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생명이다 : 1천 명의 함성, 효천교에서 울려 퍼진 '생명 선언'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10-25 16:42:29

출판기념화에 나선 정운천 재단법인 활농 이사장  사진 = 이경엽 기자

[Cook&Chef = 이경엽 기자] 2025년 10월 25일 토요일 오후, 늦가을의 푸른 하늘과 전주 효천교의 콘크리트 기둥이 만나는 하부 특설무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처럼 보였다. 산업화의 상징인 다리 아래, 생명의 근원인 흙을 밟고 1,000여 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이들은 단순한 출판기념회 손님이 아니었다. 강바람이 제법 찼지만, '출산의 기적, 흙이 생명이다' 라는 묵직한 제목의 책을 들고 모인 이들의 눈빛에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인구 재앙의 근본적인 해법을 듣고자 하는 절박함과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행사의 시작을 알린 것은 정치인의 축사가 아닌, '삼천동에 거주하시는 주부들'로 구성된 라인댄스팀의 열정적인 무대였다. 사회자가 "라스베이거스에 내놔도 손색없을 무대" 라고 극찬한 것처럼, 이 식전 공연은 오늘 행사가 높은 단상의 정치가 아닌, 생활 속 주민들의 이야기임을 분명히 했다.

이윽고 본 행사가 시작되자 사회자는 "오늘 정운천 작가님께서 '여기 오신 한 분 한 분이 다 내빈'이라며 내빈 소개를 생략하셨다" 고 전했다. 1,000여 명의 '주인공'들은 박수로 화답했고, 효천교 아래 광장은 이내 '식생활 혁명을 통한 난임 극복'이라는  시대적 선언을 듣기 위한 거대한 강연장이 되었다.

"한식은 정자를 살리고, 양식은 18% 떨어뜨렸다"… 과학이 증명한 밥상의 힘

첫 번째 마이크를 잡은 이는 약을 가르치던 의학자, 채수완 전북대 의대 명예교수였다. 그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로 의사들이 미움받을 때, 식품으로 국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없을까 고민했다" 며, 2004년부터 식품 임상시험에 뛰어든 계기를 밝혔다. 그가 당시 농식품부 장관이던 정운천 이사장과 만난 것은 2008년, "식생활 변화로 인한 불임 문제를 임상시험으로 증명해보라"는 '황당한' 제안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채 교수는 당시 진행한 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장내를 집중시켰다. "고혈압, 당뇨 환자들에게 3개월간 한식을 먹였더니, 약을 5알씩 먹던 분들의 당화혈색소(당뇨 수치)가 6.7에서 6.0까지 떨어졌다". 내과 의사들이 놀랄 정도의 결과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정자 운동성' 실험이었다. 젊은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엔 한식을, 다른 쪽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 스테이크 등 양식을 8주에서 12주간 제공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정상인 군에서 한식을 먹은 그룹은 정자 운동성이 5% 상승했지만, 양식을 먹은 그룹은 18%나 떨어져 버렸다". 상태가 나빴던 군에서는 더 극적이었다. "한식을 먹자 16%가 올라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채 교수는 콩을 비유로 들었다. "똑같은 콩도 햇빛이 없으면 콩나물이 되고, 햇빛이 있으면 콩나무가 된다. 유전자는 같지만 환경이 모든 것을 바꾼다". 그는 여성의 몸을 '땅'에 비유하며 "땅이 건강해야 좋은 식품이 나오고, 그 식품이 우리 몸을 바꾼다. 오늘 이 책은 흙에서 시작해 우리 먹거리와 임신, 인구 절벽 문제까지 연결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 이경엽 기자

"수입 밀 99.2%의 공포"… 7쌍 난임 부부, 100% 임신 기적의 비밀

채 교수가 '왜(Why)'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면, 두 번째 추천인으로 나선 김인술 온생명평생교육원 원장은 '무엇을(What)'과 '어떻게(How)'를 실천적으로 증명한 농부이자 생명운동가였다. 1987년 귀농한 그는 "태교 교육을 하다 보니 임신이 안 되는 젊은이가 너무 많았다" 며, "의학적으로 정자 수가 1억 마리는 나와야 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5천만 마리도 안 된다" 고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2008년 정 이사장의 프로젝트에 동참하며 "자연 식생활을 하는 우리 40~50대는 1억이 나오는데,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5천만 마리인 것은 거꾸로 된 것" 이라며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그의 주장은 2015년 안양시에서 진행한 '기적' 같은 임상 경험으로 이어졌다. "여러 병원을 다녀도 5년, 10년씩 아이를 못 갖던 부부 7쌍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이들에게 "몸을 만들면 된다. 나를 믿고 따라오면 분명히 된다" 고 희망을 주었고, 4박 5일간 '현미 동산(현미밥 위주)' 식단 교육을 진행했다. 놀랍게도 1년 10개월 뒤, 7쌍의 부부 모두가 임신에 성공했다. 100%의 성공률이었다.

김 원장은 난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입 밀가루'를 지목했다. "우리나라 밀 소비량의 99.2%가 수입 밀입니다". 그는 "수확할 때 말리기 위해 제초제를 뿌린다" 며, "그것이 월남전에서 쓴 고엽제 성분" 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청중석에서는 작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는 "농약 한두 번 치는 안전한 우리 쌀 대신, 젊은이들이 피자, 햄버거, 빵, 라면, 국수만 먹으니 세포가 다 무너지는 것"이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이 일을 정운천 이사장이 하고 있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이경엽 기자

17년 전의 예언, "26만 인공수정, 8만 유산"… 재앙을 마주하다

마침내 무대에 오른 정운천 이사장은 "오늘 이 자리는 지난 15년간 저에게 정을 주신 여러분과 마음을 나누는 자리" 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17년 전, 농식품부 장관 시절 이 사태를 '예언'했다고 고백했다. "수입 개방이 되면 애기 낳기 어려워지고, 아토피가 늘어날 것을 알았다". 그는 장관이 되자마자 광물이었던 소금을 식품으로 바꾸고, 된장·고추장 등 5대 발효식품을 지정했으며, 한식 세계화를 선포해 K-푸드의 기틀을 닦았다. 그리고 채수완 교수팀에 10억 원을 들여 이 연구를 의뢰했다.

정 이사장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냉정한 통계로 제시했다. 쌀 소비량은 120kg에서 54kg으로 반 토막이 났고 , 그 자리를 밀가루(연 440만 톤 수입, 쌀 생산량 360만 톤 추월) 와 육류(연 60kg 섭취)가  차지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신생아 30% 이상이 선천성 아토피" , "소아 당뇨, 소아 고혈압" 이 만연해졌다.

그는 "이것이 인구 재앙의 본질"이라고 선언했다. "지금 태어나는 아기가 23만 명인데, 인공수정을 하는 사람이 26만 명입니다". 그는 "한 집 건너 애기를 못 갖고, 임신을 해도 유산, 사산되는 경우가 1년에 8만 명에 달한다" 며, "애를 키울 만한 몸, 즉 '땅'을 못 만들어서 그렇다" 고 진단했다. 그는 "원래 2020년에 정치를 그만두고 이 일을 하려 했는데, 또 국회의원이 되는 바람에 미뤘다" 며, "작년에 (선거에서) 떨어졌다. 바로 이 일을 하라고 떨어진 것" 이라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사진 = 이경엽 기자

효천교의 약속, "정치가 아닌 '자식 농사법' 국민운동으로"

정운천 이사장은 강연의 마지막을 그가 서 있는 '효천교' 이야기로 채웠다. 그는 "제가 이 지역에서 32년 만에 보수당으로 당선됐다" 며, "LH가 60억으로 그냥 만들려던 이 다리를, 파리의 퐁네프 다리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설계를 바꾸고 또 바꿔 100억 넘는 예산을 투입해 지금의 명품 효천교를 만들었다" 고 회고했다. 그에게 효천교는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흙(지역)과 생명(시민)을 잇는 약속의 상징이었다.

그는 이 재앙의 해법이 먼 곳이 아닌,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있다고 말했다. 바로 "자식 농사 짓는 법". 그는 "조상들은 6개월 전부터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부정한 음식을 금했으며 , 합궁 15일 전에는 부부가 따로 방을 쓰며 정자를 보증(보관)했다" 고 설명했다. "애기 낳는 법은 즐기는 것과 천지 차이입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내 조상의 피를 물려받을 자손을 만드는 가장 소중한 일" 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 모든 지혜가 이 책에 들어있다" 며, "이제 정치는 후배들에게 맡기고 , 저는 활농 재단을 통해 이 '우수 민족 만들기 운동'을 펼쳐나갈 것" 이라고 선언했다. 청중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했고, 정 이사장은 큰절을 올렸다.

1부 출판기념회가 끝나고 가을 음악회가 이어졌지만, 효천교 아래 모인 1천 명의 시민들은 이미 단순한 관객이 아니었다. 그들은 흙에서 생명을 되살릴 '국민운동'의 첫 번째 증인이자, 주역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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