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만 남고 소비자 사라진 '식생활 공약'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5-29 13:01:34

대선 공약, 국민 밥상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만 돌아간다


21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  사진 = 민주노동당

[Cook&Chef = 이경엽 기자] 29일부터 시작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앞두고, 각 후보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의 삶과 직결된 ‘식생활’ 분야에서는 소비자는 실종되고, 농민과 소상공인 등 공급자 중심의 정책만 눈에 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쿡앤셰프’는 2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캠프의 공약집을 분석해 각 후보가 제시한 식생활·먹거리 정책을 검토했다. 그 결과는 한결같았다. 대부분의 공약이 농업 생산자 또는 유통업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정작 국민의 식생활 질을 좌우하는 식품 안전, 영양 불균형 해소 같은 실생활 이슈는 주변부로 밀려나 있었다.

 이재명 후보 – 농민 보호는 선명하지만, 식생활은 일부 강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쌀값 정상화, 농산물 가격 안정화, 농지 보전과 같은 농민 보호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 확대와 전략작물 지원을 통해 자급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점에서 공급망 안정에 대한 위기의식이 엿보인다.

이 후보는 자급률 향상을 위해 밀,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에 대한 생산기반을 확대하고, 공공비축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직불제를 개편하고, 친환경 농업에 대한 지원도 언급했다. 여기에 최근 추가된 공약으로는 '식량주권법' 제정을 통해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고, 기후적응형 농업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전략이 포함됐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품종개발, 스마트농업, 정밀농업, 스마트 관배수 체계 등도 공약에 포함되었으며, '기후취약 품목' 지정과 계약재배 확대, 글로벌 공급처 다변화 등을 통해 주요 농산물 공급망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또한 지역푸드플랜과 로컬푸드 활성화, 농촌 식품 사각지대 해소 등도 식생활 개선을 위한 틀로 제시되었다.

식생활 복지 측면에서는 GMO 완전 표시제 도입(단계적), 대학생 및 청년·근로자를 위한 '천원의 아침밥', 미취업 청년 식품바우처,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지원, 초등학생 과일간식 사업 확대 등도 포함된다. 이 외에도 학교 및 군 급식의 지역산·친환경 식재료 확대, 급식비 격차 완화, 농식품 바우처와 긴급 끼니 돌봄 제도 등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도 공약에 반영됐다.

이처럼 공약의 범위는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복지까지 일정 부분 확장됐으나, 여전히 소비자 참여 구조나 식생활 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은 상대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농정은 선명하지만, 소비자의 밥상으로까지 연결되기에는 한 발짝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문수 후보 – 유통 구조 개선 중심, 소비자 시야는 제한적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농산물 유통개혁을 중심으로 한 공급자 지원 공약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직거래 활성화, 유통 단계 간소화, 스마트농업 확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농민이 제값 받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또한 농업의 산업화와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며, 농업기술 혁신과 수출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방향은 생산성과 효율성 증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식품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 접근은 부족하다.

 취약계층의 식품 접근성 향상을 위한 농식품바우처 확대 방안이 제시되었다. 생계급여 수급자 중 청년을 추가 지원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원 금액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산 농축산물을 사용한 농식품 가공품까지 바우처 사용 품목을 확대하여 식품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포함된다.

그러나 여전히 식생활 밀착형 정책은 공약집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식품 안전성, 영양 불균형 해소와 같은 소비자 중심 이슈에 대한 접근은 미흡하며, 전반적으로 '공급 체계의 효율화'에 집중된 공약 구성이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김 후보의 공약 역시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드러낸다.

이준석 후보 – 식생활 공약은 실종, 소비자 시야 공백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식생활 및 먹거리 관련 공약을 공약집에 포함하지 않았다. 외식산업, 가공식품, 급식, 영양격차 해소 등 생활 밀착형 먹거리 정책은 전무하며, 식품 안전이나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언급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 후보의 경제 기조는 전반적으로 민간 중심의 자율경쟁체제 확대를 강조하고 있으며, 공공영역에서의 먹거리 보장이나 정책 개입은 최소화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조가 식생활 격차 해소나 소비자 권익 보호로 이어질 구체적인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준석 후보의 공약은 농정 전반에서조차 공백이 크며, 국민의 밥상을 위한 비전은 정치적 메시지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권영국 후보 – 공급·소비자 균형 시도했지만 현실성은 숙제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농어업 대전환과 먹거리 기본권 보장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기후위기, 지역소멸, 식량위기를 관통하는 문제로 농어촌을 진단하며, ‘먹거리기본법’과 ‘식량주권법’ 제정을 통해 국민의 식생활권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농업 확대와 기후생태직불금 신설, 생태농업센터 설치, 공공급식의 친환경 전환 등은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접근이다. 특히 생애주기별 급식 확대나 로컬푸드 순환 구조 조성은 식생활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 실행력과 재정 집행 가능성에 대한 검토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정책은 지역 인프라나 인력 부족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지나치게 이상적인 방향에 머무를 위험도 있다. 유통구조 개혁과 같은 급진적 변화는 산업계와 충돌 가능성도 있어,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 밥상은 유권자의 삶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김가람 간사는 "대선 후보 공약을 살펴보면 식생활 관련 정책은 대부분 공급망이나 농축산물 가격 안정에 집중되어 있다"며, "요즘처럼 식재료 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취약계층 외의 일반 소비자를 포괄하는 물가 대응책이 미흡하다"고 평했다.

또 "민주주의 국가에서 식품 가격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공급망 제도 개선과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GMO 완전표시제 도입은 반드시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먹거리 정책은 단순한 농민 보호를 넘어 국민 모두의 건강과 생존을 다루는 문제"라며, "식품 가격, 공공급식 질, 식품 안전성 등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실생활 정책임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1대 대선 공약에서 농민, 소상공인 보호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국민의 밥상, 즉 식생활에 대한 비전은 여전히 정치의 후순위다. 식품 물가 안정, 공공급식 개선, 소비자 안전권 보장 등은 단지 복지정책이 아닌, 유권자의 건강과 직결된 본질적인 공약이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먹거리 정책은 어디까지 유권자의 삶을 반영했는가. 공급자 중심을 넘어, 이제는 국민의 밥상에도 정치가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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