산 꼬막, 신선한 야채, 날치알이 어우러져 비주얼도, 맛도 모두 잡았다. 섬진강휴게소(부산 방향)에서는 ‘청매실재첩비빔밥’이 손님을 맞는다. 상큼한 청매실과 고소한 재첩이 입맛을 확 잡아끈다. 내린천휴게소의 ‘참살이나물비빔밥’은 곤드레, 참취, 곰취 등 강원도 산나물을 고슬고슬한 밥과 함께 제공해 건강한 한 끼로 손색이 없다. 이 비빔밥들은 지역 특산물의 맛을 그대로 살려 여행자들에게 ‘한 그릇의 여행지’를 선사한다.

언양(서울방향)휴게소 ‘맨날국수의 배말칼국수’ 사진 = 한국도로공사
시원하고 따뜻하게, 국수 한 그릇의 위로
덥고 지친 몸에는 국수 한 그릇이 위안이다. 진영휴게소(순천 방향)의 ‘할매잔치국수’는 기장 다시마, 남해 멸치, 복어 등을 우려낸 육수에 구포국수를 말아낸 깔끔한 한 그릇. 저렴한 가격까지 더해져 ‘국수 맛집’으로 불릴 만하다. 언양휴게소(서울 방향)는 ‘배말칼국수’를 자랑한다. 남해에서 직접 채취한 배말로 국물을 낸 이 칼국수는 감칠맛이 깊고 담백하다. 천안삼거리휴게소의 ‘명가짬뽕’은 진한 해물 육수와 전통 중식 조리법이 어우러진, 여행길의 이색 선택지다. 국수는 가볍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깊이는 가볍지 않다.

횡성(강릉)휴게소 ‘횡성한우국밥’ 사진 = 한국도로공사
든든한 국밥 한 그릇, 여행길 속 진심
피로가 몰려올 때, 속을 뜨끈하게 데워주는 국밥만큼 든든한 건 없다. 고속도로 국밥은 단순한 ‘뜨거운 음식’이 아닌 지역별 진한 맛의 응축체다. 칠곡휴게소(서울 방향)의 ‘대구따로국밥’은 맑은 소고기 육수에 무와 대파가 들어가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횡성휴게소의 ‘한우국밥’은 강원도 한우로 진하게 우려낸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가 일품. 고급스러운 국밥의 정석이라 불린다. 홍천휴게소의 ‘황태국밥’은 담백한 황태와 정갈한 반찬 구성으로 속을 편안히 달래준다. 특히 식해·나물 반찬이 별미다. 국밥 한 그릇이면 허기와 피로, 마음까지도 따뜻해진다.
고속도로 위에서 만나는 비빔밥·국수·국밥, 그저 끼니를 떼우는 음식이 아니다. 그 속에는 지역의 정성과 풍미, 그리고 휴게소만의 특별한 조리 노하우가 녹아 있다. 이번 여행길에는 휴게소 맛지도를 손에 들고, 한 그릇씩 천천히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진짜 여행은 차창 너머의 풍경이 아니라, 멈춰 선 자리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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