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대통령 후보들은 어떤 식탁 위에 앉아 있을까. 쿡앤셰프는 제21대 대통령선거를 맞아, 각 후보자들의 음식 취향과 식생활 철학을 조명하는 인터뷰 시리즈 〈21대 대선 후보의 식탁〉을 준비했다. ‘한 끼’의 소중함을 이야기할 시간. 후보자들의 입맛 속에서 우리는 그들의 감성과 가치관,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이것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자,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
[Cook&Chef = 이경엽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쿡앤셰프는 각 정당 및 무소속 후보들을 대상으로 식생활 철학을 묻는 특별 기획을 진행 중이다. 두번째 시리즈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답변을 준비했다.
“된장에 찍은 상추 한 장, 그것이 나의 밥상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특별한 요리 대신, ‘상추나 배추에 된장을 찍어 먹는 것’을 꼽았다. 그의 식탁은 꾸밈이 없다. 한 장의 잎채소, 한 숟갈 된장. 그러나 그 안엔 삶의 기억과 노동의 무게가 서려 있다.
“경북 문경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시골 사람이죠. 가난하게 자랐고, 먹을 게 많지 않았어요. 상추나 배추는 동네 밭에서 구할 수 있었던 식재료였고, 그렇게 먹으며 컸습니다.”
그는 지금도 아삭하고 시원한 채소류를 선호한다. 뿐만 아니라 공장식 축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고기 없는 식단을 실천해오고 있다.
“PD수첩에서 공장식 축산 관련 방송을 본 이후,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농산물, 채식 위주의 식단을 찾아 먹게 된 거죠.”
“구내식당이 나의 단골집입니다”
권 후보가 가장 자주 찾는 ‘단골집’을 묻자, 담담하게 구로디지털단지의 구내식당을 꼽았다.
“작년 9월, 당사를 여의도에서 구로로 옮겼습니다. 이곳엔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한 중소기업들이 많고, 건물마다 구내식당이 있어요. 대부분 노동자들의 소득이 넉넉지 않다 보니 합리적인 가격의 구내식당이 중요한 역할을 하죠.”
그는 미식 트렌드를 따라다니는 대신, 서민과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다. “어디 맛있는 집을 찾고 다닐 여유가 없기도 하고, 밥은 결국 함께 먹는 자리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면 하나는 기가 막히게 삶습니다”
권영국 후보는 고기가 빠진 음식과 배추류를 좋아하지만, 자신 있는 요리는 따로 있다. 바로 ‘면’이다.
“무엇보다 면을 삶는 것에는 기가 막힌 실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면 요리라면 무엇이든 완벽한 면발로 삶아낼 수 있어요.”
그의 삶과 정치철학은 언제나 ‘기본’에 충실하다. 음식에서도 마찬가지다. 면발 하나에도 세심한 정성이 담겨 있는 셈이다.
“거리의 밥차, 그것이 진짜 좋은 음식이었습니다”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권 후보는 곧장 한 사람의 이름을 꺼냈다. ‘유희’라는 분.
“그분은 1988년부터 전국의 투쟁 현장마다 트럭을 몰고 나타나 밥을 해주셨습니다. ‘밥은 하늘이고 힘이고 사랑이다.’ 그분이 늘 하시던 말입니다.”
“호호 불며 투쟁 동지들과 나눠 먹는 거리의 밥 한 끼. 힘들고 지쳐 포기할까 싶다가도 밥차가 나타나 밥을 나누는 풍경을 보면 이게 음식이구나, 이게 '좋은 음식'이구나 하게 되더라고요.”
그는 올해 대선이 끝나면 곧 그분의 1주기라고 덧붙였다. ‘좋은 음식’이란 영양을 넘어, 서로를 북돋고 일으키는 한 그릇의 연대라는 것을 권 후보는 몸으로 배운 사람이다.
“웃으며 밥짓는 사장님이 많은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권 후보는 대선후보로서 외식업에 대해 누구보다 절박한 시선을 갖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붕괴 직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부채가 누적됐고, 연말 회식도 줄면서 벼랑 끝에 서 있어요. 저는 ‘새출발기금’ 확대 적용으로 자영업자 부채를 탕감하고, 폐업 이후에는 새로운 일자리와 전환을 도울 생각입니다.”
“어느 가게를 가도 사장님과 직원들이 웃으며 일하는 풍경이 참 보기 좋더군요.
그런 곳의 밥맛은 다릅니다. 저는 그 웃음이 사라지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권영국 후보의 식탁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진실한 것을 꺼내 보여준다. 거리에서 땀 흘린 이들과 밥을 나누며 살아온 사람.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의 국정 운영 철학 또한 ‘같이 먹는 밥’에서 시작될 것이다.
다음 편 예고 : [대선 후보의 식탁 ③]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5월 26일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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