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들어왔으니 냉삼겹살 전문집인지라 냉삼겹살을 시켰더니 반찬과 함께 냉삼겹살이 나왔는데 어라 이것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냉삼겹살도 맛있고 반찬 하나 하나가 다 맛있다. 파무침은 그때 그때 무쳐서 나오고 콩나물 무침도 맛있다. 심지어는 김치도. 그리고 신의 한수는 향이 진해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미나리가 나온다. 상추와 깻잎과 배추는 기본이고, 무생채도 나오는데 이것 역시 간이 세지 않고 지나치게 달지도 지나치게 맵지도 않다. 색깔만 놓고 보면 매워 보이는데. . 모든 반찬까지 맛집이라니. .
그래서 사장님께 이거 프랜차이즈 내달라는 사람 없었냐고 물었더니 있단다. 맏아들이 의정부에서 하나를 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이 한 명 더 양주에서 하려고 한단다. 그래서 사장님 앞으로 프랜차이즈로 성공하시겠다고 덕담을 하고 첫 날 둘이서 10만원 가까이 먹고 나오면서 우리가 와인을 파는데 앞으로 와인 가져와도 되냐니까 흔쾌히 얼마든지 가지고 오란다. 그리고는 작년까지는 적어도 두 달에 한번씩은 이 집을 찾게 되었고 갈 때는 와인을 가져가서 사장님과 거기 홀에서 근무하는 아주머님께 한 잔씩 드리곤 했다.
금년 들어 이런 저런 이유로 자주 못 가다가 간만에 지난주에 4명이서 들렀다. 내추럴 와인과 피노누아 레드 와인을 들고.. 각자 좋아하는 술을 먹느라 막걸리파와 와인파로 나뉘어서 서로의 술도 맛보면서 냉삼겹살과 막걸리와 와인을 먹고 마셨다. 막걸리는 막걸리용 전통의 작은 양푼이잔에 와인은 맥주잔에!^^
지평 생막걸리라는데. . 유통기한은 한달인 듯하고. 제조일자는 없고 유통기한만 8월 20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첫병은 거의 다 따르면서 보니 유통기한이 7월30일로 6일이나 경과한 것이었다. ㅠㅠ 일단 사장님이 편의점에서 사오신 줄 알고 이거 유통기한 지났다고 하니 이거 마침 가게에 한병 있던거란다. 그래서 이미 마셨겠다 뭐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2병을 더 시켰다. 원래는 한병만 마실려고 했는데. .ㅎㅎ 결국 2병은 사다 주셨다. 그래도 우리가 예의가 있고 왠지 막걸리파가 술이 잘 들어간다고 하니. .
우선 지평 생막걸리와 이 집 냉삼겹살은 어울린다, 이 집의 반찬들이 그다지 달지 않고 간의 균형이 맞추어져 있기에 지평 생막걸리의 단맛과 냉삼겹살과 양념과 함께 먹는 것이 서로의 맛을 보완해준다. 막걸리파는 위의 맑은 술을 따라 마시고 마지막에 바닥에서 올라오는 앙금은 잘 마시지 않는 쪽이어서 내가 맑은 부분부터 마지막의 흔들어서 만든 탁주까지 둘 다를 맛보았다.
이 와인은 연간 생산량 1,600병밖에 안되고, 피노누아를 송이째 압착해서 다른 화이트 품종들과 함께 1주일 침용 후 1968년 제작된 1200리터 캐스크에서 5개월간 효모(Lie)와 함께 숙성후 SO2 첨가 없이 병입하여 만들었다.
이산화황을 넣지 않으면 색보존과 부패균 방지가 어려울텐데, 와인이 유통기한이 없기는 하지만 이러면 장기 보관이 곤란한데. . 참 고생하며 순수성을 지키려고 힘들게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와인을 입에 머금으니 묵직한 내추럴 와인 특유의 산미가 향에서부터 느껴지면서 꽃향, 허브향, 과일향과 함께 오렌지 향과 스파이시한 향이 나고 산미가 강하고 살짝 탄닌의 터치가 느껴진다. 그런데 여기서 산미는 일반 스틸 와인의 상쾌하고 신선하고 상큼한 산미가 아니라 묵은 지가 주는 은근 묵직한 느낌이 있는 그러나 상큼하면서 자꾸 마시게 만드는 묘한 산미다. 그러다 보니 냉삼겹살을 먹고 이 와인을 마시면 입가심을 시원 상큼하게 해주면서 입안에 과일향과 꽃향이 여운처럼 남아서 기분을 유쾌하게 해준다. 더구나 냉삼겹을 상추와 깻잎에 싸서 마늘, 고추, 된장에 무채나 콩나물무침, 심지어는 미나리와 함께 쌈을 싸서 먹고 이 와인을 마셔도 그 산미가 진한 양념의 향에 지지 않고 어우러지고 채소와 마늘향에 부족한 꽃향과 과일향을 함께 느끼게 해주니 이런 조화로움이 이 내추럴 와인 아니면 가능할까 싶을 정도다. 묵은지에 냉삼겹살을 싸먹는 것과는 또 다른 상큼함과 향기로움의 경험이다.
약 2000년전 불태운 포도원에서 다시 부활한 와인! 이 피노누아는 프랑스의 피노누아와 달리 색깔이 좀 짙은 편이다, 언뜻보면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네비올로 같다. 색깔만큼 향도 조금 진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 지 냉삼겹살을 기름장에만 찍어 먹을 때는 깔끔한 입가심과 함께 와인 향이 확 살아나고 냉삼겹살을 상추에 온갖 양념을 다 올려서 먹을 때에도 그 향과 맛이 결코 양념향과 맛에 압도되지 않고 서로를 밀어주어 각자의 향과 맛을 더 살려주는 조화로움을 선사한다. 피노누아가 주는 체리향, 장미향에 스파이시함까지 곁들여 있고 적당한 산미과 탄닌감이 기름진 냉삼겹살과 각종 양념이 가진 풍미와 잘 어우러진다, 채소밭 속에 꽃과 과수원이 같이 있다고나 할까?^^
그렇게 유난히도 무더운 2024년 8월초의 한여름 저녁이 흘러갔다. 우리 일행은 그 분위기를 살려 근처의 노래방으로 고고! 이런 것이 폭염과 무더위도 잊는 소소한 즐거운 장미빛 인생 아닌가 싶은 한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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