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목이 먼저 아는 식재료… 도라지가 ‘호흡기 루틴’이 되는 이유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19 18:07:23

사포닌이 만드는 거담·진정 작용
기관지에만 머물지 않는 효능… 면역·혈관·소화까지 넓게 읽어야 한다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호흡기 건강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신호를 가장 먼저 드러낸다. 목이 쉽게 마르고, 기침이 길어지고, 가래가 남아 있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면 매일이 불편함으로 계속된다. 이때 식탁에서 비교적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르는 재료가 도라지다. 약재로도, 식재료로도 오래 쓰여 온 도라지는 목과 기관지를 편하게 만들 수 있는 뿌리채소다.

도라지가 호흡기 관리 재료로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핵심 성분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도라지의 대표 성분으로 거론되는 사포닌 계열은 기관지 점액 분비와 배출 과정에 관여해 가래를 묽게 하고 배출을 돕는 쪽으로 설명된다. 목이 칼칼하고 답답할 때, 혹은 기침이 끊이지 않을 때 무언가를 더 얹기보다 ‘자극을 덜어내고 배출을 도와주는 방식’이 필요해지는데, 도라지는 그 지점에서 기능한다. 몸이 알아서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재료에 가깝다.

‘길경’이란 이름이 말해주는 것

한의학에서 도라지는 ‘길경’으로 불리며 폐와 기관지 관련 처방에 자주 사용돼 왔다. 표현은 다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폐를 맑게 하고 인후를 부드럽게 하며, 가슴이 답답한 느낌을 풀어주는 데 보조적으로 쓰인다는 것. 도라지가 가진 쌉쌀한 맛과 아린 결은 이런 전통적 쓰임새와도 닿아 있다. 실제 식탁에서도 도라지는 무침, 볶음, 차, 청처럼 다양한 형태로 꾸준히 등장해 왔는데, “매일 먹기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약처럼 특별한 날에만 쓰는 재료가 아니라, 밥상 루틴으로 편입되기 쉬운 약재라는 뜻이다.

사포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확장성

도라지를 호흡기 식재료로만 고정해두면 오히려 장점을 놓친다. 도라지는 면역과 염증 반응, 혈관 컨디션, 소화 리듬 같은 전신의 ‘기본 체력’과 맞닿아 있다. 사포닌과 함께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 성분이 언급되는 이유다. 산화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염증 반응이 쉽게 커지고, 피로가 길어지며, 회복이 늦어진다. 도라지가 항염·항산화 관점에서 자주 거론되는 배경은, 호흡기 증상이 단독으로 오기보다 컨디션 저하와 함께 묶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혈당·콜레스테롤 조절과 관련해 도라지가 언급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가지 재료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접근이 아니라, 식이섬유와 생리활성 성분이 식습관의 방향을 정돈하는 데 보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쪽에 가깝다. 실제로 도라지의 쌉쌀한 풍미는 강한 단맛이나 자극적인 반찬에 쏠린 식탁을 조금씩 균형 쪽으로 끌어오는 역할을 한다. 도라지가 가진 맛의 성격 자체가 그 구성에 유리하다.

어떻게 먹느냐가 효능의 절반이다

도라지는 손질법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생도라지는 아린 맛이 강하기 때문에 물에 담그거나 소금으로 주물러 매운 결을 누그러뜨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손질이 잘 되면 도라지는 ‘약재 같은 맛’이 아니라 ‘깔끔한 쌉쌀함’으로 바뀐다. 무침으로 먹을 때는 양념을 과하게 올리기보다, 산미와 고소함을 얇게 주는 편이 도라지의 장점을 살린다. 차나 청으로 즐길 때도 마찬가지다. 단맛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목은 편해질지 몰라도 식탁 전체의 건강성과는 멀어질 수 있다. 

도라지는 향과 성분이 뚜렷한 재료다. 위가 예민한 사람은 공복에 많이 먹으면 속이 불편할 수 있고, 목이 불편하다고 해서 한 번에 과하게 섭취하기보다 식사에 자연스럽게 곁들이는 방식이 부담이 덜하다. 전통적으로 달여 먹는 방법도 전해지지만, 일상에서는 도라지무침이나 도라지차처럼 지속 가능한 형태로 소량씩 습관화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건강식재료는 ‘강도’보다 ‘지속성’이 성과를 만든다.

도라지는 큰 소리로 자신을 과시하는 식재료가 아니다. 다만 목이 민감해지는 시기, 기침이 길어지는 날, 몸이 둔하게 무거워질 때 조용히 개입한다. 도라지를 한 번 더 장바구니에 넣는 선택은, 특별한 보약을 찾기보다 생활의 흐름을 조금 더 건강한 쪽으로 돌리는 선택에 가깝다. 그리고 그 정도의 방향 전환이, 많은 가정에서 가장 오래가는 건강 전략이 된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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