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봄이 오면 시장과 식탁은 가장 먼저 꽃게를 떠올린다. 꽃게는 대개 봄과 가을 두 차례 맛이 오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수산당국이 구분하는 어기만 보아도 봄 꽃게의 시의성은 분명하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꽃게의 봄어기를 4월 1일부터 6월 20일까지, 가을어기를 8월 2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제시하고 있다. 꽃게의 산란기는 5월부터 9월, 산란 성기는 6월부터 7월이며, 포획금지기간은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다. 제철이라는 말은 단순히 맛의 절정만이 아니라, 생태와 자원 관리의 시간까지 함께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꽃게는 오늘의 식탁에서 매우 익숙한 재료이지만, 동시에 한국 바다를 설명하는 대표 수산자원이기도 하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꽃게는 한국·중국·일본·대만 해역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서해의 주요 어업 자원으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2023년 총어획량 2만 7천 톤 가운데 약 85%인 2만 3천 톤이 서해에서 어획됐다. 꽃게를 말한다는 것은 한 철의 별미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해 연안의 생태와 지역 어업, 그리고 계절의 감각을 함께 말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꽃게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머리에 그리는 장면은 대개 꽃게탕이거나, 간장과 양념 속에 숙성된 게장 한 접시다. 그러나 꽃게를 오늘의 식탁에서만 바라보면 이 재료가 지나온 긴 시간의 결을 놓치게 된다. 문헌을 따라가면 꽃게는 단순한 제철 별미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한국 음식이 바다의 맛을 국물로 해석해 온 방식을 보여주는 재료였다. 다만 여기서 먼저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오늘 우리는 종종 ‘꽃게’라고 특정해 말하지만, 옛 조리서의 기록은 대체로 ‘게’라고 적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꽃게탕과 옛 문헌 속 게탕을 곧바로 일대일로 연결하기보다, ‘게를 국물로 다루는 전통’이라는 더 넓은 흐름 안에서 읽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 오래된 흐름은 17세기 말 『주방문』의 게탕에서 이미 확인된다. 이 조리법은 게를 두드려 베에 걸러내고, 간장과 기름을 더해 무와 함께 끓이는 방식으로 전해진다. 1680년 무렵의 『요록』에 보이는 게탕, 곧 해탕 또한 게즙과 청장, 기름, 무를 조합한 국물이다. 지금의 꽃게탕처럼 게 토막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얼큰한 국물과는 결이 다르지만, 게의 맛을 짜내고 걸러내어 장국의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는 감각은 이미 이 시기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한국 음식이 게를 젓갈이나 찜으로만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물의 주재료이자 장국의 재료로 기능해 왔다.
조선 후기로 가면 게 국물은 한층 더 복합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시의전서』의 게탕은 게의 누런 장과 검은 장을 긁어내 달걀과 섞고, 후추와 파, 생강을 더한 장국으로 끓이는 방식이다. 『정일당잡지』의 게탕법도 게장과 달걀, 생강, 파, 후춧가루, 장국이 함께 등장하며, 『주식방문』에서는 여기에 꿩고기와 송이버섯, 무, 게 다리까지 더해진다. 여기서 보이는 것은 단순한 ‘해산물 탕’이 아니다. 게의 내장을 살려 쓰고, 달걀로 질감을 보강하고, 향신과 육류를 겹겹이 더해 맛의 층을 세우는 방식은 이미 상당히 정교하다. 게 국물이란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공력을 들여 만든 음식이었다.
이쯤에서 게감정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감정을 재료에 국물이 충분히 밸 때까지 바특하게 끓이는 음식으로 설명한다. 국보다 국물이 적고, 찌개나 조림보다는 많은 중간 지점의 음식이라는 뜻이다. 또 같은 설명은 감정을 민가의 지짐과 대응하는 궁중 계열 명칭으로 풀어내면서도, 이 용어가 현전 문헌상 처음 확인되는 시점을 1957년 『이조궁정요리통고』로 본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게를 넣은 국물음식의 역사는 조선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게감정’이라는 이름 자체를 곧바로 조선시대 고문헌 속 용어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고증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등식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이름과 형태, 전승의 층위를 나눠 보는 일이어야 한다.
게감정은 『이조궁정요리통고』 에 기록 돼 있다. 이 책은 1957년 한희순, 황혜성, 이혜경 등이 사라져가던 궁중음식을 정리해 펴낸 조리서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설명에 따르면, 책의 머리말에는 전쟁으로 모아둔 자료를 잃어버린 뒤 기억을 더듬어 다시 정리했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 사실은 게감정을 읽는 태도와도 연결된다. 게감정은 궁중음식 전승의 귀중한 기록이지만, 동시에 조선시대 궁중 원문 문헌이 아니라 근현대에 복원과 정리를 거쳐 남겨진 책이라는 점을 함께 보아야 한다. 한식 고증은 오래되었다는 사실만을 강조하는 작업이 아니라, 무엇이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의 기록으로 남았는지까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조궁정요리통고』는 바로 그 전승의 층위를 보여주는 문헌이다.
이 지점에서 게감정은 다시 흥미로워진다. 게감정은 게를 단순히 국물 속에 넣는 음식이 아니다. 게살과 자투리, 게딱지와 장국이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마지막에는 한 그릇 안에서 다시 결합한다. 바로 그 공정의 구조가 게감정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 음식은 게의 자투리로 국물을 내고, 게살은 쇠고기와 두부, 숙주와 함께 소로 만들어 다시 딱지 속에 채워 넣는다. 그러니까 게감정의 핵심은 ‘게를 넣어 끓인다’가 아니라, ‘게를 해체하고 다시 구성한다’는 데 있다. 꽃게 하나를 국물과 속, 외형까지 나누어 다루는 이런 조리법은 이 음식이 왜 손이 많이 가는 궁중 전승 음식으로 인식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게감정 만드는 법
1. 게를 깨끗이 씻어 딱지를 떼고 안의 것을 긁 어 모은다. 게 몸통을 잘라서 살을 발라내고 다리는 뚝뚝 끊는다.
2. 살을 발라낸 자투리에 생강, 후춧가루, 청주, 물을 부어 끓여 체에 거른 다음 고추장과 된장 을 푼다.
3. 쇠고기는 납잡납잡하게 썰어 장국 양념으로 무친다.
4. 다진 쇠고기, 으깬 두부, 데쳐셔 송송 썬 숙 주와 게살을 합해 소 양념 한다.
5. 게딱지 안쪽의 물기를 닦고 참기름을 살짝 바른다. 밀가루를 한번 바른 다음 양념한 소를 채워 넣는다.
6. 게딱지 위에 밀가루, 달걀을 묻혀서 팬에 식 용유를 두르고 전을 지지듯이 한 면만 지져낸 다.
7. 무를 납작하게 썬다. 파 를 어슷어슷 썬다.
8. ②의 게국물에 소고기를 넣어 끊이다가 무를 넣고 익으면 지져낸 게와 다진 마늘을 넣어 잠깐 더 끓이다가 어슷 썬 파를 넣는다.
이 조리 과정을 들여다보면 게감정은 지금의 꽃게탕과 닮아 있으면서도 분명히 다르다. 고추장과 된장을 푼 게국물, 무와 파가 들어가는 꽃게탕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게를 손질해 자투리로 국물을 내고, 게살을 발라 소를 만들고, 딱지에 다시 채워 한 면을 지져낸 뒤 장국에 마무리하는 방식은 단순한 탕의 범주를 넘어선다. 여기에는 한 재료를 낱낱이 분해해 다시 조립하는 정교한 손길이 있다. 게는 더 이상 하나의 해산물 재료가 아니라, 국물의 바탕이 되고, 소의 재료가 되고, 다시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그 다층적 사용 방식이야말로 게감정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래서 게감정을 기사 안에 넣는다는 것은 단순한 옛 레시피 소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음식이 바다의 재료를 어떻게 국물로 이해했고, 또 어떻게 장과 결합시켜 하나의 완성된 형식으로 다듬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를 제시하는 일이다. 꽃게를 봄의 제철 식재료로만 다루면 기사는 계절 기사에서 멈춘다. 그러나 문헌 속 게탕의 흐름과 궁중 전승 음식 게감정까지 이어가면, 한 재료가 바다에서 식탁으로, 다시 기록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함께 보여줄 수 있다.
결국 봄 꽃게를 쓴다는 것은 계절의 풍경을 쓰는 일이면서 동시에 기록의 시간을 쓰는 일이다. 지금 꽃게를 사는 사람은 서해의 제철을 사고, 조리하는 사람은 바다의 맛을 국물로 옮기며, 글을 쓰는 사람은 그 재료가 지나온 문헌의 시간을 함께 불러낸다. 꽃게는 오늘의 시장에 놓여 있지만, 그 꽃게를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에 대한 기억은 오랜 조리서와 전승 음식 속에 남아 있다. 게감정은 바로 그 기억을 붙드는 이름이다. 꽃게의 계절을 쓰되, 게감정의 기록까지 함께 불러오는 일. 이번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두 시간을 한 문장 안에 겹쳐 놓는 일일 것이다.Cook&Chef / 서진영 기자 cnc02@hnf.or.kr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