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먹는 오이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0-24 22:08:47

값은 내려가고 영양은 올라가는 오이
나트륨 배출에서 면역력 강화까지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송채연 기자] 오이는 흔히 여름 채소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10월의 오이는 그 어느 때보다 알차다. 여름철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했던 오이는, 가을이 되면서 수확량이 늘고 품질이 안정되며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2025년 10월 기준 1kg당 평균 1,200원 수준이다. 기온이 안정되고 재배 면적이 넓어진 덕분에 생육 환경이 개선된 것이다. 농업 전문가들은 “10월은 오이를 가장 신선하고 경제적으로 즐길 수 있는 시기”라고 말한다.

수분 95%, 나트륨 배출과 혈압 안정의 비밀

오이의 가장 큰 강점은 수분과 칼륨의 조화다. 오이는 95%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100g당 약 147mg의 칼륨을 함유하고 있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을 배출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데 필수적인 성분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매일 300g의 오이를 4주간 섭취한 결과, 수축기 혈압이 평균 9.8mmHg, 이완기 혈압이 6.3mmH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짠 음식이 많은 한국 식단에서 오이는 자연스러운 해독제이자 혈관 보호제 역할을 한다.

혈당 조절과 다이어트에도 탁월

오이의 혈당지수(GI)는 15, 혈당부하지수(GL)는 0.4에 불과해 혈당 급등을 억제하는 대표 저당 식품으로 꼽힌다. 껍질째 먹으면 식이섬유가 장에서 젤처럼 부풀어 탄수화물 흡수를 늦추며, 공복 혈당 상승을 완화한다.

하루 300g의 오이를 꾸준히 섭취한 그룹은 공복 혈당이 13mg/dL, 당화혈색소가 0.3%포인트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게다가 중간 크기 오이 한 개의 열량은 45kcal에 불과해, 포만감을 주면서도 총 섭취 열량을 줄여 체중 관리에 도움을 준다. 저녁 간식으로 오이스틱을 먹은 실험군은 12주 만에 평균 체중이 3.6% 감소했다.

면역력과 피부 건강을 지키는 항산화 채소

가을철 오이는 여름 오이보다 수분 함량이 높고, 비타민 C와 망간,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비타민 C는 면역력 강화와 피로 회복에, 베타카로틴은 피부 재생과 노화 방지에 도움을 주고, 오이에 포함된 피세틴과 쿠커비타신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뇌세포와 혈관벽을 보호하고 염증을 줄인다.

가을철 건조한 날씨로 피부가 거칠어질 때, 오이는 수분을 보충하고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자연 보습제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당근과는 함께 먹지 말 것

오이와 당근은 샐러드나 주스로 자주 함께 등장하지만, 사실 궁합이 썩 좋지 않다. 오이에 들어 있는 아스코르비나아제 효소가 당근의 비타민 C를 분해하기 때문이다. 이 두 채소를 동시에 섭취하면 비타민 C 흡수율이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오이를 살짝 데치거나 당근을 먼저 익혀 조리하면 효소 작용이 줄어든다. 또는 섭취 시간을 20~30분 간격으로 두면 각각의 영양소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다.

여름철 한때 가격이 2배까지 치솟았던 오이지만, 10월의 오이는 가격은 낮고 영양은 최고조다. 혈압과 혈당을 동시에 관리하고, 면역력과 피부 건강을 지켜주는 천연 건강식인 오이. 올가을, 냉장고 속 자리를 오이에게 잠시 내어주는 것은 어떨까. 그 한입의 청량함 속에서 계절이 바뀌는 순간, 몸이 먼저 가볍게 반응할 것이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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