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단아 셰프의 생활이야기
[Cook&Chef 손단아 기자]포근함이 그리운 계절, 12월의 겨울이 돌아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겨울로, 無로 돌아가고 있다. 파리에도 첫눈이 내렸다. 끝이자 시작을 준비하는 것이 비단 자연 뿐이겠는가. 그 마지막을 함박눈처럼 쉬이 위로해 주는 것이 또 있을까? 모든 것을 덮고 나면 새로워 질것이라는 연말의 기대감이 희망봉으로 보이지만 과장된 지도를 보며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겨울을 맞이하며 그리운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솜이불 같은 ‘술떡’ 이 그것이다. 밀가루를 넣으면 ‘술빵’, 쌀가루를 넣으면 ‘술떡’, ‘기주떡’, ‘증편’... 이름도 서너개다. 증편은 1829년 순조 때 잔칫상에 올랐던 떡으로 생일에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 술을 사용해 발효하여 식감이 가볍고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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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쌀가루를 곱게 빻아 술지개미와 따뜻한 막걸리를 넣고 젓는다. 적어도 8시간, 따뜻한 아랫목이라도 있으면 같이 들어가 앉으련만 술떡에게 장판자리를 양보한다. 넣고 싶은 건과일을 준비해 두었다가 부푼 반죽에 올리고 다시 발효와 찜, 뜸을 들여야 비로소 완성된다. 부푼 반죽처럼 부푼 마음으로 한 김 날리기까지 하면 기다림의 끝, 득도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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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떡은 그냥 먹어도 은은한 단맛과 신맛이 어울어진 포근함을 즐길 수 있지만, 여기, 이 떡을 파리에 어울리는 따뜻한 메인과 새콤한 디저트로 변신시켜 보았다. 생막걸리를 구할 수 없어 일단 막걸리부터 빚어야 한다. 3주의 숙성 후, 걸렀던 지개미와 막걸리, 쌀가루를 수작업으로 빻아내면 비로소 준비 완료.
술떡 한번 먹으려면 적어도 이렇게 1달을 기다려야한다. 겨울에 먹으려면 가을에 빚으면 되겠다. 이 귀한 술떡 속에 한식의 인기메뉴 ‘불고기’를 넣어 ‘술떡버거’를 만들었다. 술떡의 은은 새콤함과 불고기의 단짠 조화는 불패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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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는 새콤함을 더해주는 ‘유자 크림치즈 샌드’는 그 맛과 향이 아시아와 서양을 휘저어놓은 카오스적 디저트가 되시겠다. 막걸리와 함께 입을 적시면 이토록 따뜻한 겨울이 또 있을까 ?
우리에겐 아직, 하얀 기다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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