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여행 '조지아(Georgia) / 새로움 찾아 떠나는 또 하나의 행복
김홍덕
hordon@semicomm.co.kr | 2019-08-29 08:14:47
- 실크로드의 중간 지역으로서 다양한 문화와 음식, 인종이 어우러진 산악 지방
- 이슬과 만년설로 영글어가는 독특한 포도 재배법 보유
텔레비전의 여행 프로그램에서 소개가 빈번해짐에 따라 최근 ‘조지아(Georgia)’로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웬만큼 해외여행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서유럽의 지나치게 세련된 친절과 상술 혹은 획일화된 듯이 보이는 음식에 식상을 한 터라 뭔가 새로운 맛과 느낌을 찾아 떠나는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조지아(Georgia)’는 구 소련연방 공화국으로부터 1991년 독립을 한, 코카서스 3국의 중심국가이다. 코카서스는 동·서양을 이어주던 실크로드의 중간 지역으로서 다양한 문화와 음식, 인종이 어우러진 산악 지방이다. 아제르바이젠의 산간 지방에서 시작해 러시아로 이어지는 이 코카서스의 산맥에는 유럽 최고봉인 엘부르즈가 자리 잡고 있으며 조지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젠의 세키는 대상들이 머물던 숙소인 카라반 샤이가 있는 곳으로 유명해 올 7월에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조지아(Georgia)’는 러시아로부터 독립했던 16개국 CIS와 달리 독자 노선을 표방하며 자주독립의 기치를 유지해오고 있는 아주 독특한 국가이다. 구 소련 당시의 경찰들을 모두 해고한 후 새로 청렴한 경찰을 선발해서 ‘Clean Police’를 자랑하고 있는 ‘조지아(Georgia)’는 옛날에 불리우던 ‘그루지아’라는 러시아 표기를 아주 싫어한다.
세계 4대 장수국가로 불리는 ‘조지아(Georgia)’에서는 60대의 여성도 출산을 할 만큼 청정한 자연을 자랑한다. 5,000m 이상 높이의 고산을 20개나 껴안고 있으며 만년설과 빙하 및 울창한 산림으로 인해 이른바 에코(친 자연) 투어리즘을 최고의 매력으로 치는 나라이다. 높은 산악지대 사이에 분지처럼 자리 잡은 넓은 평원으로 인해 프랑스와는 다른 일조량을 가지는 조지아는 이슬과 만년설로 영글어가는 독특한 포도 재배법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인류 최초의 와인을 만든 나라로도 알려진 ‘조지아(Georgia)’. 이 나라에는 공식적으로 판명된 포도의 품종만도 520여 가지로서 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의 320여 종보다 탁월하게 많은 숫자를 자랑한다. 구 소련에 속해있었던 ‘조지아(Georgia)’로서는 근대 와인 문화가 활발해질 당시의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홍보와 프로모션을 하지 못한 까닭에 전 세계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소련으로부터의 독립 후 서서히 자본주의의 맛?을 알게 된 ‘조지아(Georgia)’가 인류 최초의 와인 생산국으로서 갖는 명성을 떨침에 따라 러시아, 미국, 중국 등지로의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실제로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사건 주인공인 노아가 술에 취해 잠에 곯아떨어졌다는 이야기 중의 '술'은 바로 ‘조지아(Georgia)’의 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Georgia)’의 와인은 서유럽의 와인에 비해 제조법이 확연히 다르다. 와인을 만들 포도의 품종도 다르려니와 와인을 담그기 위한 방법도 진흙으로 만든 항아리('크베브리'라고 함)에서 한다는 것이 매우 특이하다. 전통적인 방법에 의하면 수확한 포도들은 일 주일간을 진흙 항아리에 담가 1차 발효를 한다. 그런 후 땅에 묻혀진 큰 항아리에 포도의 알갱이와 잎, 가지, 줄기 등을 넣어 2차 발효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주조된 ‘조지아(Georgia)’의 와인은 매우 깊고도 무거운 맛과 향을 특징으로 한다. 항아리의 바닥에 침전된 불순물들은 '짜짜'라고 하는 과일주로 만들어지는데 러시아의 보드카보다 강한 도수인 60도 이상짜리의 리쿼 (독주)들도 많이 있다. 와인이건 리쿼든 ‘조지아(Georgia)’를 대표하는 알콜 종류에는 이러한 독특함이 묻어 있다.
최근 ‘조지아(Georgia)’의 와인이 인기를 끌게 됨에 따라 이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월에 모 백화점 목동점에서 ‘조지아(Georgia)’의 특정 브랜드 와인이 시음회를 가졌는데 매우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이야기가 들렸을 정도이다. 심지어 중국의 한 대형 호텔에서는 최근에 ‘조지아(Georgia)’ 와인 박물관을 만들어서 크베브리와 함께 ‘조지아(Georgia)’의 와인 및 전통 음식을 전시, 판매하는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 하니 가히 그 치솟는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조지아(Georgia)’의 와인 산업은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프랑스나 미국의 와이너리 못지않은 사또들이 적지 않다. 포도를 수확하는 계절에는 포도 밟기를 비롯해 치즈 만들기, 와인 시음회 등 여러 가지 행사들이 열리며 크베브리가 저장된 수도원을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와인 리조트들은 환상적인 경관을 배경으로 포도씨 마사지, 와인 욕조 테라피 등 다양한 와인 이벤트들로 외국인 방문객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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