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신장부터 장까지, 우엉이 ‘정리’해주는 것들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22 16:55:48

이눌린·미네랄·폴리페놀…뿌리채소 한 줄기에 담긴 대사 균형
조림만 알던 우엉의 재발견, 차·장아찌·간식까지 활용법 넓어진다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우엉은 참 묘한 채소다. 김밥 속 단골 재료로는 익숙하지만, 정작 ‘좋아서’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질기고 꾸덕한 식감, 흙내에 가까운 향이 호불호를 가른다. 그런데 건강을 이야기할 때 우엉은 종종 ‘의외의 정답’처럼 등장한다. 신장에 좋은 음식, 장을 편하게 하는 식재료, 간 기능을 돕는 재료…. 하나의 뿌리채소가 이렇게 여러 갈래로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엉은 몸을 확 바꾸는 자극적인 식품이라기보다, 몸 안의 흐름을 ‘정돈’하는 쪽에 가까운 식재료다.

우엉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흔히 먹는다. 원산지는 유럽과 시베리아, 만주로 알려져 있지만 서양에서는 오랫동안 잡초 취급을 받았고 식재료로 널리 자리 잡지 못했다. 반대로 동아시아에서는 우엉을 뿌리채소로 길게 재배하며, 조림·장아찌·정과·차 등 다양한 형태로 식탁에 올려왔다. 품종에 따라 잎을 먹는 경우도 있었고, 예전에는 우엉잎을 쑥 대용으로 떡에 활용한 기록도 전해진다. 익숙한 듯 낯선 우엉이 ‘기능성 식재료’로 다시 주목받는 건, 이런 생활 속 축적된 경험이 현대 영양학적 해석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장에 좋은 음식’으로 불리는 핵심, 이눌린과 이뇨 작용의 조합

우엉이 신장 건강과 연결되는 대표 키워드는 이눌린이다. 우엉의 당질은 대부분 이눌린 성격을 띠는데, 이는 단순 당처럼 빠르게 흡수되는 에너지원이라기보다 수용성 식이섬유에 가깝다. 그래서 식후 혈당 반응을 완만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장내 환경을 돕는 프리바이오틱 섬유로도 언급된다. 여기에 ‘이뇨 작용’이 더해진다. 몸에 남아 있는 과도한 수분과 나트륨 배출이 원활해지면, 부종이나 붓기 같은 불편감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장은 결국 ‘걸러내고 내보내는’ 기관이기 때문에, 우엉이 가진 이런 흐름 개선 특성이 ‘신장에 좋은 음식’이라는 인식으로 연결돼 왔다.

우엉에는 아르기닌 성분이 들어 있다. 아르기닌은 체내 질소 대사와 연관된 아미노산으로 알려져 있고, 전통적으로는 ‘노폐물 배출’과 맞닿은 설명이 뒤따른다. 과거에 우엉을 이뇨제 대용으로 활용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한 가지다. 이뇨 작용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미 신장 기능이 좋지 않거나, 특정 질환으로 수분·전해질 균형이 민감한 사람은 과도한 이뇨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우엉이 ‘좋다’는 말이 ‘많이’로 바뀌는 순간, 건강 식재료는 쉽게 독이 된다.

우엉의 ‘갈변’은 단점이 아니라, 항산화 신호다

우엉을 썰어 놓으면 금방 색이 갈색으로 변한다. 많은 사람이 “상한 건가?” 하고 놀라지만, 이는 우엉 속 폴리페놀 성분이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산화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히려 이 갈변은 우엉이 항산화 성분을 꽤 품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폴리페놀은 활성산소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관여하는 대표 성분군이다. 즉, 우엉의 갈변은 ‘손질이 어려운 채소’라는 이미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엉이 기능성 식재료로 재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갈변을 줄이고 싶다면 손질한 우엉을 식초물에 잠깐 담가두는 방식이 흔히 쓰인다. 하지만 물에 너무 오래 담가두는 건 피하는 편이 좋다. 우엉의 핵심으로 꼽히는 수용성 성분(이눌린을 포함한 섬유 성분)이 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린 맛’과 ‘영양’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손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엉에는 칼륨, 칼슘, 마그네슘 같은 무기질도 비교적 풍부하다. 흥미로운 건, 우엉을 삶을 때 색이 파랗게 변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네랄이 물에 녹아 나오며 색소 성분과 반응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미네랄은 대사 균형, 신경·근육 기능, 체내 수분 조절과 맞닿아 있고, 특히 칼륨은 나트륨 배출과 연계된 특성 때문에 ‘붓기’와 함께 자주 언급된다. 우엉이 신장·부종·순환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와 맞물린다.

한의학에서의 우엉, ‘우방’이라는 이름과 전통적 쓰임

한방에서는 우엉을 우방(牛蒡)이라 부른다. 동의보감 등 고문헌에서는 우엉이 눈을 밝히고, 풍으로 상한 몸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기술된다고 전해진다. 이런 전통적 인식은 우엉의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성분, 그리고 항균·항염과 연결되는 설명들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서양에서는 우엉을 식탁에서 흔히 보기는 어렵지만, 약용 허브나 차로 활용하는 문화가 남아 있고, 두피·피부 건강과 연결해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즉, 동서양 모두 우엉을 ‘먹는 채소’로 넓게 쓰지 않았을 뿐, ‘몸을 돕는 식물’로 바라본 시선은 꾸준히 존재해 온 셈이다.

조림만 있는 게 아니다…우엉을 ‘지속 가능하게’ 먹는 방식

우엉을 건강 식재료로 만들고 싶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씹기 힘든 식감이 문제라면 차가 가장 현실적인 입문이다. 얇게 썰어 말린 우엉을 끓여 우엉차로 마시면, 카페인 부담 없이 구수한 향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우엉칩 같은 간식 형태도 등장해 접근성이 높아졌다. 과자류나 에너지바의 부원료로 우엉 추출물이 쓰이기도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탄산음료의 착향료로 활용되는 사례도 있다. 우엉이 ‘건강 재료’에서 ‘가공 소재’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우엉의 장점은 결국 ‘자극이 적은 편’이라는 데 있다. 강한 효능을 기대하며 과하게 섭취하기보다, 반찬·차·장아찌처럼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얹는 편이 우엉의 성격과 잘 맞는다. 특히 신장과 관련해 우엉을 찾는 사람이라면, 우엉 하나에 기대기보다는 저염식·수분 섭취·가공식품 줄이기 같은 기본 원칙 위에 우엉을 더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현실적이다.

우엉은 화려한 슈퍼푸드가 아니다. 대신 몸 안의 ‘배출’과 ‘순환’, ‘장내 환경’처럼 기본을 다루는 뿌리채소다. 김밥 속에서만 만났던 우엉을, 차 한 잔으로 다시 만나보는 것. 그 작은 시작이 식탁의 균형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일지 모른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