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는 공통된 출발점이었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동아시아 식문화에서 발효는 저장과 생존을 위한 기술로 출발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곡물과 콩을 활용해 장을 만들고 이를 음식에 사용하는 구조를 형성해왔으며, 이 흐름은 각국의 고문헌에서도 확인된다.
조선시대의 『산가요록』, 『규합총서』, 『음식디미방』에는 메주를 쑤고 장을 담그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기록되어 있고, 장은 식생활 전반을 지탱하는 기반으로 다뤄진다. 일본 역시 『延喜式(엔기시키)』를 통해 발효 조미료의 사용이 확인되며, 이후 에도시대를 거치며 미소와 쇼유가 발전하면서 발효 식문화가 정착된다. 이처럼 두 나라는 유사한 재료와 기술을 바탕으로 발효를 시작했지만, 이후 전개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교류는 있었지만, 같은 길로 수렴하지는 않았다
한국과 일본의 발효는 독립적으로만 발전한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교류 속에서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받았다. 조선통신사를 통한 왕래와 교역은 식재료와 조리 방식이 이동하는 통로였고, 일본의 에도시대 기록에는 조선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간장과 된장 계열의 발효 기술 역시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반에서 공유되며 확산되었고, 일본의 쇼유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류는 동일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각국은 기후와 식생활 구조에 맞게 발효를 재해석했고, 결국 서로 다른 방향의 식문화로 정착되었다.
일본은 감칠맛을 ‘정의’하고 ‘추출’했다
일본 발효의 중요한 전환점은 19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keda Kikunae 교수는 다시마에서 글루탐산을 추출하고, 이를 ‘우마미(umami)’라는 이름으로 정의했다. 이후 이 개념은 조미료 산업으로 이어지며 감칠맛을 하나의 성분으로 규정하고 재현 가능한 맛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 흐름은 일본 식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감칠맛은 특정 재료와 조합을 통해 명확하게 구현되는 방향으로 정리되었고,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이용한 육수는 그 대표적인 구조로 자리 잡았다. 발효 역시 누룩곰팡이를 활용해 안정적으로 관리되며, 일정한 품질과 맛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우마미는 감칠맛을 ‘구성 요소로 분리하고,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한국은 감칠맛을 ‘구조로 남겨두었다’
반면 한국의 발효는 감칠맛을 특정 성분으로 분리하지 않았다. 메주를 기반으로 한 장 문화는 된장과 간장으로 확장되고, 여기에 젓갈과 김치가 더해지며 발효는 음식 전반으로 퍼져 나간다.
한국 음식에서 감칠맛은 하나의 조합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발효 식재료가 동시에 작용한다. 여기에 다시마와 멸치 육수가 더해진다. 이 과정에서 감칠맛은 특정 지점에서 드러나기보다 전체 속에서 형성된다.
또한 발효는 환경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장독대에서 숙성되는 장은 계절과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같은 방식으로 담가도 결과는 동일하지 않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감칠맛은 일정하게 재현되는 맛이 아니라, 시간과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풍미로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감칠맛은 성분으로 분리된 맛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구조로 남아 있다.
음식에서 드러나는 차이
이러한 차이는 실제 음식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일본의 된장국은 육수와 미소의 조합을 중심으로 일정한 맛을 유지한다. 맛의 구조가 안정적이고, 조리 이후에도 큰 변화 없이 동일한 풍미를 전달한다. 반면 한국의 찌개는 다르다. 된장, 간장, 젓갈, 김치가 함께 작용한다. 여기에 육수가 더해진다. 먹는 동안에도 맛이 변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풍미는 더 깊어진다.
일본 음식은 맛이 정리된 상태로 완성된다.
한국 음식은 맛이 겹쳐지며 완성된다.
이 차이는 조리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발효를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는지에 대한 차이에서 비롯된다.
같은 감칠맛, 다른 접근 방식
한국의 감칠맛과 일본의 우마미는 동일한 과학적 기반을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일본은 감칠맛을 정의하고 분리하여 재현 가능한 맛으로 발전시켰고, 한국은 감칠맛을 분리하지 않은 채 발효와 조합 속에서 축적되는 구조로 유지해왔다.
이 차이는 단순한 음식의 차이를 넘어, 맛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로 이어진다. 감칠맛을 하나의 성분으로 이해할 것인지, 혹은 여러 요소가 결합해 형성되는 구조로 볼 것인지에 따라 요리의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미식은 재현 가능한 맛과 지역 기반의 복합적인 풍미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발효는 서로 다른 해석을 제시하고 있으며, 감칠맛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기준 역시 다시 설정되고 있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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