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의 한식탐구] 궁중음식, 시작과 지금을 잇는 언어 (2) 한식의 확장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3-30 11:28:33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한식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분식과 길거리 음식부터 파인다이닝에 이르기까지, 한식은 다양한 형태로 해외에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그 확산의 속도만큼 ‘무엇이 한식인가’에 대한 질문은 충분히 다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외형은 전해지지만, 그 안에 담긴 구조와 기준은 종종 생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복려 선생의 이야기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한식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보다, 무엇을 기반으로 확장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자리였다.
Q. 최근 한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흐름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식이 알려지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 없이 확산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음식의 외형만 전달되고, 그 안에 담긴 구조나 의미는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Q. 해외에서는 분식이나 길거리 음식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것도 한식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것이 한식의 전부처럼 인식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한식에는 훨씬 더 다양한 구조와 깊이가 있습니다.
Q. 앞으로 한식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외국의 조리법이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하지만 기준은 한식 안에 있어야 하고 우리 음식의 본질을 이해한 상태에서 접근해야 더 새로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시대와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하며 세계화로 나아가야 합니다. 전통이란 과거에 그대로 멈춰있는 것이 아니며, 퓨전 음식 자체를 터부시해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식 연회 문화나 현대인의 식습관에 맞춰 먹는 사람을 배려하는 유연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Q. 최근 궁중음식을 배우려는 셰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예전에는 궁중음식을 배우는 사람들이 전공자이거나, 집안에서 음식을 잘 해보고자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성인이 되어 자기 길을 찾으려는 분들이 주로 오셨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른 흐름이 보입니다. 음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신이 만드는 음식의 원천이 어디인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궁중음식을 배운 사람이 최고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배우려는 사람들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실제로 셰프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셰프들이 배우면 더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참여는 많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셰프들을 위한 교육 방식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젊은 요리사들이 궁중음식이나 고조리서를 통해 무엇을 배우면 좋을까요?
고전 음식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궁중음식만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음식 기록 전체를 함께 봐야 합니다. 그래야 음식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외국의 기술을 가져오는 것도 좋지만, 우리 음식의 본질을 기반으로 한다면 더 새로운 창작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음식고전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궁중음식은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궁중음식은 재료가 다양하고 과정이 많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체를 위한 음식이 아니라, 소수의 사람을 위한 정교한 음식입니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고 섬세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맛을 낸다는 점입니다. 고기를 통해 감칠맛을 얻고,
좋은 장을 사용하여 맛을 완성합니다. 재료 자체로 맛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궁중음식의 핵심입니다.
실제로 많은 분이 한식을 배우는 첫 번째 단계로 한식조리기능사를 꼽습니다. 이 자격증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75년 국가기술자격법이 시행될 당시, 정부에는 조리 실기 시험을 운영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시설과 전문 인력이 갖춰진 궁중음식연구원에서 위탁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故 황혜성 교수는 한식 조리의 기준을 정립한 인물로서, 출제와 심사에 깊이 관여하며 ‘무엇이 한식인가’에 대한 기준을 세웠습니다. 나 (한복려 선생) 역시 그 흐름을 이어 실무와 심사 전반에 참여하며 관장했습니다.
또한, 1992년 한식조리기능장 제도의 도입은 기능장은 단순한 조리 능력을 넘어, 한국 음식의 원형을 이해하고 전수할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하는 제도로 초기 기능장 시험에는 궁중음식과 전통 통례 음식이 높은 비중으로 포함되었고, 이때 궁중음식연구원의 교육 체계는 사실상 표준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 한식의 기본은 궁중음식에서 출발해 제도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궁중음식은 멀리 있는 특별한 음식이 아닙니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배려의 방식이 가장 정교하게 축적된 음식입니다. 그래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구조를 이해하면 오히려 한식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음식이 됩니다.
Q. 앞으로 궁중음식이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의궤에 나와 있는 내용 중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취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한식의 색과 철학, 오방색과 고명의 의미 등을 함께 이어가야 합니다. 그 구조를 이해하고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젊은 셰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궁중음식은 재료가 다양하고 과정이 많기 때문에 다루기 어려운 음식입니다. 주방에서 실제로 구현하려면 일도 많아집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가져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맛을 냈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조미료가 없던 시절에는 고기를 통해 감칠맛을 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기를 줄이고 장을 통해 맛을 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직접 만들지 못하더라도, 좋은 재료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Q. 전통 한식과 현대 셰프들의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전통 한식을 해온 분들과 외국에서 공부한 셰프들은 색감과 담음새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해외에서 익힌 감각과 기술을 한식에 접목해 새로운 형태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외국 요소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오히려 한식의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식의 색감과 오방색, 고명의 구조를 기반으로 하되,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한식 교육과 관련해 고민하고 계신 부분이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한식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기관이 부족합니다. 학원 형태나 자격증 과정, 대학의 일부 과목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식학교를 만든다면 단순히 기술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외부 사람들을 끌어들여 교육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또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한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복려 선생의 말은 한식이 무엇을 기반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를 다시 짚게 한다.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이해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궁중음식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 음식 전체를 관통하는 기준으로 읽힌다.
궁중음식연구원에서 그 기본을 배우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식을 기록하고 풀어내고자 하는 입장에서 선생의 시간은 단순한 과거의 축적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기준으로 남는다.
오랜 시간 한국 음식의 전통을 지켜온 큰 어른으로서, 그리고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연구자로서 한복려 선생의 역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 축적된 시간이 이어지는 한, 한식의 방향 또한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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