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껍질의 반전…버려지던 찌꺼기가 농장을 살리다

홍지우 기자

cnc02@hnf.or.kr | 2025-11-07 23:36:23

주스 짜고 남은 감귤 껍질, 냄새 잡는 천연 탈취제로 변신
악취 90% 줄이고 농가소득까지↑, 화학약품 대체
감귤 찌꺼기, 토양 수분 잡는 친환경 개량 소재로 재탄생
가공 후 남은 감귤 부산물. 사진 = 농진청

[Cook&Chef = 홍지우 기자] 비타민C가 풍부한 겨울철 대표 과일 감귤은 매년 수만 톤이 소비되지만 주스를 짜고 남은 껍질과 찌꺼기는 대부분 버려져 왔다. 그런데 이제 이 감귤 찌꺼기가 농장의 냄새를 없애고 해충을 줄이며 토양을 살리는 친환경 자원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감귤 부산물을 악취 저감제, 해충 유인제, 토양 개량제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감귤 부산물 자원 순환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버려지던 감귤 찌꺼기가 농업의 재료로 다시 돌아오는 푸드 리사이클링의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진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감귤 생산량의 약 10%인 4만 톤가량의 부산물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폐기되거나 사료로만 쓰였다. 이번 기술은 버려지는 감귤 부산물을 자원으로 돌려 농업에 다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연구진은 감귤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즙에 남은 천연 당분을 이용해 냄새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키웠다. 이 미생물이 농장의 암모니아나 황화수소 같은 냄새 성분을 자연적으로 없앤다. 실제 돼지농가에서 실험한 결과 악취가 90%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화학약품을 쓰지 않아 지속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이 액체비료를 활용하면 분뇨처리업체가 부산물을 저렴하게 수거해 농가에 공급할 수 있다. 농진청은 2000마리 규모의 돼지농장이 이를 통해 연 3700만원의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려지던 감귤 껍질이 농장 수입까지 높여주는 셈이다.

감귤 특유의 상큼한 향을 내는 리모넨 성분은 천연 해충 유인제로 변신했다. 연구진은 리모넨 향과 해충의 페로몬을 함께 이용해 고구마·인삼·배 농가의 해충 유입을 크게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큰검정풍뎅이 암컷 유인률이 기존보다 45% 높아졌고 실제 피해율은 52%에서 15%로 줄었다.

게다가 리모넨을 시중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감귤 찌꺼기에서 추출하면 비용을 70% 절감할 수 있다. 남은 감귤 껍질과 과육은 쌀겨, 목분, 알껍질 등과 섞어 천연 토양 개량제로 다시 태어난다.  이 자재를 뿌리면 흙의 수분 유지력이 50% 이상 높아져 식물이 가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기존 화학자재보다 훨씬 친환경적이면서 작물 맞춤형 제작도 가능하다.

농진청은 앞으로 감귤 부산물 자재의 안전성 검증과 환경성 평가를 진행해 관련 법령 개정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통해 1개 기업이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성공 시 감귤 부산물 산업화 모델로 확산될 전망이다.

김대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직무대리는 “감귤 부산물을 활용한 자원순환 기술은 폐기 비용 절감뿐 아니라 악취 저감, 해충 관리, 토양 개량 등 다각적 효과를 통해 농가소득 향상과 농업환경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농산업 부산물 자원화의 혁신 모형(모델)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기술 보급과 함께 산업체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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