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미(味)행] 말라가 최고의 생선구이. 진짜는 ‘페드레갈레호’에 있다
조소현 기자
cnc02@hnf.or.kr | 2026-07-10 16:31:28
어부들이 살던 조용하고 아늑한 전통적인 어촌, ‘페드레갈레호(Pedregalejo)’
[Cook&Chef = 조소현 기자] 스페인 남부 대표 휴양 도시 말라가에는 모래사장과 야자수가 줄지어 선 '말라게타(Malagueta)' 해변이 있다. 말라게타 해안가는 러닝하는 사람들과 일광욕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 말라게타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관광객들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한적한 해안마을이 있는데, 바로 '페드레갈레호(Pedregalejo)'다. 어부들이 살던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전통적인 어촌 마을로, 사람들로 붐비는 도심의 말라게타 해변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작은 인공 만이 여러개 이어진 독특한 구조로 바닷물이 따뜻하고 파도가 거의 없어, 말라가 현지인들이 가족, 친구들과 물놀이를 즐기는 쉼터같은 곳이다.
말라가 사람들이 페드레갈레호를 찾는 이유는 물놀이 뿐이 아니다. 페드레갈레호의 모래사장에는 보트 모양의 화로에 해산물을 직접 구워 파는 가게, 일명 ‘치링기토(Chiringuito)’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치링기토에서 파는 말라가식 생선꼬치구이 ‘에스페토(espeto)’는 뜨거운 태양볕에 지친 사람들에게 최고의 음식이다.
’엘 까브라(El Cabra)‘는 에스페토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 중 하나다. 가게 앞 모래사장에는 나무 지붕과 기둥으로 된 간이 부엌이 있는데, 여기서 재료를 손질하고 꼬챙이에 꿰어 구울 준비를 한다.
모래를 채운 작은 보트 모양의 화덕 ‘바르카 에스페테라(barca espetera)’에 장작불을 피우고, 생선을 꿴 꼬치를 불가에 비스듬히 꽂아 굽는다. 이렇게 화로에 직접 굽는 에스페토는 맑은 날에만 판매하고 흐린 날에는 튀김요리로 대체된다. 맛있는 에스페토를 먹으려면 운이 따라줘야 한다.
에스페토 중 가장 흔한 메뉴는 소금으로 간하고 레몬을 뿌려먹는 ‘사르디나 에스페토’다. '사르디나(Sardina)'는 갈리시아 대서양 연안 등지에서 잡히는 신선한 청어과 생선이다. 스페인을 비롯한 포르투갈, 이탈리아, 모로코 등의 나라들에서 아주 일상적으로 먹는 생선이다. 주로 굽거나 튀겨먹고, 마트에서도 통조림과, 절임 등의 가공식품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비린 맛이 적고 담백해 샌드위치로도 만들어 먹는다.
갓구운 정어리를 통째로 한입 먹으면 평범한 비쥬얼에 별 기대 없던 사람도 두 눈이 번쩍 커진다. 수저나 포크도 필요 없이 양손으로 잡고 갈비 뜯듯 뜯어먹으면, 가시에서 살이 후루룩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다. 이 정어리 구이와 꼭 함께하는 것이 있는데, 안달루시아에서 흔하게 먹는 레몬 맥주인 ‘클라라’다. 비린맛 하나 없이 짭짤한 정어리 한입에 상큼한 클라라 한모금 하다보면, 어느샌가 한접시 더 추가하게 된다.
제대로 된 에스페토를 맛보고 싶다면 페드레갈레호에 가야한다. 화려하고 유명한 식당들이 즐비한 말라게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낯선 해변에 누워서 따가운 햇살을 맞았던 기억을 더 오래 남는다.
눈 앞엔 바다, 정어리구이와 클라라 한잔. 이보다 더 '지중해'스러운 경험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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