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열전 03 / 하나도 남김없이 자연으로, 산크리스피노 바이오 화이트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2-10-11 09:39:38

- 시칠리아는 제주도 면적의 14배가 넘는 지중해 최대의 섬으로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향긋한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
- 섬에서 나온 해산물 요리,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야채 샐러드 그리고, 식전주로 사용하기 좋다

[Cook&Chef=조용수 기자] 산크리스피노 와인은 병 와인이 아닌 팩 와인이다. 산크리스피노를 만드는 와인양조 조합 '테레 드 세비코'는 지속가능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일체의 화학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포도를 생산할 때부터 콩과 벼와 같은 곡물류를 묻어 토양의 유기물 및 무기물을 조절하는 경작 기술을 사용했다.

뚜껑부터 와인을 담고있는 팩 또한 전 성분이 생 분해되는 물질을 이용한 와인이다. 어느 것 하나 폐기물로 남지 않는 다는 점이 요즘의 친환경 트렌드에 잘 부합한다. 1961년에 Ronco Cellars와 이탈리아 최대 유기농 와인 생산업체인 Sicilian Cooperative Colomba Bianc의 협력으로 팩 용기와 유기농 와인에 대한 합작이 가능했다. 이 두 곳은 유기농 생산을 위한 다양한 인증 기관(CCPB, ICEA, Suolo e Salute, Bioagricert)의 감독을 받는다. 유기농 와인이 분해되는 유기농 성분의 팩 와인에 담긴 것은 산크리스피노가 처음이다. 가격은 6천원대이지만 와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가격 그 이상이다. 

이탈리아 해안 바로 옆에 있는 지역인 시칠리아는 제주도 면적의 14배가 넘는 지중해 최대의 섬으로 세계에서 가장 독특하고 향긋한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이름나 있다. 특히 남서부 시칠리아의 기후는 포도 나무가 곤충이나 곰팡이의 공격이 덜하여 포도나무가 건강한 상태로 재배되기 좋다. 산크리스피노는 시칠리아(Sicilia)섬의 토착 품종인 카타라토(Catarratto), 인졸리아(Inzolia)로 만들었다. 이 두 포도 품종은 열대 과일과 레몬의 향이 풍부하며 잘 익은 서양배 (장미과에 속하는 배나무의 열매로 갸름하며 꼭지 반대쪽이 불룩한 모양을 하고 있다)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카타라토(Catarratto)로 생산한 화이트 와인은 복잡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섬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화이트 품종으로 와인이 물을 마시듯 가볍게 마시기 쉬운 스타일이 양조된다.

 

산크리스피노 와인을 글라스에 담아보면 금빛이 도는 노란색을 볼 수 있다. 향을 맡아보면 시큼한 감귤류가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이후 후각이 이 향에 익숙해지면 허브향, 레몬향을 담은 아로마가 미세하게 느껴진다. 맛을 보면 위 언급한 두개의 품종이 가진 특징이 그대로 입안에서 연출된다.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상쾌한 산미가 기분 좋게 혀를 감싼다. 이후는 정말 쉽게 즐길 수 있다. 드라이하며 풍부한 과일 맛을 느낄 수 있다. 시칠리아에서 난 화이트 와인인 만큼 섬에서 나온 해산물 요리,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야채 샐러드 그리고, 식전주로 사용하기 좋다. 매우 차게해서 마시는 것보다 8℃ 정도 살짝 차갑게 해서 마시길 권한다. 

이탈리아는 오래된 와인양조장들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뿐 만이 아니다. 크고 작은 와인 협동조합이 500여개에 달하며 소속된 와인 양조장도 14만개에 달하여 '와인 협동조합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에서 와인을 만들면 소규모 농장들의 특색과 정체성, 전통을 가장 잘 나타내기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와 품질을 지닌 와인을 제공한다. 산 크리스피노 와인을 생산하는 '테레 드 세비코 (Terre de CEVICO)'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조합으로 1913년 에밀리아 로마냐(Emilia-Romagna) 최초의 협동 양조장으로 설립하여 소규모 포도재배자들을 모으고 그들에게 양조에 대한 책임, 영업, 포도밭 관리등의 권한을 부여하며 함께 양조업을 시작하였다.

모두가 공평하게 소득을 창출하는 이 시스템은 당시 상당히 선진적인 시스템으로 품질의 향상과 판매가격의 관리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조합의 형태를 갖춘 것은 1963년이 되어서다. 이 때부터 와인의 대량생산, 대용량 와인을 만들며 빠르게 규모가 커져갔다. 트렌티노(Trentino)부터 시칠리아까지 총 17개의 와이너리가 조합으로 운영되었다.

이때 ‘테레 드 세비코’는 생산과 판매에 연연하지 않고 주변의 자연환경과 공생할 수 있는 와인 양조, 생산환경을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였다. 60년대 당시에는 매우 생소하고 필요성이 낮아 두드러진 성과들을 나열하긴 힘들지만 그들의 이런 자연에 대한 태도는 분명 오늘 생산하는 와인의 품질과 친환경 적인 생산환경에 신뢰감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생분해가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고, 친환경농법으로 포도를 생산 및 떼루아를 관리함으로써 맛과 환경이라는 두가지 핵심가치를 꾸준히 유지하는데 힘쓰고 있다. 

지금은 매우 독특하고 향긋한 와인들이 많이 생산되지만 한때 쉽게 수출할 수 있는 단순하고 대량의 와인(벌크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와인 생산자들이 이 지역의 독특한 테루아(땅의특징,기후 등 와인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자연환경 전반)을 이용함에 따라 와인 생산의 초점이 크게 바뀌었다. 시칠리아 섬의 토양은 주로 화산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토양은 전통적으로 과일맛이 나지 않는 와인이 생산된다. 대신, 화이트 와인은 풍미가 좋고 풀 내음과 짠맛(미네랄 터치)가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이탈리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와인 애호가들은 나파 밸리( Napa Valley )와 윌라멧 밸리 (Willamette Valley)와 같은 세계의 다른 지역 에도 화산 토양의 흔적이 있지만 이들 지역의 와인은 시칠리아만큼 향긋하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독특한 특성은 샤르도네와 같이 시칠리아에서 재배되는 더 잘 알려진 (국제)품종 뿐만 아니라 카타라토, 그릴로, 인솔리아, 말바시아와 같은 다른 시칠리아 와인에서도 발견된다. 위 언급한 시칠리아의 토착 품종은 디저트 와인을 생산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가장 인기 있는 것들로는 모스카토 디 판텔레리아 (Moscato di Pantelleria / Zibibo 라고도 한다)와 말바시아(Malvasia)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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