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앞두고 닭고기값 강세…삼계탕·치킨 원가 부담 커지나
이경엽 기자
cnc02@hnf.or.kr | 2026-06-23 16:47:23
정부, 유럽산 육용종란 수입·할당관세로 수급 안정 나서
[Cook&Chef = 이경엽 기자] 초복을 앞두고 닭고기 수급 불안이 외식업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닭고기 공급 기반이 약화된 가운데, 여름철 보양식 수요가 본격화되면 삼계탕·닭백숙·치킨·닭고기 간편식 등 닭고기 사용 메뉴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계란 가격 급등이 밥상물가의 대표 이슈로 부각됐지만, 외식 현장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축은 닭고기다. 닭고기는 치킨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삼계탕, 닭갈비, 닭볶음탕, 백숙, 급식, 도시락, 간편식 제조업체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기본 식재료다. 특히 여름철에는 복날 보양식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에 단순한 축산물 가격 상승을 넘어 외식 메뉴 가격과 소비 심리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복날 앞둔 닭고기값, 외식 원가 변수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6월 중순 기준 닭고기 1kg 소비자가격은 6630원으로 전년 대비 21% 이상 높은 수준을 보였다. 도매가격 역시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수입 육용종란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한 5월 하순 이후 도매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됐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가격 안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닭고기 가격 강세의 직접적인 원인은 조류인플루엔자에 따른 공급 기반 약화다.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종계, 즉 병아리 생산용 닭이 대규모 살처분되면서 향후 육계 공급 감소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저병원성 AI 영향까지 겹치면서 정부는 종계 생산주령을 연장하고, 벨기에·스페인산 육용종란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산 육용종란 수입, 공급 회복의 시간차
정부는 오는 8월까지 육용종란 1700만 개를 수입해 여름철 성수기 공급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림, 올품, 한강식품, 동우, 사조원 등 계열화사업자를 통해 스페인과 벨기에산 종란을 들여오고, 이를 부화·사육 과정을 거쳐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종란 수입이 곧바로 닭고기 공급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입 종란은 수출국 검사, 선적, 운송, 국내 검역, 부화, 사육, 도축, 유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 자료상 수입일부터 실제 유통까지는 약 57일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정부 대책이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더라도, 복날 성수기와 폭염 수요가 겹칠 경우 외식 현장의 체감 원가 안정까지는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삼계탕·치킨·간편식까지 원가 부담
외식업계 입장에서는 이 시차가 부담이다. 삼계탕 전문점은 여름철 매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다. 닭고기 원가가 상승하면 한 그릇 가격을 조정하거나, 부재료·반찬 구성·프로모션을 조정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치킨 업계 역시 닭고기 원료육 가격과 식용유·포장재·배달비 부담이 함께 작용하는 구조다. 닭고기 가격이 쉽게 안정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 가격 인상 압력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닭고기 간편식 시장도 영향권에 있다. 냉동 치킨, 닭가슴살 제품, 삼계탕 HMR, 닭고기 도시락 등은 원료육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정부가 자사제조용 닭고기 3만 톤에 대해 7월까지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가공식품·외식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할당관세 적용 대상에는 냉동 닭다리, 닭날개, 닭가슴살, 기타 절단육, 조제저장 닭고기 등이 포함된다.
계란값 상승까지 겹친 가금류 식재료 불안
계란 가격 상승도 외식 원가 부담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다. 농식품부는 고병원성 AI로 산란계가 대규모 살처분되면서 계란 생산량이 감소했고, 6월 중순 특란 30개 기준 소비자가격이 전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밝혔다. 계란은 김밥, 토스트, 브런치, 제과·제빵, 분식, 급식 등 다양한 메뉴에 들어가는 기본 식재료다. 일부 식당에서는 서비스로 제공하던 계란찜을 유료 메뉴로 전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올해 여름 외식 물가의 관건은 계란과 닭고기라는 두 가지 가금류 식재료의 동시 강세다. 계란은 브런치·분식·베이커리 원가를 압박하고, 닭고기는 치킨·삼계탕·간편식 원가를 흔든다. 특히 복날을 전후해 닭고기 수요가 집중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외식 물가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 대책, 관건은 현장 체감
정부는 신선란 수입, 계란가공품 할당관세 확대, 육용종란 수입, 자사제조용 닭고기 할당관세, 농축산물 할인 지원 등을 통해 가격 안정에 나서고 있다. 계란의 경우 미국·태국 등에서 신선란을 수입하고, 액란 등 계란가공품 할당관세 물량을 확대한다. 닭고기는 육용종란 수입과 함께 할당관세를 적용해 공급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현장 체감이다. 정부 대책은 공급 확대와 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외식업계가 실제로 체감하는 납품가 안정까지는 유통 단계와 시간차가 존재한다. 특히 폭염이 길어질 경우 닭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보양식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공급 회복 속도보다 수요 증가 속도가 빠를 경우 여름철 닭고기 가격 불안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초복 시장, 여름 외식물가 첫 시험대
올해 복날 시장은 단순한 계절 특수만으로 보기 어렵다. 닭고기 수급, 계란 가격, 폭염, 소비심리, 외식 원가가 한꺼번에 맞물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외식업계는 메뉴 가격을 쉽게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가 부담을 흡수해야 하고, 소비자는 이미 높아진 생활물가 속에서 보양식 가격까지 부담해야 한다.
닭고기 가격 강세는 한 품목의 일시적 가격 문제가 아니라 여름 외식 시장 전체의 수익성과 가격 전략을 흔드는 변수다. 정부의 수입 확대와 할당관세 조치가 실제 외식 현장의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초복을 앞둔 보양식 시장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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