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후반에는 핑크레이디, 하와이안, 화이트 레이디, 마티니, 진토닉 등의 ‘Gin’을 이용한 칵테일 문화가 젊은 여성들에게 한창 인기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Bar 또는 클럽에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Dry Gin’ 한 병을 여러 명의 주당이 칵테일로 나눠 마시던 그런 시절이었다.
예전 ‘Gin’ 문화의 향수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줄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시작해 방송으로 자신을 알리다가 대학 졸업 후, 기업 홍보 일로 사회의 첫발을 내딛은 다음, 특급호텔 홍보실장으로 재직하다 F&B와 Beverage에 관심을 두고 곁눈질하다 주류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우먼파워가 있다.
Q : 아역 배우 출신으로 알고 있다. 어디에 출연했었나?
1987년 MBC 신년 특집극 <돈>으로 데뷔해, 1988년 배우로 활동하다 잠시 휴지기를 가진 후 1993년 MBC 청소년 드라마 <사춘기>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배우로서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사춘기> 때다. 단발머리의 깍쟁이 여학생 ‘박인선’으로 이름 그대로 출연했다.
Q : 사춘기 때 청소년 스타로 꽤 인지도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둔 사연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이 집을 팔려고 내놨는데, 집을 보러 온 사람이 방송국 PD였다. 집에서 올망졸망 모여 놀고 있는 우리 네 자매를 보고 PD가 아이들이 예쁘다며 방송 활동을 시켜보라고 부모님께 권유했고, 그래서 얼떨결에 시작한 것이 배우 활동이다. 네 자매 중 나와 바로 아래 동생 두 명만 아역 배우를 했다. 그런데, 둘 다 아역 배우를 목표로 꿈꾸고 준비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릴 적 좋은 추억으로 생각하고 각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때에 활동을 그만뒀다. 나의 경우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활동을 한 후, 그 시기의 학창시절을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만뒀다. 그리고 고3 때 수능을 본 후 다시 방송국에서 연락이 와서 KBS <신세대 보고-어른들은 몰라요>에 다시 출연을 했는데, 그때 TV를 통해 본 나의 모습이 그다지 예쁘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학생으로서 충실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경영 쪽의 일반 학과로 대학 진학을 하고 그에 맞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Q : 호텔 홍보 업계에서 시조새로 불린다고 들었다. 사업 시작하기 전 어떤 일을 했나?
세종대학교에서 호텔관광경영을 전공한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홍익대학교 광고홍보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대학 졸업 직후에 롯데호텔로 입사했고 이후 대학원 전공을 살려 롯데월드로 계열사 이동을 해 언론홍보를 시작했다. 그러다 홍보에 매력을 느끼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홍보대행사로 이직해 1년간 다양한 산업 분야를 경험한 후,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호텔(現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 홍보실장으로 입사, 앰배서더 호텔 그룹 그룹홍보실장을 거친 후, 원마운트 마컴전략팀장,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AAK) 마컴실장 등을 역임했다. 호스피탈리티 업계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하기 시작한 것이 2005년, 이쪽에 발을 담근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Q : 왜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
AAK에서 일하던 중, 디지털 마케팅이 메인 스트림이 되는 것을 보고 이쪽을 더 알고 싶어 디지털 마케팅만을 전문으로 하던 디지털마케팅그룹에 CCO(Chief Communications Officer)로 입사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커뮤니케이션만이 아닌 재무, 법무 업무까지 맡아서 하다가 병이 났다. 회사 생활을 하던 내내 회사를 내 몸보다 아껴가며 일을 했고, 그 덕에 어느 회사를 가든 신사업과 어려운 일들은 내 차지가 됐었지만, 마지막 회사에서는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던 것 같다. 몸이 아파져 회사를 그만두고 언니가 살고있는 호주 멜버른에 가서 몇 달 쉰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왔는데 이젠 내 몸과 내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행복한 구멍가게’를 모토로 이전 회사에서 우리 팀 팀원으로 있던 후배를 모셔와 작은 홍보마케팅대행사를 만들었다.
처음 마케팅 회사를 차렸을 때 다행히 사업이 잘됐다. 보통 준비를 하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무 준비 없이 시작했고 영업이라는 것은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그간 나를 봐왔던 주변 분들이 회사 차린 것을 알고 연락을 많이 주셨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1년 반이 되었을 때 코로나 19가 터져 팬데믹이 왔다. 출신이 호스피탈리티 쪽이다 보니 광고주들도 거의 이쪽 업계였는데, 코로나로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됐고 더불어 우리 회사의 일도 줄기 시작했다. 이때 많은 대행사가 문을 닫았는데, 우리 회사는 다행히 살아남았다(웃음). 하지만, ‘엔데믹 후에는 살아남은 자들의 세상이 될 것’이라던 애절한 희망과 달리 지속된 경기침체와 팬데믹으로 발생한 2년여 간의 소통 단절 등으로 회사의 ‘홍보마케팅 대행’ 매출은 회복되지 않았다. 그래서, 늘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남의 것이 아닌 나의 아이템을 찾아 스스로 마케팅하고 키우자’를 실행하자고 마음먹었고, 쉬면서 호주에 있을 때 즐겨 마시던 ‘멜버른진’을 수입하게 됐다.
Q : 주류수입을 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원래는 어렵게 결정해야 하는 일인데 나는 쉽게 결정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그런 케이스다.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큰 결정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 엔데믹이 끝나자마자 호주에 언니와 조카들을 보러 갔고, 돌아오면서 즐겨 마시던 MGC Gin을 또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 직원들에게도 맛보게 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어떻게 MGC Gin을 살 수 있는지 호주에 문의하게 됐고 “한국에는 안 판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그럼 우리가 수입해서 팔아도 돼?”라고 질문했고, “그래, 그렇게 해”는 간결한 답변 받아 이 여정이 시작됐다. 정말, 호주에서 즐겨 마시던 술을 한국에서도 마시고 싶어 수입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시작하고 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주류수입면허를 따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나도 직원들도 주류 쪽 경험은 없는 ‘커뮤니케이션쟁이’들이었기에 맨 땅에 헤딩을 하며 갈지자로 걸어 왔다.
후회하지 않는다. 나에게 모토가 하나 있다. “내가 결정하고 겪은 모든 것은 이유가 있고, 그것이 좋은 것이었는지 나쁜 것이었는지는 죽을 때에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 다시 결정하게 된다면 그래도 이 결정을 할 것인가?”라고 스스로 자문했을 때 “그렇다”라는 답변이 나온다면 나는 지금 당장 그 결정이 나를 어렵게 하더라도, 더 좋은 것을 얻을 기회를 놓치게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회사가 나를 컨트롤하는 상황이 싫어, 내가 나를 컨트롤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사업을 시작했고, 그래서 대행사를 하면서도 일부러 회사 규모를 키우지 않았었다. 비딩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냥 나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상태로 있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류는, 재고 없이는 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그래서 ‘리스크가 없는 회사 운영’이라는 내 꿈은 멀어졌지만, 남편을 필두로 나에게 많은 이들이 용기를 주고 도움을 줬기에 단 하나의 브랜드, 몇 개 되지 않는 제품 가짓수지만 스스로 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었고 비록 작은 회사이기는 하지만, 지금 나는 주류업계에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 수 있다.
MGC는 호주에서 매우 유명하다. 호주는 증류주 문화가 10년 사이 10배 이상 성장한 나라다. 정말 많은 독립증류소에서 다양한 증류주를 만들어내고 있고 이 증류주들이 세계 유수 대회에서 최상의 품질을 인정받으며 상을 휩쓸고 있다. MGC는 이러한 호주 독립증류소의 시초격으로 평가받는다.
내가 이 술을 처음 접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스피리츠와 하드 리큐어(리큐르)를 즐겨 마시는 호주 친구가 있는데, 당시 이 친구가 야라 강변에 위치한 Bar를 다 두드리고 다니며 ‘MGC’가 있는지 물었고, MGC가 없다면 그냥 패스했었다. 그러다 작은 바를 하나 발견해 들어갔는데, 그 날 그곳에서 'MGC Gin' 700mL 한 병을 그 친구와 나 둘이서 다 마셨다. 나는 원래 소맥과 소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기에 이쪽은 문외한이었는데 친구의 권유로 마신 이 술은 너무 깔끔하면서도 풍미가 있었고 맛있었다.
MGC는 호주 유명 와인메이커 앤드루 마크스(Andrew Marks)가 만든 증류주다. 앤드루는 야라밸리(Yarra Valley)에 위치한 겜브룩힐(Gembrook Hill)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받아 포도농장을 운영하며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의 어머니, 아버지, 앤드루 모두 각기 다른 자신의 레이블로 와인을 생산하는데 세 가지 모두 맛본 나는, 그 맛과 퀄러티에 놀랄 수밖에 없었고 앤드루가 천재가 아닌가 생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앤드루가 만든 포도주는 ‘더원더러(The Wanderer)’라는 레이블로 유통되며, 콴타스 최고급과 고급 레스토랑 쪽으로 들어간다.
앤드루는 원래 마티니를 좋아했다. 그래서 프랭크 무어 하우스(Frank Poorhouse)의 자서전 <마티니 회고록>을 즐겨 읽었는데, 어느 날 ‘마티니가 서브 되는 매 순간, 나는 도달할 수 없는 이상과도 같은 음료를 꿈꾸게 된다’는 글귀에 영감을 받고, 정말 완벽한 술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됐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빈 야드(Vineyard)에 작은 독립증류소를 세우고 독학으로 증류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가 2012년인데, 당시에는 진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나 교육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20년간 포도주 제조 기술을 접목해 독학으로 진을 만드는 조리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포르투갈에서 향수 제조용으로 고안된 수제 증류기를 들여왔고, 향수의 향을 뽑아내듯 진의 원료가 되는 식물들을 범주화했다. 여기에 와인처럼, 각 식물들을 개별적으로 증류한 후 블렌딩하는 방법을 써서, 첫 번째 진, <멜버른드라이진>을 개발했다. 11개의 식물을 모두 개별 증류한 후 블렌딩하기 때문에 술 한 병을 만드는데 11번의 증류가 필요한 이 진은 클래식 드라이진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으로 극강의 부드러움이 특징이다. 글로벌 대회에서 4번의 상을 받았다.
그렇게 5년을 보낸 후 앤드루는 더 강한 풍미의 술을 만들고 싶어졌다. 특히 주니퍼베리가 강하게 느껴지기를 바랐다. 수백 번의 시도 끝에 그는 7가지의 식물을 원료로 단 한 번만 증류해 만들어내는 을 탄생시켰다. 이 싱글샷이 정말 대단한 물건이다. 47.4도라는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고도수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의 부드러움 목 넘김과 달다고 느껴지기까지 할 풍부하고 다양한 맛, 그리고 엄청난 깊이와 향을 자랑한다. 도수가 높지만, 그 자체로 너무 퀄러티가 뛰어나 위스키처럼 니트로 마셔야 그 가치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위스키처럼 풍미가 뛰어나지만, 위스키보다 화사해 마시고 있으면 마치 햇살이 들고 맑은 물이 흐르는 숲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MGC 싱글샷은 만들어진 해부터 글로벌 스피리츠 대회에서 마스터를 수상해 총 5번의 상을 받았고, 2022년에는 글로벌 진 마스터즈 대회에서 ‘진 마스터’를 수상함과 동시에 당해 마스터 수상작들 사이에서도 최고를 의미하는 ‘테이스트 마스터’로 노미네이트 되며 그 퀄러티를 입증받았다.
‘편견’이다. 우리나라에서 진은 ‘섞어마시는 술’, ‘칵테일의 원료’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진이라면 응당 경험해본 가격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술은 독립증류소에서 배치증류, 비냉각여과방식을 써서 메이커가 직접 모두 수작업으로 생산하는 술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을 하지 않고 메이커가 장인정신으로 손수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산량이 한정적이고 그것이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호주에서도 MGC Gin은 고가의 프리미엄 진에 속한다. 그런 술이 우리 나라에 들어오면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독주를 좋아한다면, 원래 가지고 있던 인식을 잠시 접어두고 MGC Gin을 맛보셨으면 좋겠다.
Q : MGC Gin은 어디에서 살 수 있나?
우선 스마트 주류 쇼핑 앱에 입점했다. 데일리 샷과 달리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그리고, 앰배서더 서울 풀만, 힐튼가든인 서울강남, 아난티 앳 강남 등 호텔 리테일숍과 바, 복싱타이거, 텐웰즈 등 스피크이지바에서도 맛볼 수 있다. 만약 해외여행이나 제주도 여행 계획이 있다면 롯데면세점을 이용하면 좋다. 면세가라 호주에서 구매하는 가격과 비슷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현재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 월드타워점, 제주공항점 세 곳의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해 있고, 롯데면세점 온라인주류관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나는 술꾼이다.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술을 처음 마셨는데, 너무 잘 마셔서 MT를 가거나 하면 남자애들이 모두 내 앞으로 와 대적하려고 했다. 심지어 사발식에서 막걸리 두 병을 원샷하고 모두 소화시킨 후 이후에 밤새워 대화에 참여해 학교에서 레전드로 남기도 했다. 나는 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마음을 풀게도 해주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나는 술을 맛보다는 분위기로 마시는 편이다. 물론 맛있게 마시는 것도 중요해 술의 온도에 매우 깐깐한 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런 내가, ‘정말 맛있는 술’에 꽂혔다. MGC Gin은 정말 맛있다!
위스키에도 급의 차이가 있듯, 진에도 그러한 차이는 존재한다. 팬데믹 후 홈술 문화로 위스키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그리고 술을 조금씩 맛있게 음미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홈텐딩도 성행 중이다. MGC Gin은 니트로 조금씩 홀짝이며 마실 때 그 가치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프리셔스 시핑 스피리츠’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좋은 사람과의 좋은 자리, 프라이빗한 자리에서 더욱 빛나는 술로 MGC Gin이 온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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