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허세 뒤에 숨어있는 리더의 감각

정서윤 기자

cnc02@hnf.or.kr | 2026-04-28 17:40:29

예능의 얼굴을 넘어 요리와 사업의 판을 끝까지 밀고 간 셰프 출처 : 냉장고를 부탁해

[Cook&Chef = 정서윤 기자] 최현석 셰프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따라붙는 장면은 여전히 선명하다. 길게 뻗은 팔, 과장된 듯한 동작, 허공에 흩어지는 소금. 한때 그는 ‘허세프’라는 별명으로 대중에게 소비됐다. 주방의 진지함보다 예능의 장면이 먼저 떠오르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최현석을 그 이미지 안에만 가두기에는, 그가 지나온 시간이 너무 단단하다. 그는 웃음을 만들 줄 아는 셰프였지만, 웃음에 기대어 본업을 흐린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예능으로 알려진 뒤에도 요리와 레스토랑, 메뉴 개발과 제품 협업, 더 나아가 K다이닝의 확장까지 자기 영역을 꾸준히 넓혀왔다.

그의 출발이 화려했던 것도 아니다. 요리사 집안에서 자랐지만 넉넉한 환경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얏트 호텔 주방장 출신 아버지와 한식당에서 일한 어머니, 요리사인 형이 있었지만, 그는 외가에 얹혀 살던 시절과 달동네로 이사했던 기억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부모의 직업이 곧바로 안정적인 기반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바닥에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 말에는 요리사 집안이라는 배경에 기대지 않고, 현장에서 오래 버티며 자기 자리를 만들어온 사람의 현실감이 담겨 있다.

최현석의 강점은 이 현실감 위에 있다. 그는 창의적인 요리를 오래 해왔고, 때로는 이단아처럼 보이는 메뉴로 호불호를 겪었다. 방송에서 보여준 허세와 퍼포먼스는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그가 실제로 붙잡고 있던 것은 음식에 대한 집요함이었다. 접시에 담는 요리를 자신의 얼굴처럼 여기고, 음식으로 장난치지 말자는 원칙을 강조해온 것도 그래서다. 재미를 만들 줄 알지만, 재미가 요리의 중심을 대신하게 두지는 않았다.


판을 읽고 결정하는 리더십

그 면모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장면은 ‘흑백요리사’ 팀전이었다. 최현석은 두 차례 팀 대결에서 리더를 맡았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듣기 좋은 선택보다 이기는 선택을 했다. 메뉴가 완전히 정해지기도 전에 주요 재료를 먼저 확보했고, 레스토랑 운영 미션에서는 높은 객단가를 겨냥한 가격 전략을 세웠다. 누군가는 무리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결정이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계산이 있었다.

그는 심사위원단의 성향을 보고 젊은 층이 쉽게 반응할 수 있는 감칠맛을 떠올렸고, 그 포인트에 필요한 재료로 가리비를 판단했다. 레스토랑 미션에서는 주어진 예산과 좌석 수, 회전율, 손님의 소비 성향을 따져 고가 메뉴 전략을 세웠다. 비싼 음식을 내놓겠다는 허세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매출을 가져오기 위한 분석이었다. 여기서 최현석의 리더십은 감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다. 판을 읽고, 숫자를 계산하고, 팀이 이길 가능성이 높은 방향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그가 말한 “팀이 이겨야지, 내가 스타가 되는 게 뭐가 중요해요”라는 태도는 이 리더십을 잘 보여준다. 최현석에게 리더란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자리가 아니다. 팀의 목적을 달성하게 만드는 자리다. 욕을 덜 먹는 선택보다 팀을 살리는 선택을 해야 하고,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결론을 끝까지 밀고 가야 한다. 이 지점에서 그의 리더십은 거칠게 보일 수 있지만, 억지스럽지는 않다. 주장 뒤에 분석이 있고, 결정 뒤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권한을 혼자 쥐고 흔드는 리더도 아니다. 팀원의 능력을 보고 일을 맡겨야 한다는 생각도 분명하다. 자신보다 잘하는 영역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권한을 주고, 그 장점이 발휘되도록 판을 짜는 것이 좋은 리더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래서 ‘흑백요리사’ 속 최현석 팀은 강한 리더가 이끄는 팀이면서도, 한 사람의 독주처럼 보이지 않았다. 방향은 분명했고, 각자의 역할은 살아 있었다.


예능을 넘어 사업으로 이어진 감각

최현석의 현실 감각은 주방 안에서만 작동하지 않는다. 그는 파인다이닝을 순수 예술처럼만 바라보지 않는다. 레스토랑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여야 하고, 셰프도 경영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과 그 음식을 팔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는 이 둘을 분리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요리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누가 그 음식을 먹을 것인지,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시장과 만날 수 있는지를 함께 본다.

밀키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최현석 셰프의 레스토랑에 모든 사람이 올 수는 없다. 그렇다면 파인다이닝의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넓힐 통로가 필요하다. 프레시지와의 협업 제품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배경에는 그의 인지도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새벽에도 메뉴 의견을 보내고, 제품 샘플을 직접 맛보며 완성도를 챙기는 관여가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붙은 제품을 시장에 내보내는 일을 가볍게 넘기지 않은 것이다.

이 지점에서 최현석은 예능으로 유명해진 셰프와 다르다. 그는 방송에서 얻은 화제성을 본업 밖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레스토랑과 제품, 브랜드와 외식 산업의 영역으로 다시 가져왔다. 소금 퍼포먼스가 그를 대중에게 알렸다면, 그 이후 그를 버티게 한 것은 경영 감각과 실행력이다. 캐릭터는 입구였고, 본질은 오래 축적된 실력과 현실적인 판단력에 있었다.

최현석 셰프가 K다이닝의 가능성을 말하는 방식도 낙관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는 서울이 글로벌 미식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조건으로 다양성과 개성 있는 레스토랑의 등장을 강조한다. 한식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지금, 천편일률적인 메뉴가 아니라 각자의 철학과 성향을 가진 셰프들이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요리사의 감상보다 사업가의 눈에 더 닿아 있다. 시장이 커지려면 좋은 요리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속 가능한 구조와 차별화된 선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캐릭터를 넘어 남은 본업의 무게

최현석 셰프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처럼 서로 달라 보이는 두 면이 한 사람 안에 같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허세 있는 제스처로 웃음을 만들지만, 주방에서는 원칙을 놓지 않는다. 창의적인 요리를 밀고 가지만, 상권과 객단가를 계산한다. 파인다이닝을 말하면서도 밀키트라는 대중적 접점을 외면하지 않는다. 팀을 강하게 이끌지만, 팀원이 가진 능력을 살리는 위임도 안다.

그는 예능으로 소비되기 쉬운 이미지를 가졌지만, 그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자기 판을 계속 키워온 사람이다.

요리사라는 몸통을 지키면서 방송과 사업, 제품과 글로벌 시장으로 가지를 뻗어온 셰프. 그의 리더십은 목소리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판을 읽고,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이 만들어낼 책임까지 감수하는 데 있다. 최현석의 허세는 캐릭터였지만, 그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방식은 철저히 현실적인 리더의 감각이었다. 소금을 뿌리던 퍼포먼스는 최현석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 장면 이후에도 그는 계속 메뉴를 만들고, 팀을 이끌고, 시장을 읽고, 자기 이름이 붙은 결과물의 완성도를 챙겼다. 결국 최현석을 오래 남게 하는 것은 허세의 동작이 아니라, 그 동작 뒤에서 흔들리지 않았던 요리사이자 리더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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