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봄의 결을 씹다…‘고사리’, 담백함 속에 숨은 회복의 식재료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4-25 11:59:24
오래된 식재료의 이유 있는 생존…고사리가 다시 선택되는 까닭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봄이었다가 여름이 되고, 다시 겨울이 된다. 계절을 가늠할 수 없는 요즘이다. 봄이 오면 꽃샘추위와 이상고온 등의 이유로 하루에도 몇 계절을 오고 간다. 하지만 몸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겨울 동안 쌓인 피로는 그대로인데 활동량만 늘어나고, 식습관도 함께 흔들린다. 이럴 때 식탁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영양을 더하는 것보다 흐트러진 리듬을 다시 맞추는 일이다.
이 시기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식재료가 있다. 바로 고사리다. 화려하지도, 강한 맛을 내지도 않지만 오랫동안 식탁을 지켜온 이유가 분명한 나물이다.
고사리는 어린잎이 말린 형태로 유통되거나 생채로 소비된다.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은은한 향은 다른 채소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질감이다. 특히 국물 요리나 볶음 요리에 들어갔을 때 전체 맛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들어가는 재료’가 아니라, 요리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장과 순환을 동시에 다루는 ‘정리형 식재료’
고사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식이섬유다. 단순히 양이 많은 것을 넘어, 조직 자체가 질기면서도 부드럽게 풀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장운동을 자연스럽게 자극한다. 이는 음식물의 이동을 원활하게 만들고, 장내 환경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봄철에는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식사 시간과 패턴이 불규칙해지기 쉽다. 이 과정에서 소화 기능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고사리는 이러한 변화를 완만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급격한 자극 없이,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주는 식재료다.
또한 고사리는 체내 순환과도 연결된다. 미네랄 성분이 함께 작용하면서 체내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하고, 불필요하게 축적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배출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짠 음식 섭취가 많은 식단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칼로리가 낮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포만감은 유지하면서도 부담은 줄일 수 있어, 식사량을 크게 줄이지 않고도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미네랄의 밀도, ‘채우는 영양’으로서의 가치
고사리는 비워내는 기능과 동시에 채워 넣는 역할도 수행한다. 특히 칼슘, 인, 철분 등 기본적인 무기질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어 신체 유지에 필요한 기초 영양을 보완하는 데 적합하다.
칼슘과 인은 뼈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성장기뿐 아니라 성인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고사리는 이러한 성분을 식물성 식단 안에서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게 해준다.
철분 역시 중요한 요소다. 체내 산소 운반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부족할 경우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되는데, 고사리는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계절이 바뀌면서 느껴지는 무기력감이나 집중력 저하를 완화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비타민과 미량 영양소가 함께 작용하면서 면역 기능 유지에도 기여한다. 특정 성분 하나가 아니라, 여러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고사리는 ‘균형형 식재료’다.
고사리를 더 잘 먹는 방법, 조리와 활용의 차이
고사리는 조리 과정이 중요한 식재료다. 생 상태 그대로 섭취하기보다는 충분한 가열과 불림 과정을 거쳐야 식감과 풍미가 안정된다. 이 과정은 단순히 맛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안전하고 부드러운 섭취를 위한 기본 단계다.
가장 대표적인 활용법은 볶음이다. 기름과 함께 천천히 익히면 조직이 풀리면서 고소한 풍미가 살아난다. 여기에 마늘이나 육수를 더하면 깊이가 더해진다. 들깨를 곁들이면 식감이 부드러워지면서 한층 풍부한 맛을 낼 수 있다.
국물 요리에서는 또 다른 역할을 한다. 고사리는 오래 끓일수록 맛이 우러나기 때문에 육개장이나 각종 탕류에 활용하면 국물의 밀도를 높여준다. 고기와 함께 조리할 경우에는 서로의 향을 중화시키면서 조화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파스타나 샐러드, 비빔 요리에 넣어 영양과 씹는 재미를 더한다.
고사리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부족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지속되는 맛이다. 그래서 고사리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선택된다. 몸이 새로운 리듬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 가장 필요한 것은 과한 자극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균형이기 때문이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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