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맛있는 약속] 기다림부터 맛있는 짬뽕, 청운동 中國

김대식

| 2026-07-16 15:38:19

단순해서 더 강한 맛, 명불허전의 짬뽕
6천원 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사명감
토요일은 중국의 짬뽕 먹는 날. 그 뒤로 토요일은 별일이 없으면 청운동에 짬뽕을 먹으러 다녔다.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는 평일 방문이 애초에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루 두세 시간 남짓 영업하는데다 재료가 떨어지면 미련 없이 문을 닫는다. 일요일도 쉰다. 토요일 아침이 유일한 기회였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Cook&Chef = 김대식 칼럼니스트] “짬뽕집을 딱 한 군데만 꼽으라면 이곳이죠”

줄을 서는 식당은 웬만하면 가지 않는다. 웨이팅은 식당의 준비가 부족하거나, 때로는 일부러 줄을 세우는 마케팅이라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청운동 중국 앞에서 한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처음 그곳으로 나를 데려간 사람은 피아니스트 노영심이었다. 

“동네에 짬뽕 잘하는 집을 발견했어요” 

줄을 서는 식당은 웬만하면 가지 않는다. 웨이팅은 식당의 준비가 부족하거나, 때로는 일부러 줄을 세우는 마케팅이라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청운동 중국 앞에서 한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동갑내기라 말을 놓기도 하고 간혹 올리기도 한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따라갔는데 식당보다 먼저 보인 것은 길게 늘어선 줄이었다. 

하루 두세 시간만 영업하는 집이라 오픈런을 하지 않으면 기다림은 선택이 아니라 엄연한 질서였다. 그렇게 청운동 중국은 내게 짬뽕의 맛보다 먼저 기다림의 맛을 알려준 집이 되었다.

이해인 수녀님의 소개로 만난 노영심은 모든 면에서 고수다. 일부러 맛집을 찾아다니지는 않지만 항상 주변에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좋은 음악이 늘 곁에 머물듯, 좋은 음식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모양이다.

토요일은 중국의 짬뽕 먹는 날. 그 뒤로 토요일은 별일이 없으면 청운동에 짬뽕을 먹으러 다녔다.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는 평일 방문이 애초에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루 두세 시간 남짓 영업하는데다 재료가 떨어지면 미련 없이 문을 닫는다. 일요일도 쉰다. 토요일 아침이 유일한 기회였다. 

"오늘은 한 시간 안에는 들어가겠네."

 청와대 앞이라는 위치는 이 집만의 풍경을 만들었다. 경복고 학생들이 우르르 줄을 서면 그날은 마감 직전에 겨우 입장이 가능한 날이다. 딱 봐도 청와대 경호원들은 항상 말없이 줄을 섰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줄을 서며 늘 아내와 나누는 대화였다. 그래도 기다리다 포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청와대 앞이라는 위치는 이 집만의 풍경을 만들었다. 경복고 학생들이 우르르 줄을 서면 그날은 마감 직전에 겨우 입장이 가능한 날이다. 딱 봐도 청와대 경호원들은 항상 말없이 줄을 섰다. 

은퇴 후에는 한동안 좀 여유 있게 다녔다. 그런데 세상일은 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옮겨가고 잠시 줄이 짧아지나 싶더니, 청와대 복귀와 방송 프로그램 '틈만 나면'에 소개된 뒤로는 오히려 웨이팅 줄이 더 길어졌다.

"유재석 씨가 다녀갔다며? 당분간은 못 먹겠구만.”

그래서 발길을 돌린 날이 실제로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며칠 뒤, 아내와 나는 또 그 줄의 맨 끝에 서 있었다.

메뉴는 단순하다. 짜장면, 짬뽕, 볶음밥이 인기고 탕수육과 깐펑지(깐풍기), 튀김만두까지가 전부다. 둘이 온 손님들의 주문도 늘 비슷하다.

"짬뽕 하나, 짜장 하나, 탕수육 하나 주세요."

짜장면도 과장하지 않는다. 달지 않고, 짜지 않고, 면발의 탄력이 끝까지 살아 있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그 이상 욕심낼 이유가 없다. 짬뽕은 붉은 국물이 먼저 눈을 사로잡지만, 입안에서는 의외로 맑고 담백하다. 채소에서 우러난 시원한 맛이 국물의 중심을 잡고, 해물과 건더기들은 원물의 역할을 잘 해낸다. 면발은 과하게 굵지도 가늘지도 않아 한입 가득 넣기 좋다. 먹다 보면 '맵다'보다 '시원하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짜장면도 과장하지 않는다. 달지 않고, 짜지 않고, 면발의 탄력이 끝까지 살아 있다. 

탕수육은 당연히 ‘부먹’이다. 새콤한 소스가 먼저 오고 은은한 단맛이 뒤따른다. 폭신한 튀김옷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눅눅해지지 않는다.

이 집에는 없는 것도 많다. 물어 볼 분위기도 아니지만 술을 파는 것을 보지 못했다. 테이블도 많지 않다. 혼자 온 손님은 자연스럽게 합석한다. 벽을 바라보고 먹는 자리도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오래된 동네 식당만이 줄 수 있는 정겨움이 남아 있다.

탕수육은 당연히 ‘부먹’이다. 새콤한 소스가 먼저 오고 은은한 단맛이 뒤따른다. 폭신한 튀김옷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눅눅해지지 않는다.  사진 = 김대식 칼럼니스트

머리가 하얗게 변한 주인장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낀 적이 있었다. 눈이 마주쳐 머쓱한 채 할 말이 없어 주인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아직도 짜장면이 6천 원이네요." 웃으며 돌아온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건물이잖아요." 그 답에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이 집의 시간이 담겨 있다.

중식 마니아들은 새로운 간짜장과 탕수육, 희귀한 요리를 찾아 전국을 다닌다. 나도 그런 집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마음이 향하는 곳은 늘 청운동 중국이다. 지금도 누군가 내게 묻는다. "중국집 한 곳만 추천해 달라면?" 나는 망설이지 않는다. "조금 서두르세요. 그리고 청운동 중국으로 가보세요. 기다림도 맛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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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골목 맛집 탐험가) = 리테일 소매기업 30년 경력으로 3000여 개 점포 개발을 이끈 현장형 미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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