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도 미쉐린 기준” 미쉐린 가이드, 와인 생산자 평가하는 ‘그레이프’ 첫 선
김세온 기자
cnc02@hnf.or.kr | 2025-12-18 19:33:30
[Cook&Chef = 김세온 기자] 미쉐린 가이드가 레스토랑과 호텔을 넘어 와인 분야로 전문성을 확장한다. 세계적인 미식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은 미쉐린 가이드는 2026년 새로운 와인 평가 기준인 ‘미쉐린 그레이프(MICHELIN Grapes)’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쉐린 가이드는 지난 125년간 미식과 환대 산업 전반에서 신뢰받는 평가 체계를 구축해 왔다. 1926년 레스토랑 평가를 위한 ‘미쉐린 스타’를 시작으로, 2024년에는 전 세계 최고의 호텔을 선정하는 ‘미쉐린 키(MICHELIN Key)’를 도입하며 평가 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쉐린 가이드는 미식 경험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와인으로 시선을 넓히며 또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와인 분야에 대한 미쉐린 가이드의 관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부터는 뛰어난 음식과 와인 페어링을 소개하기 위해 ‘와인’ 아이콘을 도입해 우수한 와인 리스트와 소믈리에를 조명해 왔으며, 2019년에는 탁월한 와인 선정과 서비스로 고객 경험을 높인 전문가를 대상으로 ‘미쉐린 소믈리에 어워드’를 신설한 바 있다. 미쉐린 그레이프는 이러한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와인 생산자 자체를 평가하는 첫 공식 기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새롭게 도입되는 미쉐린 그레이프는 전 세계 와이너리를 대상으로 ▲재배 품질 ▲기술적 전문성 ▲정체성 ▲밸런스 ▲일관성 등 다섯 가지 보편적이고 일관된 기준을 적용해 평가한다. 포도밭의 토양 관리와 생장 균형부터 양조 기술의 완성도, 지역성과 생산자의 철학이 담긴 개성, 와인의 구조적 조화, 여러 빈티지에 걸친 품질 유지 여부까지 생산 전반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미쉐린 가이드는 이를 바탕으로 와인 애호가들에게 세 단계의 ‘미쉐린 그레이프’ 등급과 추천 와이너리 셀렉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미쉐린 3 그레이프’는 빈티지(Vintage: 와인 제조에 사용된 포도의 수확 연도)와 관계없이 완전한 신뢰를 갖고 선택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와인 생산자에게 부여된다. ‘미쉐린 2 그레이프’는 동일 지역과 기준 그룹 내에서 품질과 일관성이 특히 뛰어난 매우 우수한 생산자에게, ‘미쉐린 1 그레이프’는 뛰어난 빈티지 내에서 개성과 스타일이 뚜렷한 와인을 선보이는 생산자에게 주어진다. 이와 함께 ‘셀렉티드(Selected)’는 정기적인 검토 대상에 포함된 신뢰할 수 있는 와이너리로, 안정적인 품질과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곳에 부여된다.
평가는 미쉐린 그룹에 소속된 전담 와인 평가원들이 담당한다. 전직 소믈리에와 전문 평론가, 생산 전문가 등 와인 생산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을 갖춘 인력으로 팀을 구성해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한다. 패널 리뷰와 편집팀 검토를 거치는 엄격한 절차를 통해 최종 선정이 이뤄진다.
그웬달 풀레넥(Gwendal Poullennec)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전 세계 70곳 이상의 여행지에서 최고의 레스토랑과 호텔을 안내해 온 미쉐린 가이드는 이제 와인이라는 새로운 챕터를 열고자 한다”며 “미쉐린 그레이프는 와인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심자부터 열정적인 전문가까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지침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이들을 인정하고 응원하기 위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미쉐린 그레이프의 첫 선정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와인 산지인 부르고뉴와 보르도에서 시작된다. 보르도는 오랜 역사 속에서 세계 와인의 중심지로 자리 잡으며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르고뉴는 가족 중심의 소규모 생산 체계를 바탕으로 테루아와 전통을 중시하는 양조 방식으로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 미쉐린 가이드는 두 지역을 시작으로 향후 평가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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