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식탁은 어떻게 바뀔까…홀푸트 마켓 푸드 트렌드 선정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1-06 22:50:36

회귀와 혁신이 공존하는 식탁 전망
홀푸드 마켓 “호기심·창의성·의식적 소비가 핵심 키워드”
사진 =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 제공

[Cook&Chef = 송채연 기자] 미국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 트렌드 위원회가 발표한 ‘2026 푸드 트렌드 보고서’에서 내년 식품 산업을 이끌 8가지 흐름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의 식탁은 ‘회귀와 혁신의 공존’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전통적인 재료와 조리법이 다시 주목받는 한편,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향한 실험적 시도가 동시에 이어질 전망이다.

홀푸드 마켓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소니아 가프시 오블리스크(Sonya Gafsi Oblisk)는 “올해의 트렌드는 호기심, 창의성, 그리고 의식적인 선택이 사람들이 먹고 쇼핑하는 방식을 형성하고 있다”며 “소비자는 이제 ‘무엇을 먹을까’보다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귀환, 건강을 향한 회귀

한때 건강에 해롭다고 여겨지며 자취를 감췄던 우지(소기름)가 다시 돌아왔다. 높은 발연점과 깊은 풍미 덕분에 재조명된 소기름은 새로운 조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미국 레스토랑에서는 해바라기유 대신 우지를 사용한 프라이나 페이스트리가 늘고 있으며, SNS에서는 소기름 비누·버터 등 비식품 콘텐츠까지 확산되고 있다. 버려지던 지방을 재활용하는 ‘지속가능한 맛’이라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지는 위험한 기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최근 돼지기름, 닭기름 등을 사용해 요리하는 트렌드가 생겨나면서 우지의 이미지도 변화하고 있다. 

건강을 향한 회귀는 섬유질(Fiber) 트렌드에서도 이어진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 한계를 보이면서 장 건강과 소화 균형을 중시하는 소비가 늘고 있다. 카사바, 치커리, 곤약, 귀리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재료가 파스타·빵·음료로 확장되며, ‘속 편한 간식’이 일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홀푸드 마켓은 이를 “섬유질이 단순한 기능성 성분을 넘어, 전신 웰니스의 중심으로 부상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감각의 식탁, 미학으로 진화한 소비

2026년의 주방은 더 이상 단순한 조리 공간이 아니다. 홀푸드 마켓은 이를 ‘키친 꾸뛰르(Kitchen Couture)’라 명명했다. 밝고 대담한 색상, 예술적인 라벨 디자인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며, 식품이 ‘보여지는 즐거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와인 라벨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올리브오일, 통조림, 핫소스 등 일상 제품으로 확장됐다. 이는 2024년 ‘작은 사치(Little Luxury)’ 트렌드의 연장선으로, 식품이 기능에서 감성 가치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슷한 맥락에서 냉동 파인다이닝(Freezer Fine Dining)의 부상도 주목된다. 팬데믹 이후 ‘집밥의 고급화’가 가속화되며, 셰프 브랜드의 냉동 간편식이 레스토랑급 품질로 진화했다. 홀푸드 마켓은 이를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품격 있는 한 끼를 즐기려는 새로운 럭셔리 소비”로 정의했다.

사진 =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 제공

식초의 르네상스와 의식적 단맛의 확산

건강한 식문화를 향한 관심은 식초(Vinegar)와 단맛(Sweetness)에서도 나타난다.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애사비(Apple cider vineger)처럼 마시는 식초나 과일·허브를 섞은 프리미엄 식초가 건강 음료로 떠오르고 있으며, 혈당 안정과 장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새로운 기능성 식재료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인공 감미료 대신 꿀, 과일, 사탕수수, 메이플 시럽 등 자연 유래 단맛(Mindful Sweet)을 찾는 소비가 늘고 있다. 기존의 저당, 무가당의 트렌드가 이제는 자연 유래 단맛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SNS에서는 대추와 땅콩버터로 만든 수제 디저트가 인기를 끌며, ‘클린 스위트’ 바람을 이끌고 있다.

지속가능한 변화, 식탁을 넘어

빠르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비판받았던 인스턴트식품(Instant Food)도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다. 브랜드들은 단백질을 강화하고 첨가물을 줄인 프리미엄 간편식을 선보이며, “빠르면서도 건강한 삶”을 제안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 농부의 부상(Year of the Female Farmer)은 2026년 식품 산업의 인문학적 흐름을 보여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내년을 ‘세계 여성 농부의 해’로 지정하면서, 농업 내 성평등과 포용이 산업의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홀푸드 마켓은 이를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이끌 주체로서 여성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상징하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2026년의 식탁은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깃든 식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기름의 깊은 풍미, 섬유질의 건강함, 식초의 상큼함, 그리고 여성 농부의 손끝이 어우러진 그 한 끼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의식적 삶의 방식’을 담고 있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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