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슷한 제품을 동시에 내놓을까… 식품업계가 경쟁을 피하지 않는 이유
허우주 기자
cnc02@hnf.or.kr | 2026-06-24 16:31:45
경쟁보다 시장 확대… 최종 승부는 맛과 콘셉트 차별화에서 갈려
5월 18일 동시 출시된 신라면로제와 로열라면. 사진 = 농심·오뚜기 홈페이지
[Cook&Chef = 허우주 기자] 식품업계에서는 하나의 히트 상품이 등장하면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5월 18일, 로제 콘셉트 라면인 농심의 '신라면 로제'와 오뚜기의 '로열라면'이 동시 출시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일반적으로는 경쟁 제품과 정면 승부를 피하고자 출시 시기를 늦추거나 콘셉트를 수정할 것이라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정반대의 길을 택한다. 경쟁 제품이 많아질수록 시장 자체가 커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들 먹는다"라는 인식이 구매를 부른다
업계가 유사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는 배경에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가 자리한다. 밴드왜건 효과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을 따라 선택하려는 소비 심리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기업이 주력 제품을 홍보하는 데 집중했고 TV 광고나 대형 캠페인이 소비로 이어졌다면, 최근에는 SNS를 중심으로 식품 카테고리 자체가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유튜브 쇼츠 등에서 특정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대세'로 인식하게 된다.
지난해 두바이 쫀득 쿠키 열풍 이후 편의점과 카페, 제과업계에서는 관련 신제품이 연이어 출시됐다. 웰니스 흐름을 타고 말차 및 우베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 역시 다양한 브랜드에서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여러 브랜드가 동시에 같은 키워드를 활용하는 모습을 접하며 ‘요즘 다들 두바이 초콜릿을 내놓네’, ‘지금은 말차가 유행이구나’ 하며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평소에 아끼던 브랜드에 유행 키워드를 활용한 신제품 출시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업들은 경쟁을 떠나 새로운 시장을 함께 키우고 있다.
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카테고리 확대'
식품업계에서는 이를 일종의 시장 확대 전략으로 바라본다. 하나의 브랜드만으로는 새로운 식문화나 제품군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한계가 있지만, 여러 기업이 동시에 참여하면 새로운 카테고리가 빠르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체가 로제 라면을 출시했을 때보다 여러 업체가 유사 제품을 내놓을 경우 소비자들은 '로제 라면' 자체를 트렌드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별 브랜드의 마케팅이 아니라 카테고리 전체를 알리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SNS 환경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용자들의 인증 사진과 비교 후기, 숏폼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공유되면서 알고리즘이 특정 키워드를 재확산시키고, 이는 다시 소비를 자극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같은 로제라도 승부는 결국 디테일에서 갈린다
다만 비슷한 제품이 쏟아진다고 해서 모두 같은 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동일한 키워드를 선택하더라도 세부적인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 공략에 나선다.
최근 출시된 로제 라면 제품만 살펴봐도 차이가 뚜렷하다. 신라면 로제는 토마토 특유의 산미를 강조해 산뜻한 풍미를 구현했다면, 로열라면은 매콤하면서도 꾸덕꾸덕한 식감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처럼 같은 로제 베이스를 사용하더라도 매운맛의 강도, 소스의 농도, 면의 식감, 향미 등에서 차별점을 만들어내며 소비자 선택을 끌어내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제품은 맛과 브랜드 경험 등 차별화 요소를 갖춘 제품이다. 반짝 유행 제품으로 남는가, 스테디 제품이 되는가. 이 한 끗 차이는 디테일에서 갈린다.
SNS 시대 소비자들은 이제 제품 자체보다 트렌드를 소비한다. 많은 브랜드가 동시에 움직일수록 관심도도 커진다. 함께 유행을 만들되 각자의 디테일로 승부를 보는 것. 그것이 오늘날 식품업계가 경쟁사를 피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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