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농장에서 시작된 요리 철학... 김종근 셰프의 레스토랑 ‘후제’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5-20 16:48:58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서울 양재천 인근에 위치한 레스토랑 ‘후제(fuje)’는 국내 제철 식재료와 직접 재배한 채소를 중심으로 한 프렌치 베이스 다이닝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6 미쉐린 가이드 신규 셀렉션에 선정된 이후 미식가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메뉴 구성과 안정적인 서비스로 재방문율 또한 높은 편이다.
후제를 이끄는 김종근 오너 셰프는 호주와 프랑스, 덴마크,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경험을 쌓으며 자신만의 요리 철학을 구축했다. 이후 도곡동에 12석 규모의 작은 레스토랑을 열며 후제를 시작했다. 김 셰프는 “평생 요리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며 “손님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레스토랑 이름에도 셰프의 철학이 담겨 있다. 후제는 양치식물을 뜻하는 프랑스어 ‘푸제르(fougère)’의 발음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화려한 꽃을 피우지는 않지만 ‘신뢰’라는 꽃말을 가진 식물로, 김 셰프는 꾸준하고 담백한 요리를 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후제의 가장 큰 특징은 직접 재배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김 셰프는 화성시 조암에 위치한 농장에서 무농약 허브와 채소를 직접 기르고 있다.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농장을 방문하며 식재료 상태를 확인하고, 계절에 맞춰 수확 시기를 조절한다. 계절마다 사용하는 작물이 달라 메뉴 역시 자연스럽게 변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 메뉴로는 왕우럭조개 요리가 있다. 살짝 익힌 왕우럭조개에 조개 육수로 익힌 밥을 곁들이고 레몬 제스트와 펜넬을 더했다. 조개의 감칠맛과 허브 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후제 특유의 담백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방문객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메뉴 가운데 하나로 자주 언급된다. “조개의 식감과 육수의 깊은 맛이 인상적이었다”, “허브와 조개의 조합이 신선했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오픈 초기부터 꾸준히 제공되고 있는 ‘감자 뢰스티’도 후제를 대표하는 메뉴다. 농장에서 수확한 두백감자를 바삭하게 조리한 뒤 백화고 버섯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감칠맛을 더했다. 바삭한 식감과 버섯의 풍미가 조화를 이루며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제주 한치를 활용한 ‘Calamari’ 메뉴 역시 후제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케이퍼 버터에 구운 한치에 한치 다리 소스, 피클한 여름 무, 오렌지, 다섯 가지 허브 샐러드를 곁들였다. 복잡한 조리 기법보다는 재료 본연의 향과 질감을 살리는 데 집중한 구성이 특징이다. 김 셰프는 과한 소스나 조리법 대신 재료 자체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공간 구성 역시 후제의 운영 철학을 보여준다. 주방과 다이닝 공간 사이에 단차를 두지 않은 오픈 키친 구조를 적용해 손님이 조리 과정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셰프 또한 손님의 식사 흐름과 반응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화이트톤 외관과 우드 중심의 인테리어, 차분한 조명은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프라이빗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다.
후제는 음식 외적인 부분에서도 세심함을 강조한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린넨과 물티슈를 직접 제작하고 있으며, 물티슈는 세탁 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원단 역시 촉감을 고려해 직접 선택했다. 음식뿐 아니라 손님이 경험하는 전체 과정에 일관된 방향성을 담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서비스에 대한 평가도 높은 편이다. 셰프가 직접 메뉴 설명과 배웅을 맡는 경우가 많고, 방문객의 취향이나 이전 방문을 기억하는 세심한 응대도 자주 언급된다.
후제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서울 파인다이닝 시장 안에서도 비교적 뚜렷한 방향성을 가진 레스토랑으로 평가받는다. 화려한 기술보다는 재료와 계절, 공간과 서비스의 균형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미식 경험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와 담백한 조리 방식, 그리고 셰프의 철학이 결합된 후제는 단순한 코스 요리를 넘어 어떤 식사를 지향하는지 보여주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후제는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며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은 정기 휴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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