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2] 백종원은 탈락시키지 않는다...편집이 만든 '역할 분담'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12-19 21:00:56

1라운드 탈락 장면 분석, 왜 안성재만 '악역'이 됐나 안성재 셰프(좌)와 백종원 대표  사진 = 넷플릭스

[Cook&Chef = 이경엽 기자] 흑백요리사2 1라운드를 다시 돌려봤다.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80명의 흑수저 중 61명이 탈락했다. 그 많은 탈락 장면 중에서, 백종원 심사위원이 직접 '불합격'을 선언하는 장면은 단 한 번뿐이었다. 나머지 탈락 장면은 전부 안성재 심사위원의 몫이었다.

우연일까. 아니면 편집의 결과일까.

본지는 1~3화 방송을 정밀 분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불균형은 ‘방송에 담긴 장면’만 놓고 보면 우연만으로 설명되긴 어렵다. 백종원을 '인자한 심사위원'으로, 안성재를 '냉정한 심사위원'으로 포지셔닝하는 편집 패턴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이 편집이 의도된 것인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데이터로 본 '탈락의 분담'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라운드에서 탈락이 확정되는 장면, 즉 심사위원이 '불합격'을 선언하고 참가자가 고개를 숙이는 장면을 모두 추적했다. 방송에 이름이 노출된 54명의 참가자 중 탈락자는 35명. 이 중 탈락 장면이 상세히 방송된 케이스를 분석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백종원이 직접 '불합격'을 선언하는 장면은 단 1회에 불과했다. 반면 안성재가 '불합격'을 선언하는 장면은 압도적 다수였다. 편집의 문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시청자의 뇌리에 남는 것은 '먼저 나온 장면'이다. 탈락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악역'으로 각인되기 쉽다. 두 심사위원이 같은 비중으로 심사에 참여했다면, 탈락 선언의 비중도 비슷해야 자연스럽다. 

하지만 방송에서 보여주는 비율은 9:1에 가깝다. 물론 방송만으로는 실제 비율을 단정하기 어렵고, 편집되지 않은 심사 장면의 비율은 확인 불가다. 다만 '방송에 나온 장면'만 놓고 보면, 이 정도의 편향은 눈에 띈다.

김도윤 탈락, 악역은 누구의 몫이었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김도윤 셰프의 탈락이다. 미쉐린 1스타 '윤서울'의 오너 셰프. 시즌1 백수저 출신. 2000만 원짜리 제면기를 경연장에 공수해 온 남자. 그가 '히든 백수저' 룰에 따라 흑수저들과 같은 조건에서 심사를 받았다.

그의 요리는 백강밀에 녹두와 콩을 배합해 뽑아낸 면. 포크와 나이프로 쌈을 싸듯 먹는 독특한 들기름 국수였다. 백종원의 반응을 보자. "제가 먹었던 들기름 국수 중에서 처음 먹어보는 맛입니다. 식감이 재밌어요." 그리고 합격 도장을 찍었다. 안성재의 반응은 달랐다. "저도 면을 뽑는 사람으로서 봤을 때, 이 식감은 의도가 아니라 덜 익어서 나는 텁텁함입니다." 탈락.

히든 백수저 룰은 두 심사위원 모두의 합격이 필요하다. 결과는 탈락. 미쉐린 셰프가, 그것도 면 요리 전문가가 면 요리로 탈락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편집의 순서다. 백종원은 '합격'을 먼저 선언한다. 시청자는 "오, 합격이네"라고 안도한다. 그 직후 안성재의 '불합격'이 나온다. 시청자의 감정은 자연스럽게 안성재를 향한다. "왜 떨어뜨려?", "너무 가혹한 거 아니야?"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백종원도 '불합격'을 줄 권한이 있었다. 그가 '불합격'을 줬다면 어차피 결과는 같았다. 하지만 그는 '합격'을 줬고, 결과적으로 탈락의 책임은 안성재 쪽으로 쏠리게 편집됐다. 백종원이 진심으로 그 면이 합격 수준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편집의 결과만 놓고 보면, 탈락의 '악역'은 안성재가 떠안았고, 백종원은 '아쉬워하는 심사위원' 이미지를 유지하게 됐다.

1화의 '런(Run)', 2~3화의 '복원'...편집의 맥락

편집의 패턴을 더 자세히 뜯어보자. 1화에서 백종원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심사 장면에서 그의 발언 시간은 안성재보다 짧고, 카메라도 안성재에게 더 많이 향한다. 왜일까. 1화는 '히든 백수저' 룰이 공개되고, 김도윤 셰프가 탈락하는 장면이 담긴 회차다.

이 장면에서 백종원이 부각되면, "왜 합격시켰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편집은 백종원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안성재의 냉정한 판단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1화에서 안성재는 '냉정한 심사위원'으로 각인됐다.

2화와 3화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합격자가 대거 발생하는 구간이고, 백종원의 따뜻한 합격 선언이 연이어 나온다. "축하해요", "맛있었어요",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백종원은 인자한 미소로 합격 도장을 찍는다. 시청자들은 "역시 백종원", "따뜻한 심사위원"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탈락 장면은 여전히 안성재의 몫이다. 하지만 2~3화에서는 탈락보다 합격이 더 많이 나오니까, 전체적인 인상은 '합격 = 백종원'으로 굳어진다.

1화에서 안성재에게 '냉정한 심사위원' 이미지를 부여하고, 2~3화에서 백종원을 '따뜻한 심사위원'으로 부각시키는 구조. 이것이 우연인지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패턴이 만들어졌다.

한 가지 맥락을 짚어야 한다. 흑백요리사2의 촬영 시기다. 정확한 촬영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촬영은 2025년 하반기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백종원 대표를 둘러싼 프랜차이즈 논란 이후다.

프로그램 입장에선 리스크와 자산이 공존했을 수 있다. 백종원의 지명도는 여전히 프로그램의 자산이지만, 그를 둘러싼 논란은 리스크였다. 제작진이 어떤 의도로 편집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과물만 놓고 보면, 백종원이 '좋은 소식'을 전하고 안성재가 '나쁜 소식'을 전하는 구조가 일관되게 나타난다. 이것이 의도된 것인지, 우연의 결과인지는 제작진만이 알 것이다.

안성재는 왜 감수했나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안성재 셰프는 왜 이런 편집 결과를 감수했을까. 물론 출연자가 편집에 관여하기는 어렵다. 촬영이 끝난 뒤에야 어떻게 편집됐는지 알 수 있고, 그때는 이미 방송 직전이다. 계약 조건상 편집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안성재 셰프는 '악역' 이미지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인다. 시즌1에서도 그는 냉정한 심사로 유명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요리의 완성도만 봤다. 그 결과 일부에서는 "너무 깐깐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됐다.

시즌2에서도 마찬가지다. 김도윤 셰프의 탈락 장면에서 그는 자신의 판단을 굽히지 않았다. "미쉐린 셰프라서 봐준다"는 식의 타협은 없었다. 오직 접시 위의 요리만 평가했다. 어쩌면 안성재는 편집 결과와 무관하게 자신의 심사 철학을 지킨 것일 수 있다. "악역으로 비치든 아니든, 나는 내 기준대로 평가했다"는 태도. 이것이 조리사의 자존심이다. 인기를 위해 심사 기준을 낮추지 않는 것. 편집이 어떻게 되든,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지는 것.

시청자들은 이미 눈치채고 있다

제작진이 간과한 것이 있다. 시청자들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편집의 불균형을. 두 심사위원에 대한 역할 분담을. 제작진이 아무리 편집으로 특정 이미지를 만들어도, 시청자들은 '이상함'을 감지한다. 왜 탈락 장면에는 항상 안성재만 나오지? 왜 백종원은 항상 아쉬워하는 역할이지? 이런 의문들이 쌓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글을 마무리하며, 넷플릭스와 제작진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런 편집 패턴이 의도된 것입니까, 아니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입니까. 안성재 셰프가 '악역'처럼 보이는 편집이 공정하다고 생각합니까. 두 심사위원이 같은 비중으로 심사했다면, 편집도 균형 있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시청자들이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흑백요리사는 분명 좋은 프로그램이다. 조리사들에게 무대를 주고, 대중에게 요리의 재미를 알려준다. 시즌1의 성공은 이 포맷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하지만 시즌2의 편집 패턴은 의문을 남긴다.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 특정 심사위원에 대한 역할 편중. 이런 것들이 쌓이면, 프로그램 전체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시청자들은 "누가 이길까"를 궁금해하면서 시청하지만, 그 전제에는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겠지"라는 신뢰가 깔려 있다. 편집에 대한 신뢰도 마찬가지다. 제작진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정 패턴의 편집이 정말 프로그램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시청자의 의문을 키우는 것인지.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그리고 시청자는, 기억한다.

[알림] 이어지는 4편 〈[기자수첩] [흑백요리사2] 백종원, 당신의 '신기하다'는 심사였는가〉는 
12월 20일(토) 오후 9시에 공개됩니다.

Cook&Chef /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