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으로 마트 납품 돼지고기 가격 미리 짰다… 육가공업체 9곳에 과징금
허세인 기자
cnc02@hnf.or.kr | 2026-03-13 22:44:23
일반육·브랜드육 납품 전 부위별·최저 입찰가 합의 후 투찰, 총 190억 원 규모
담합을 위해 개설한 채팅방 대화 내용. 사진 = 공정거래위원회
[Cook&Chef = 허세인 기자]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돼지고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육가공업체들이 공정거래당국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는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입찰가격과 견적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9개 돼지고기 가공·판매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31억 6,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가운데 6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제재 대상에는 도드람푸드, 선진, 팜스토리, CJ 피드앤케어, 부경양돈협동조합,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등 9개 업체가 포함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업체들은 크게 일반육 입찰과 브랜드육 공급 과정에서 각각 담합을 진행했다. 먼저 일반육의 경우 이마트가 매주 입찰 방식으로 납품업체를 선정하는데, 8개 업체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진행된 14차례 입찰 가운데 8건에서 사전에 부위별 투찰가격이나 최저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이들은 텔레그램 대화방과 카카오톡 1:1 대화 등을 활용해 삼겹살, 목심 등 부위별 가격 하한선을 정한 뒤 이에 맞춰 입찰에 참여했다. 해당 담합이 이뤄진 계약 규모는 총 103억 원에 달한다.
브랜드육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가격 합의가 이뤄졌다. 브랜드육은 육가공업체의 브랜드 라벨을 붙여 판매되는 제품으로, 사육 환경이나 품질 관리 등을 강조해 일반육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이마트는 업체들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업체별 협의를 통해 공급가격과 물량을 정하는데, 브랜드 간 가격 차이가 크게 나면 상대적으로 비싼 브랜드육의 판매량이 줄거나 저렴한 브랜드육의 이윤이 줄어들 위험이 있었다. 이에 5개 업체는 2021년 7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부위별 가격이나 가격 인상·인하 폭을 사전에 합의한 뒤 동일한 수준의 가격으로 견적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이뤄진 계약 규모는 총 87억 원이다.
돼지고기는 도축 이후 여러 단계의 가공과 유통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유통 구조를 보면 양축농가에서 생산된 돼지는 도축장을 거쳐 식육포장처리업체로 이동한 뒤 대형마트·정육점·식당 등 다양한 판매 채널로 공급된다. 소매 유통경로 중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17% 수준으로, 주요 소비 채널 중 하나다.
업체들이 납품가격을 높게 유지하면 대형마트의 판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마트는 납품가격에 일정 이윤을 더해 소비자 판매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담합에 따른 납품가 상승은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공정위는 먹거리 분야에서의 담합은 생활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현재 조사 중인 밀가루, 전분당, 계란 등 식료품 관련 담합 사건도 신속히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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